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기념재단 기획전 ‘데자부 : 보이지 않는 것의 그림자’ 최요안 작가 초대전…현실 부조리 소재 역사·현재 상징 ‘신문’ 오려 붙여 표현해 한국 근현대사 어두운 단면 신문 콜라주로 담아내다 정겨울 기자

2020년 02월 19일(수) 17:18

최요안 作 ‘기념촬영’

글씨로 빼곡한 신문지 위에 군화발로 한 명의 시민을 걷어차는 계엄군 두 명의 모습이 공포감을 조성한다. 계엄군들의 복장을 들여다보면, 군모부터 군복, 군화까지 시민들의 얼굴로 가득 채워져 있다. 시민의 얼굴을 한 이들의 복장이 무색하게도, 계엄군들은 나약한 시민을 향해 폭력을 휘두른다. 또 다른 작품에서는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열을 맞춰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머리를 빡빡 밀거나 안경을 쓴 군인들의 얼굴에선 옅은 미소가 번진다.

현실사회의 불합리함과 부조리함을 소재로 광주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최요안 작가가 다음달 10일까지 초대전을 연다. 5·18기념재단 주최로 열리는 ‘2020 5·18 기획전’을 통해서다. 최 작가는 ‘데자부 : 보이지 않는 것의 그림자’를 주제로 신문 콜라주 작품을 선보인다. 최 작가는 근·현대사에서 제때정리하지 못한 역사적 과오, 그리고 그것에 의한 현대사회의 독소와 부작용에 대해 사뭇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전시에선 모두 신문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에게 ‘신문’이란 지나간 역사와 혹은 현재의 사실을 상징하는 대상이다. 이에 대해 최 작가는 “역사와 사회에 대한 인식의 재고를 투영하는 의미이자, 현실의 부조리에 대한 각성”이라고 전했다.

최요안 작가가 다음달 10일까지 초대전 ‘데자부 : 보이지 않는 것의 그림자’를 갖는다. 사진은 최요안 作 ‘第五列’. /5·18기념재단 제공

앞서 설명한 작품 중 계엄군과 시민의 모습을 담은 ‘제오열’(第五列·2010)에서 최 작가는 ‘시민의 얼굴’로 그득한 계엄군의 군복에서 열흘간의 항쟁 동안 인간다운 삶의 주체가 되기 위해 총소리를 잠재웠던 광주시민의 힘을 그림으로 증언한다. 그런가 하면, 5·16군사 쿠데타의 위용을 드러낸 듯 한 정변의 주인공도 눈에 띤다. 그 인물 위로는 선홍색 꽃잎이 흩날리고 있다. ‘사쿠라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채 정리되지 않은 역사적 앙금, 더불어 그 찌꺼기 위로 난립한 한국 현대사의 안타까운 단면이 냉소적인 기운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한편, 최 작가는 1974년 나주 출생으로, 전남대 미술학과(서양화 전공)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수료했다. 담양 달뫼미술관, 광주롯데갤러리, 광주 갤러리생각상자 등에서 초대개인전을 가졌으며, 전국바다사생전 대상, 제1회 대동미술상, 순천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했다. 하정웅청년작가 초대전 빛2015 초대작가, 광주시립미술관 팔각정스튜디오 6기·북경창작센터 2기, 대동창작스튜디오 2기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