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수교 30주년 러시아는 변신중](4·完)한국 근현대사 독립운동근원지 최재형·안중근·이상설 독립운동 흔적 고스란히 대한민국 임시정부 핵심인사들 러시아 연해주 주무대 항일무장투쟁 활발 신한촌서 권업회·대한독립군 양성…고려인 이주 설움·정체성 보존 노력 임채만 기자

2020년 02월 02일(일) 18:18

러시아는 1900년대 초반 항일무장투쟁운동을 주도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 핵심 지도자들의 활동 주무대였다. 최재형, 안중근, 이상설, 이위종, 홍범도, 이동휘 등 독립운동 투사들은 연해주 일대에서 한인들을 모아 독립운동을 주도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블라디보스토크에 위치한 신한촌 기념비, 최재형 기념관에 있는 안중근 의사 업적, 최재형 기념비.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1919년 중국 상해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설립된 지 100년이 넘었다. 한 세기 전 일본에 빼앗긴 국권을 회복하고자 이국 만리에서 독립운동 투사들은 임시정부를 만들어 전면적인 항일독립운동을 전개했다. 임시정부 조직의 중심에는 러시아에서 활동했던 지도자들이 적지 않았다. 기존 역사교과서에는 중국에서 항일독립운동이 잘 알려져왔지만, 러시아가 주무대였던 항일독립운동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임시정부 항일무장투쟁 주무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태동시킨 핵심조직은 러시아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중심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총리 이동휘를 비롯해 초대 재무총장 최재형,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헤이그 특사 이상설·이위종 등이 있었다.

이들은 현 블라디보스토크(연해주)를 항일무장투쟁 주무대로 삼아 독립운동을 본격적으로 펼쳤다.

임시정부 초대 국무총리에 올랐던 이동휘는 구한말 한성무관학교를 졸업하고 강화도 진위대장을 맡다가 일제의 국권 침탈이 가까워지자 구국 계몽운동에 투신했다.

그는 1913년 러시아 연해주로 떠나 독립군 양성에 나섰고 1919년 8월 대한민구 임시정부 초대 국무총리에 올랐다. 이후 줄곧 항일독립운동의 선봉에 서다가 1935년 1월 3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거했다.

최근 러시아에서 활동했던 항일한인독립운동의 최고 지도자로 평가받는 분은 최재형 선생이다.

러시아 한인 독립운동의 대부로 불리우는 최재형(1860-1920)은 1908년 헤이그특사로 파견됐던 이위종 부친인 이범진 러시아 초대 공사 등과 의기투합해 항일조직인 동의회를 조직하고 총장에 선임됐다. 부총장에 이범윤, 회장에 이위종이 선출됐다.

그는 동의회 군자금으로 1만3천루블이란 거금을 쾌척했다. 1908년 가을 의병운동은 쇠퇴하기 시작했고, 그 해 11월 창간된 대동공보의 사장으로 취임했다.

최재형 선생은 1911년 한인의 실업과 교육을 장려할 목적으로 권업회를 발기했다. 최 선생은 발기회장으로, 홍범도 장군은 부회장으로 선출됐다.

1920년 일본군은 러시아혁명세력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스크 등지에 러시아혁명세력과 한인들에 대한 불의의 습격을 가했다.

이 때 최 선생은 국권을 상실한 조국을 위해 투쟁하다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최 선생은 조국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는 데 아낌이 없었다. 그를 러시아 한인독립운동의 대부로 부르는 이유다.

최재형보다 역사교과서에서 부각되고 있는 인물은 안중근.

하얼빈 역사에서 ‘일본 제국주의 심장’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은 국내에서 의병 활동을 해오다가 일제의 탄압이 극심해지자, 1908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넘어와 최재형을 만나 항일무장운동에 의기투합했다.

안중근은 1908년 의병 300여명으로 조직된 ‘동의회’의 참모장에 올랐다. 이들 연해주 의병들은 국내 진공작전을 개시해 초반 일본군에 대승을 거듭하다가, 적군의 화력에 결국 수세에 몰려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안중근은 대동공보사 사장이었던 최재형의 집에 머물며 이토히로부미가 만주를 시찰한다는 소식을 듣고 암살 계획을 짰다. 그는 1909년 10월26일 하얼빈역에 내린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하면서 대한제국 만세를 외쳤다. 이후 일본군에 잡혀 뤼순감옥에서 순국한 안중근 의사를 기리는 기념비는 우수리스크 고려인문화센터 앞 마당에 설치돼 있다.

구한말 만국평화회의에서 일본의 한국 통치의 부당성을 알리고자 고종의 헤이그 특사 중 한 명인 이상설은 1906년 조국을 떠나 블라디보스토크 등지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그는 1907년 네덜란드 수도 헤이그에서 제2회 만국평화회의가 개최되자, 러시아 수도 샹트페테르부르크로 와 러시아 황제에게 고종의 친서를 전달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일대 위치해있는 우수리스크에는 고려인민족학교가 있다. 사진은 고려인민족학교에서 한국어교육을 받고 있는 고려인들.

