| 꼰대스럽지 않는 어르신의 품격이 필요하다 류정현 |
| 2019년 12월 17일(화) 19: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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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영국 BBC의 오늘의 단어에 ‘꼰대’(KKONDAE)라는 우리말이 선정되었다는 보도를 접했다. BBC에서는 ‘꼰대’를 ‘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나이 많은 사람’이라고 묘사했다고 한다. 국립국어원에 표준국어대사전을 검색하니 ‘꼰대 : 「명사」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있는데 이보다는 우리말샘에 올라있는 ‘꼰대-스럽다 : 「형용사」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그것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남을 가르치려드는데가 있다’가 더 정확한 풀이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꼰대’라는 단어가 탄생하고 보편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그 뿌리를 숭유 정책 즉 유교를 장려하는 조선의 정책으로 말미암아 유교의 실천덕목인 삼강오륜이 아직까지 기성세대의 보편적 사고라는 점에서 시작되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삼강은 임금과 신하(君爲臣綱), 어버이와 자식(父爲子綱), 남편과 아내(夫爲婦綱) 사이에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말한다. 오륜은 부모는 자녀에게 인자하고 자녀는 부모에게 존경과 섬김을 다하며(父子有親), 임금과 신하의 도리는 의리에 있고(君臣有義), 남편과 아내는 분별 있게 각기 자기의 본분을 다하고(夫婦有別), 어른과 어린이 사이에는 차례와 질서가 있어야 하며(長幼有序), 친구 사이에는 신의를 지켜야 한다(朋友有信)는 내용이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을 다하며 윗사람을 공경하라는 유교의 가르침은 오랜 세월 동안 이어져 우리의 생활 속에도 뿌리 깊은 전통으로 남아 있다. 명절에 차례를 지내는 것 등이 그것이다. 문제는 버스나 전철에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 등 어른을 공경하라는데 있다. 어른으로서 젊은세대의 무조건적인 공경을 바라는 기성세대의 사고가 신세대에게는 자신의 경험만을 일반화하여 그것만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으로 비춰진 결과라고 생각된다.
결국 ‘꼰대’는 이러한 전통 유교적 사고와 그것만을 고집하는 기성세대에 대한 신세대들의 일침이 담겨있다고 할 것이다.
유엔에서는 65세 노인인구가 7%가 넘어서면 ‘고령화 사회’, 14%가 넘어서면 ‘고령 사회’, 20%가 넘어서면 ‘초고령 사회’로 분류하고 있다. 2018년말 기준 서울의 인구 중 65세이상 인구가 14.4%로 고령 사회에 진입하였다고 한다. 광주의 경우 2018년말 기준 총인구 148만2천명 중 18만7천명(12.8%)으로 아직은 고령 사회에 진입하지는 않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고령 사회,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이 확실하다.
광주 지하철도 일평균 수송인원 5만2천명 중 33%인 1만7천명이 65세 이상 어르신들이다. 그러다보니 신분증이 없어 무임승차권을 발권하지 못하여 역무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어르신,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잡지 않아서 넘어지시는 어르신, 열차 출입문에 가방을 먼저 밀어넣어 출입문 고장을 일으키시는 어르신,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고 젊은이를 나무라는 어르신들을 심심치 않게 목격하게 된다.
초고령 사회에 꼰대스럽지 않는 어르신 품격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꼰대스럽지 않고 품격을 갖추려면 소통과 배움이 필요하다. 소통의 출발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진리가 아닐 수 있다는 오류의 가능성을 인정하는데 있고 자신을 내려놓고 신세대의 의견에 귀 기울여 소통하여야 한다.
앨빈 토플러는 ‘21세기 문맹은 배운 것을 잊고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없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21세기 문맹이 되지 않도록 배움을 지속하여야 한다. 배움이란 자기 성찰을 통해 비워내고 다시 채워나가는 것이기에 어떠한 형식과 방법의 제한이 없이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다.
소통과 배움으로 초고령 사회에 세대간 공존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절실한 시점이다. 꼰대스럽지 않고 품격있는 어르신들을 많이 뵙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