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20년 맞은 기자…소외된 이들의 이야기에 주목 정겨울 기자

2020년 02월 09일(일) 18:24

박성천 기자

올해로 등단 20년을 맞이한 현직 기자가 세 번째 소설집을 출간했다. 그 주인공은 광주일보 박성천 기자다.

소설 속 화자의 질문에 선뜻 대꾸할 말을 못 찾는다면, 당신은 그의 작품 속 주인공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처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그들과 당신은 ‘변두리 인간들’이다.

‘미라’는 끔찍한 대학 사회를 그리고 있다. 시간강사인 화자는 대학사회를 카스트보다 더한 세계라고 말한다. 그의 아내는 전임교수로 같은 대학에 있지만 다른 계급을 갖고 있다.

여러 남자들과 조건부 연애 계약을 맺어야 하는 능력 있는 조선족 시간강사 정연화의 모습은 어떠한가? 부부간 성관계까지도 철저하게 협상 하에 이루어지는 결혼 생활은? 여기에서 우리는 계급에 의해 형성된 관계가 개인의 자존감을 파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표제작 ‘하루’는 하릴없이 밤의 거리를 배회하는 실직한 남자의 삶을 그리고 있다.

특별한 사건도, 희망도 없는 그의 삶은 같은 원룸에서 거주하고 있는 403호 여자와 접점이 생김으로써 변화의 희망을 찾는다.

‘어떤 기별’은 이번 소설집에서 가장 능동적인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함정에 빠진 주인공과 주인공을 끊임없이 위험에 빠트리는 안타고니스트가 등장하며 일종의 연쇄적 서스펜스가 작동한다.

‘11월의 포장마차’는 공단 인근에 설치한 포장마차의 수입으로 근근이 삶을 이어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하루’ 박성천 지음 도서출판 문학들

신화와 문학에서 불은 정념·축제·에로틱·소멸 등의 상징으로 수없이 쓰였다.

그러나 이 소설집에서 불은 가난의 대물림만을 상징한다.

작가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가난은 절대적 가난이라고 평가한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 사는 인물들이, 한 잔의 술을 마시지 않고는 잠을 못 이루는 이들이 이번 소설집에서 저마다 ‘밤을 건너고 있다’는 것이다.

박성천 소설가는 전남대 영문과와 동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2000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당선과 2006년 ‘소설시대’ 신인상 수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메스를 드는 시간’, ‘복날은 간다’, 기행집 ‘강 같은 세상은 온다’, ‘사진으로 보는 문화역사기행’, 인문서 ‘책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책을 만든다’ 등을 펴냈다./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