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호양학교 동종, 74년 만에 세상 밖으로 구례교육청, 郡에 공식 기증…지리산역사문화관 이관 1908년 설립 민족교육기관 호남 인재육성 산실 명성 구례=이성구 기자

2020년 01월 22일(수) 19:30

일제 강점기 민족교육기관인 구례 호양학교 동종이 최근 지리산역사문화관으로 이관돼 일반에 공개됐다./구례군 제공

일제 강점기 민족교육기관인 구례 호양학교의 동종이 74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왔다.

구례교육청은 지난 21일 호양학교 동종을 구례군에 공식 기증했다. 교육청 사무실 책장에 있던 동종은 74년 만에 지리산역사문화관으로 이관돼 일반에 공개됐다.

동종은 1908년에 설립된 민족교육기관 구례 호양학교에서 사용한 학교종이다. 동종에는 태극기 문양 2개가 선명하게 양각돼 있다. 이는 윗면에 조각된 용과 함께 자주독립국을 상징한다. 구례 호양학교의 교육운동이 자주독립국을 지향한 민족의식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귀중한 유물로 평가받고 있다.

호양학교는 구례 출신 학자 왕석보의 후학들이 설립했으며 우국지사 매천 황현 선생 등 민족 지도자들이 운영을 지원했다. 교사 6명이 12년 동안 학생 100여명에게 지리, 수학 등 신학문을 가르쳤다.

신문화 학교로는 담양 창평의숙과 함께 호남 인재 육성의 쌍벽을 이뤘다.

호양학교는 일제의 말살정책으로 1920년 폐교됐고 동종도 사라졌다. 1946년 호양학교의 후신인 방광초등학교가 설립됐으며 신원을 알 수 없는 인물이 방광초교 교장실에 동종을 기증했다. 26년 만에 찾아낸 경위는 불분명하다.

이후 방광초교가 폐교되면서 동종은 구례교육청으로 옮겨졌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순천대학교에서 보관했으며 2017년 7월부터 지난 16일까지 구례교육청에서 다시 보관했다. 지난 16일 지리산역사문화관으로 이관됐으며 지난 21일 공식적으로 기증식을 가졌다.

김순호 구례군수는 “호양학교 동종을 많은 국민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큰 결정을 해준 임윤덕 구례교육장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호양학교 동종이 상징하는 민족정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호양학교 동종은 구례군 마산면 화엄사 상가지구 인근에 자리한 지리산역사문화관 매천실에서 관람할 수 있다.

/구례=이성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