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국 시인, 제3시집 ‘나만 멀쩡해서 미안해’출간 시대 아픔 고스란히…시어로 풀어낸 사무치는 미안함 등단 30년…故이철규 열사 추모 시 등 70여편 정겨울 기자

2020년 02월 23일(일) 18:22

‘나만 멀쩡해서 미안해’ 조성국 지음/문학수첩

뜨겁지는 못했어도 욕보이지 않고 견뎌냈다는, 살아남아서 더 아팠다는, 미안함은 누구의 몫일까? 미안함이 사무치면 시가 되는 것일까? 미안해서, 그 사무치는 마음을 어찌하지 못해서, 그나마 “맘 가는 게 이것뿐”(‘시인의 말’)이어서 시를 써야만 했던 이가 있다. 반세기 넘는 세월을 건너며 오르막 내리막 생의 굴곡을 허다하게 타고 넘었을 것이 분명한데, 나만 멀쩡해서 미안하다고 고개를 조아리는 그. 조성국 시인이다.

광주전남작가회의 사무처장을 역임한 조성국 시인이 등단 30년을 맞아 제3시집 ‘나만 멀쩡해서 미안해’를 최근 펴냈다.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광주, 그곳 염주마을에서 나고 자란 조성국 시인은 도무지 잊히지 않는, 아니 잊어서는 안 되는 기억으로 인해 못내 편치 않은 생을 살아왔다. 그가 지닌 시대적 부채감의 구체적 근거는 그의 삶의 궤적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특히 1989년 조선대 재학 중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의 수배를 받다 숨진 채 발견된 이철규 열사와 함께 조선대 교지인 ‘민주조선’을 창간했던 시인의 이력이나 그가 등단하면서 창비에 발표한 시의 제목이 ‘수배일기’였음을 돌이켜볼 때 시인이 짊어지고 있는 역사와 삶의 무게가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시대와의 불화라기 보다는 역사의 한복판을 질러온 청춘의 열정과 빛나는 좌절, 그리고 사반세기가 훌쩍 지나도 벗어날 수 없는 미안함과 편치 않음이 그가 걷고 있는 시의 자리다. 이에 조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고(故) 이철규 열사에 대한 미안함과 추모의 마음을 담은 시를 5부에 걸쳐 70여편의 시로 선보인다.

조성국 시인

1990년 ‘창작과비평’ 봄호로 등단한 그는 이번 ‘나만 멀쩡해서 미안해’를 포함, 총 3권의 시집을 냈다. 등단 17년 만에 펴낸 ‘슬그머니’(제1시집)와 5년 후 펴낸 ‘둥근 진동’(제2시집)이 있다.

‘풍경과 인사(人事) 속에서 어떤 절정의 순간을 포획하는’(고재종, ‘슬그머니’ 추천글 중에서) 그답게 이번 시집에서도 조성국 시인은 그를 둘러싼 풍경과 사람들에 비낀 사연들을 농축된 토속 언어들로 채집해 내었다.

시인 조성국은 광주 염주마을에서 태어났다. 1990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했다. 시집 ‘슬그머니’, ‘둥근 진동’, 동시집 ‘구멍 집’, 평전 ‘청년 이철규’ 등을 출간했다.

/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