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이 의사다 조영환 수필가

2020년 01월 28일(화) 18:40

호젓한 오솔길을 홀로 걸었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예전에는 오솔길을 참 많이도 걸었다. 학창 시절에는 학교 뒷동산에는 비탈진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면 칡넝쿨이 늘어진 숲속의 빈터가 있었다. 그곳을 놀이터 삼아 친구들과 나무 작대기를 휘두르며 놀던 추억이 떠오른다.

집 근처 나지막한 산에도 여러 갈래 오솔길이 있었고, 그 길을 따라가다 길가에 산딸기나 오디 열매를 따 먹기도 했다.

나뭇잎 사이로 내리쬐는 햇빛이 따뜻하게 볼을 감싸는 감촉이 좋아 그저 지그시 눈을 감아 보기도 했다. 숲속에 울려 퍼지는 작은 새의 청아한 노랫소리를 들으며 큰 바위 옆으로 난 오솔길을 걷기도 했다. 시냇물이라기보다 작은 도랑이라 불러도 좋을 법한, 좁은 물길을 따라 난 오솔길도 걸었다.

오솔길을 걷다 잠시 멈추고 쪼그리고 앉아서 참나무 밑동을 맴도는 딱정벌레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한동안 관찰하기도 했다.

오솔길을 걸으면 세상 모든 근심과 걱정이 내 마음속에 차지할 공간이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사무실에 앉아 일하며 보내는 시간이 부쩍 많아졌고 오솔길을 걸었던 기억이 벌써 오래전의 일인 것 같다.

도시에 살다 보니 여름에는 덥다며 시원한 대형 쇼핑몰을 걷는 일이 잦았고, 이제 겨울이니 날이 추워질 테니 분명 추위를 핑계로 바깥 활동도 부쩍 줄어들 것이다.

주말이나 휴일을 맞아 산에 요즘 같아선 마음먹고 찾아 나서지 않으면 사람의 발길이 좀처럼 닿지 않는, 그런 호젓한 오솔길을 만나기가 그리 쉽지 않다. 오솔길 이야기 오솔길의 사전적 정의는 ‘언덕이나 산에 난 좁은 길’ 또는 ‘폭이 좁고 호젓한 길’이다.

오솔길의 어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들이 있다. 가령, 우리말 가운데 ‘오솔하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사방이 무서운 느낌이 들 정도로 고요하고 쓸쓸하다’라는 뜻을 가졌다. 그래서 오솔길은 ‘오솔하다’와 ‘길’이라는 단어가 결합한 것으로 ‘숲으로 난 매우 한적하고 쓸쓸한 길’이라고 말한다.

매일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서 오솔길이 잊혀져 가고 있다. 좀 지나친 비약인지는 몰라도 오솔길을 찾으면 우리의 건강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약으로 고치는 것보다 음식으로 고치는 것이 낫고, 음식으로 고치는 것보다 걸어서 고치는 것이 낫다”라는 기록이 있는데, 기왕이면 숲으로 난 오솔길을 걷는다면 건강에 더욱 이로울 것임에 들림 없다.

대사증후군은 생활습관 질환이라고도 부르는데 잘못된 식습관, 과체중이나 운동 부족 그리고 여러 유전적인 요소와 스트레스, 과도한 흡연과 음주 등이 주요 원인이다.

대사증후군의 가장 좋은 치료법은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균형 진 식생활로 체중을 줄이고, 규칙적인 운동과 금연, 금주 그리고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것이다. 잊혀져 가는 추억의 오솔길을 따라 걷거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나만의 오솔길을 찾아보자.

숲속의 맑은 공기를 호흡하고 두 뺨을 스치는 선선한 건들바람을 쐬며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면, 숲속의 많은 친구들을 쉽게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몸과 마음의 건강도 되찾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새해는 늘 오솔길을 찾아 걷자! 오솔길을 따라 걷자! 오솔길이 의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