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보다 대화 절실…빨리 문 열었으면” 운영 재개 앞둔 광주 무료급식소·복지시설 가보니 독거노인·노숙자 등 취약계층, 임시폐쇄로 답답함 호소 가정방문·도시락 지원에 감사…19일 기점 재개소 전망 김동수 기자

2020년 02월 17일(월) 19:11

17일 오전 코로나19 여파로 임시폐쇄된 광주 남구 서동 사랑의 식당 앞에 어르신들이 대체식 도시락을 지급받기 위해 모여 있다.

“코로나? 병? 그거 전에는 하루에도 수백 명씩 왔단 말이여. 요즘에는 오도 안해. 우리는 집도 절도 없어서 여기 와서 밥 먹고 대화하는 게 제일 좋아. 언능 열었으면 좋것는디…”

17일 오전 9시 광주 남구 서동 사랑의 식당(분도와안나 개미꽃동산).

이 곳에서 만난 김(78) 할아버지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사랑의 식당이 임시폐쇄된 사실을 알면서도, 아쉬움에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김 할아버지는 “평소 이 곳 주변에는 무료급식을 먹기 위한 사람들로 붐빈다”며 “오히려 집에 있기 보단 외출해서 동네 주민들과 떠들고 싶은 마음인데, 도시락만 전달받고 다들 황급히 자리를 떠난다”고 토로했다.

이어 “평소 대화하는 걸 좋아해서 이곳에 하루 종일 있는 편인데, 문을 닫아 답답하다. 요즘은 코로나19 탓에 한 두명 정도만 인근에서 산책을 할 뿐, 예전 같지 않아 어색하다”며 “조만간 문을 연다고 하니 일찍 나와 기다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사랑의 식당 앞에는 노인 5명이 도시락을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었다. 도시락을 전달받은 노인들은 추위와 코로나19 탓에 황급히 자리를 옮겼다. 식당 직원은 노인들이 조금이라도 모이면 코로나19 감염 확산 우려 때문인지 서둘러 도시락을 손에 쥐어주고 되돌려 보냈다.

이날 식단은 소고기덮밥, 두유, 김치였다. 임시폐쇄 마지막 날인 18일은 잔치국수, 전복죽, 김치를 제공한다.

박종수 사랑의 식당 이사장은 “평소에는 오전 11시에 배식을 시작하면 하루에 최대 800여명의 독거노인·노숙자들이 찾아온다”며 “요즘에는 150여명 정도만 방문하고 있다. 코로나19를 다 함께 극복하고, 식당 재개소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많은 어르신들이 자주 찾아와 웃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남구노인복지관 주변에는 2-3명의 노인들만이 눈에 띄었다. 복지관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이 곳을 지나던 박 할아버지는 “복지관이 문을 닫은 이후에는 찾아오는 노인들이 거의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산책 겸 둘러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에는 공무원들이 집에 찾아와 마스크, 청결제 등 지원을 많이 해준다”며 “혼자 밥을 거르기 일쑤인데, 가정방문에 도시락 지원까지 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남구노인복지관은 임시폐쇄 이후 매일 오전 9시부터 관내 39곳의 가정을 방문하며 대체식 도시락을 지원하고 있다. 19일 재개관까지 삼계탕을 제공한다.

남구노인복지관 관계자는 “가정 방문시에도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 청결 유지에 최선을 다 하고 있다”며 “잦은 접촉에 따른 코로나19 발생 우려 때문에 2-3일치를 한 번에 드리기도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여파로 임시폐쇄에 들어간 광주지역 무료급식소와 복지관 등은 조만간 재개를 앞두고 있다.

이평형 광주시 복지건강국장은 “광주지역 무료급식소·복지관 등은 19일을 기점으로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재개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광주지역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 4천여명에게 도시락을 지원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완벽하게 해결될 때까지 지속하겠다”고 밝혔다./김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