◇항일민족지사 집결지 ‘신한촌’ 권업회·대한독립군정부 주무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개척리에서 북쪽으로 2㎢떨어진 곳에는 항일민족지사의 집결지였던 ‘신한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일대는 1910년대 초반 항일민족지사들의 집결지였다. 지명은 새로운 한국을 부흥시킨다는 의미로 ‘신한촌’이라 명명했다. 1915년에는 한인의 수가 약 1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이범윤, 홍범도, 유인석, 이진룡 등 국내에서 망명했던 의병장들의 활동 주무대였다,

이들 의병장들은 러시아 한인사회 지도급 인사인 최재형, 최봉준, 문창범, 김학만 등과 협력 국내외 독립운동을 주도했다.

신한촌에서 전개된 독립운동의 방향은 경제부흥을 통한 일제로부터 독립과 독립군 양성을 통한 독립전쟁론의 구현에 있었다.

항일독립투사들은 1911년 5월 신한촌에서 권업회를 조직해 항일민족운동을 전개했다. 이상설, 최재형, 홍범도 등이 주축으로 창립해 정치, 경제면에서 자강을 추진하면서 조국독립운동을 펼쳤다.

권업회는 신문간행사업과 인재양성과 민족의식의 고취를 위해 민족주의교육 진흥에도 심혈을 쏟았다.

권업회의 궁극적 목적은 독립군 양성을 통한 독립전쟁론의 구현에 있었다. 그러나 남의 나라에서 군대를 양성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때문에 권업회에서는 독립군 양성을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국내외 독립운동을 주도할 중추기관으로 건립된 대한광복군정부였다.

대한광복군정부는 한인의 ‘연해주 이민 50주년이 되는 해(1914)’에 건립됐다. 권업회에서는 이를 기념해 민족의식 고취와 군자금 마련을 위해 대대적인 한인 행사를 계획하고 있었다. 이상설, 이동휘를 비롯한 이동녕, 이종호, 장재관 등 권업회의 중심인물들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대한광복군정부를 건립했다.

‘대한광복군정부’는 국치 이후 각지에서 설립되는 망명정부의 효시였다. ‘광북군정부’로 명명한 것은 민족의 군대인 독립군을 지도해 일제와 독립전쟁을 결행하기 위한 군사정부의 성격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광복군정부는 모체가 되는 권업회와 함께 1914년 9월에 해체되고 말았다.


◇고려인 강제이주 역사 설움 딛고 정체성 보존 노력

1917년 러시아 혁명과 내전이 일어나기 이전까지 극동지역에서 살고 있던 고려인 동포는 약 20만명 정도 됐다(추산). 그 많은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하는 설움을 겪었다. 이주 당한 곳은 연해주와 한 달 이상 걸리는 먼 곳이었고, 이주과정에서 노약자들은 상당수가 죽기도 했다는 선조들의 이야기가 전해내려온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트크 라즈도니아 열차역은 고려인 강제이주 역사가 시작된 한이 서려있는 곳이다. 당시 그 기차는 사람이 타고 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며 고려인들은 인간 취급을 받지 못했다.

이후 1948년 광복이 된 후 고려인들은 러시아에서 정착한 사람들과 추후 한국에 인천, 광주 등 고려인촌을 형성하면서 귀국한 사람들로 분류되고 있다.

아직도 러시아 현지에는 최재형 선생의 손자인 최발렌틴을 비롯해 김경천 장군 후손 엘레나 프란스카야, 항일 민족신인 조명희 선생 외손자 김 안드레이 등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독립운동가 후손 협회를 결성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정체성 보존에 힘쓰고 있다.

최발렌틴씨는 “저희 단체는 민간단체이고, 시민단체다. 그리고 저희 회원들은 76명 정도가 있다”면서 “여전히 큰 지원금 없이 25년째 이 단체가 유지되고 있고, 저희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기사를 내고,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책을 내고 하는 방식으로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 내에서는 오히려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가 공감을 많이 얻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대한민국에서 이런 이슈에 대해서 더 많이 공감해주고 더 많이 지원하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특히 올해는 한러수교 30주년이고, 또 최재형 선생께서 태어난 지 160년, 순국 100주년이 되는 해다. 그래서 그런 의미 있는 행사들이 한국에서 진행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는 고려인들이 한국 문화를 보존하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바짐 고려인문화센터 부회장은 “고려인 문화센터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선 고려인 동포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거나 무용, 합창 다양한 동아리를 개설을 하고 언어와 문화를 잊지 않도록 하기위해 그래서 선조들의 고향과의 연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김발레리야 고려인민족학교장은 “우수리스크 인구가 16만명이다. 그중 10%(1만6천여명)는 고려인이다. 대부분 소수민족이 많다보니까 아이들은 많이 우리 문화 전통을 잊어버리고 말을 잊어버리고 산다”면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고려인민족학교를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고려인 후손들은 타국에서 자신의 뿌리를 소중히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한러 수교 30주년이 되는 올해 양국의 과거, 현재를 돌아보고 상호 발전할 수 있는 미래를 설계해보는 원년이 되길 기원한다. /임채만 기자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9 KPF 디플로마 [러시아전문가] 과정 참여 후 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