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 와 보랑께 박물관 수필 오덕렬

2020년 02월 11일(화) 17:42

그랑께 가보장께라우. 첨에 광주 말바우장에서 묵은 맘 그대로 전통 재래시장을 돌아댕김시롱 방언을 찾아보장께. 아따메! 강진군 병영 5일장은 발써 파장이네 잉! 인자 재래시장에서 방언을 만나기는 틀레뿔었는갑소야. 이새저새 해도 먹새가 질인디 참. 식당에나 들어가 정심을 묵음시롱 아짐씨헌테 물어봐야 쓰것어라우.

“요 근동에 사투리 모타 사는 집이 어디 있담서요?”

“야, 알로 찌끔만 가먼 외약짝에 있어라우.”

식당 아줌마 표정에서 장흥 짝으로 통하는 2차로를 한 5분 달리면 도로 가상에 있다는 감을 잡았지라우. 오매, 오매! 차말로 쫌 강께 거그 자연 부락으 첫들머리, 이층짜리 건물이 ≪와 보랑께 박물관≫이란 크댄헌 이름패를 달고 떠억 버트고 있더랑께라우.

신작로 가양으 텃밭이 주차장이더랑께. 거그에 2미터짬 되는 널판때기 다섯 개썩이 한 조가 되어 도회지 광고판맹이로 서있당께. 젤 우층에는 맴생이 띠끼랑께 나무에다 짬매나 부러야,

이러고 운을 띠드라고. 그러고 질 아래층 것덜은 땔사큰 피마주 낭구, 넙쩍한 잎싹덜이 반찜은 개래뿌렀드라고. 그래 잎싹을 살째기 떠들고 살페봉께, 요놈덜이 반가와서 죽드라고. 그것이 머시냐 하먼 솔찬이 보대께 부렀당께더라고. 요런 설치대가 주차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건물 앞의 마당, 여그저그서도 칠팔 개가 흩어졌음시로 ‘예말이요, 나 잠 보고 갔쇼 잉!’ 하며 사정하는 것도 같드랑께.

나는 귀헌 손이 되어 관장이신 김성우 시인의 안내를 받어 건물 안으로 들어갑니다요. 일칭 베랑빡(바람벽)에는 ‘정제, 넙턱치, 겅개, 건더꿀’…, 뭐 이런 것덜이 도랑도랑 질겁게 살고 있어라우. 이칭으로 딸각다리를 올라갔제. 거그는 박물관 노릇을 허는 소품들이 허벌나게 많더랑께라우.

농기구·부엌살림 도구·희귀본 옛날 책·질쌈 도구·지난날 우덜 국민핵교 댕길 때 쓰든 학습도구……. 없는 것이 없더랑께. 야! ≪와 보랑께 박물관≫, 그 이름과 모냥이 요로코롬 똑 맞아떨어질 수도 있구나, 허는 생각이 꼭 육이오 때 삐이십구 비양기 소리 겉이 스쳐가드랑께. 나는 꽉 13년 전부텀 ≪전라방언 문학 용례사전≫얼 맹글고 있었지라우. 전라방언이 문학 작품에서 어치케 살아 숨쉬고 있는가를 항께 모타볼라고 신통방통헌 생각을 했던 것이랑께라우. 첨몬차는 아조 쉬운 일로 여겼제. 그렁께 내가 광주광역시문인협회 회장 노리를 시작할 때었지라우. 회원덜이 재개 작품 중에서 방언을 찾아내각꼬 내가 제공하는 양식에 맞춰 보내주기만 허먼, 그걸 한테 묶어버리면 곧바로 문학 용례사전이 탄생하리라 여겼지라우. 그란디 그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더랑께. 회원덜 호응을 못 받고 말았제. 그렇다고 내가 한번 먹은 맴을 포기할 수 있간디…. 좋다. ‘기언시 혼차라도 맨들고 만다.’ 두 주목을 뽈깡 쥐었어라우. ‘아조 시작허는 짐에 크게 해사제….’ 광주와 전남·전북 문인들의 작품 속 방언덜얼 한군데 모태야지 허는 생각이었제. 전라방언이 어쩌면 영랑의 시 오매! 단풍들것네의 ‘오매’ 맹키로 시어(詩語)로 빛날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을 헌 것이지라우. 방언덜이 모다 이러코롬 작품 속에서 새시로 목심을 얻게 된다먼 전라방언이 우리나라 문학어―예술어, 문화어―로 사랑 받을 수 있겠구나 허는 한 줄기 별빛을 본 것이지라우.

광주·전남·전북 문인 수를 모닥거리먼 삼칠은 이십일, 한 2천여 명으로 치고, 그 반수찜만 채록하기로 첨모냐 맴을 먹었당께라우. 지끔은 마무리 수순을 밟아가고 있제. 우리나라에서 첨몬차 선을 뵈게 될 ‘방언 문학 용례사전’으로 서운한 구석지가 없도락 구색을 맞추면서 말이제, 작가들으 지역별, 장르별, 세대별로 균형을 생각하며 말이여……. 어떤 선배넌 끝까징 파지 말고 적당한 선에서 매조지하라고도 했제라우. 맞는 말쌈이라고 생각은 했어라우. 그람시로도 쉽게 붓을 놓지 못하고 있는 까달기 있기도 해라우.

나 혼재, 기우(杞憂)겠지라우. 돈 한 푼 나지 않는 이런 일을 누가 또 손을 대겠는게라우. 이왕 맨들먼서 귀중헌 방언 하나라도 빠지지 않두락 찾고 또 찾고 항께 끝이 없것드라고. 나 겉은 미럭곰차두나 된깨 끝도 갓도 없는 종을 뻔히 암시롱도 뎀베들었제. 누가 할락 하것소 잉. 그나저나 지끔까징 채록한 작가 수는 1천200여명이고요. 그중에서 질 몬자 이름을 올린 사램은 물어보나마나 편찬자인 오덕렬이고요, 1천번찌로 채록된 작가는 정끝별 시인이어라우. 원고 분량은 A4용지 2단으로 700여쪽에 이른당께라우. 여그서는 전라방언이 모다모다 모타 살고 있다고 생각허먼 되겠지라우.

그라고 봉께 내가 맹글고 있는 ≪전라방언 문학 용례사전≫은 ≪와 보랑께 박물관≫이네요 잉! 다 항께 전라 방언덜이 살고 있는 집잉께 말이요 예.


오덕렬 약력
▶‘창작에세이(산문의 시)’ 평론가
▶수필집 ‘항꾸네 갑시다’(아르코창작기금 수상작품집·
2013, 선우미디어) 외
▶수필선 ‘무등산 복수초’(좋은수필사·2019) 외
▶평론집 ‘수필의 현대문학이론화’(2016·월간문학 출판부)
▶‘전라방언 문학 용례사전’ 편찬 중(현) 光高문학관 ·光高
문학상백일장 운영위원장(현) ‘한국창작에세이(산문의 시) 문인협회’ 이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