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인선생의 역경 강좌] (162)육십사괘 해설 : 44. 천풍구(天風姤) 上 “ 구, 여장 물용취여 ” 〈 姤, 女壯 勿用取女 〉 |
역경의 마흔 네번 째 괘는 천풍구(天風姤)다. 잡괘전과 단전에서는‘구’(姤)는 ‘만남’이라고 한다. 만난다는 의미의 만날 봉(逢), 모일 회(會), 합할 합(合)과는 다르고 뜻밖에 만나는 것으로 예를 갖추지 않고 만난다는 점에서 다르다. 앞 괘인 쾌괘(夬卦)는 상효의 일음을 오양효가 결궤하는 괘로 결궤하면 건위천(乾爲天)이 되고 건괘는 양의 군자만의 세계로 영속(永續)해 갈 수가 없어 아래쪽에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일음(一陰)이 갑자기 뛰어들어 나타났다.
이는 뜻밖의 만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12소장괘(消長卦) 일환으로 음양의 순환왕래(循環往來)에서 아래 돌아온 것이 양이면 지뢰복(地雷復)이고 음이면 천풍구다. 그래서 구(姤)는 복(復)과 같고 복에 필적(匹敵)하는 괘다. 산지박의 상효에 있던 일양이 박진(剝盡)됐지만 ‘석과불식’(碩果不食)으로 곤지(坤地) 중에 매장돼 있던 것이 싹이 나와 돌아 온 것이 지뢰복이다. 복에 있어서는 음의 소인들만이 사는 세상에 양의 올바른 것이 돌아 왔으니 ‘양을 좋다’고 보는 역의 입장에서 보면 기쁜 마음으로 표현한다. 이와 반대로 천풍구는 군자들이 소인배를 쫓아내고 이상사회를 건설한 건위천에서 초청하지 않은 음사(陰邪)한 음이 나타나 상진(上進)해 올라오고 있어 또다시 흙탕물을 만들고 있으니 기뻐할 리 없는 것이 역의 사상이다.
복(復)과 구(姤)는 양은 올바르고 존경받는데 반해서 음은 부정하고 낮은 것으로 보는 역의 근본사상에서 유래하고 있다. 구괘(姤卦)는 오양일음(五陽一陰)괘이고 천화동인, 천택이, 풍천소축, 화천대유, 택천쾌 역시 오양일음괘다. 동인괘는 육이가 유순중정의 효로서 다른 오양효와 친비(親比)하고 오양이 일음과 서로 교제하려고 한다고 본다. 그러나 구괘에서는 이렇게 보지 않는다. 서로 교제하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일음을 결궤하려 하는데 뜻밖에 일음이 아래에 나타났으나 오양은 이를 환영하지 않는다. 일음이 스스로 나와 오양에게 보이려고 하는 뻔뻔스런 음효다. 오양효가 인솔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나왔으니 세력이 강하고 나가는 것에 전념한다. 내괘 손풍은 장녀로 씩씩한 여자이고 초육은 성괘주효로 음의 기세가 강하다.
구괘를 쾌괘 다음에 배치한 이유에 대해 서괘전에서는 ‘쾌는 결단하는 것이다. 결단하면 반드시 다시 만남이 있다. 그러므로 구로 이어 받는다’고 해 ‘쾌자 결야 결필유소우 고 수지이구’(夬者 決也 決必有所遇 故 受之以姤)라 했다.
구괘의 상하괘 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구괘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다섯 양 중에서 유일하게 음으로 존재하는 초육이다. 동질적인 사람들만으로 구성된 어떤 단조로운 집단에서 모두가 좋아하는 이질적인 요소가 새로이 들어와 만남이 시작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만남을 의미하는 ‘구괘’(姤卦)라 한다. 여자는 집단의 윤활유, 활력소가 돼야 한다. 상하괘 간의 상을 보면 바람과 구름이 서로 모여 취하는 풍운상취지과(風雲相聚之課)의 모습이고 과실이 나무의 머리 위에 열려있는 과유수두지상(果有樹頭之象)이며 타향에서 이성의 벗을 만나는 타향우우지상(他鄕遇友之象)이고 봉황이 날아 난조새를 만나는 봉출봉난지의(鳳出逢鸞之意)의 뜻을 함의하고 있다.
구괘의 괘사는 ‘구, 여장 물용취녀’(姤, 女壯 勿用取女)라 했다. 즉, ‘구괘는 여자가 강함이다. 아내로 취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일음이 점점 세력을 증가해가고 양을 박락(剝落)해가니 일음의 음사한 여인을 취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양은 의(義)을 뜻하고 음은 정(情)을 말한다. 구괘에서는 음의 정이 강한 여자를 만나니 이는 예(禮)를 갖추지 않고 만나는 사통(私通)이고 음행(淫行)이다. 그것은 오랫동안 같이 살고 있는 부부의 교제라고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단전에서는 이를 ‘함께 오래 같이하지 못한다’고 해 ‘불가여장야’(不可與長也)라 했다. 여자를 취할 때는 함(咸)의 예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단전에서는 만나는 방법에 대하여 인사현상과 자연현상의 두 가지로 나눠서 본다. 먼저 인사현상에서 만나는 방법으로 구괘는 ‘구는 만남이다. 유가 강을 만나는 것이니 여자를 취하지 말아야 한다. 함께 오래 같이하지 못 한다’고 해 ‘구우야 유우강야 물용취녀 불가여장야’(姤遇也 柔遇剛也 勿用取女 不可與長也)라 설명한다. 유(柔)가 강(剛)을 만나는 것인데 유는 초육의 음이고 강은 오양이다. 그 만나는 방법은 유 쪽에서 나가서 강을 만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라는 여자의 세력은 강하고 어느 것에도 구속 받지 않으려고 하니까 이런 여자는 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여자(女)를 취한다(取)는 두 글자를 합하여 취(聚)자를 만들었다. 이를 ‘불가여장야’(不可與長也)라 했다. 일음이 양효와 조화(調和) 접합(接合)해서 성장해 가는 것이 아니고 그 세력이 강하게 돼서 서서히 양의 세력을 박락해 버리니 같이 살아야 할 상대는 아니는 것이다. 자연현상으로 설명하면 천지 음양이 서로 만나(天地相遇) 만물을 생하고 신장(伸張)하게 해 아름다운 것들을 품는다(品物咸章也). 즉 사람의 눈을 기쁘게 하거나 마음을 즐겁게 한다는 의미다. 강건중정(剛健中正)한 오효가 주괘(主卦)인 주효(主爻)의 위치에서 여장(女壯)인 일음을 올바르게 만나고 있으니 사악한 것이 자꾸 자라나려고 하는 싹이 있어도 그것을 억제해서 세상을 선(善)하게 잘 다스려 갈 수 있다는 것이고 더욱이 구(姤)라는 것이 때를 얻어 마땅하니 시의(時義)도 역시 크다고 해 ‘천지상우 품물함장야 강우중정 천하대행야 구지시의대의재’(天地相遇 品物含章也 剛遇中正 天下大行也 姤之時義大矣哉)라고 설명한다. 상전에서도 구(姤)의 상(象)을 천하(乾)에 바람(風)이 불어서 돌아다니는 모양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바람이 잘 불고 돌아다니며 움직이는 모양은 마치 군주의 명령을 천하에 발하고 철저히 전달돼서 백성을 가르치고 지도하며 나라를 다스리고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구(姤)는 성괘의 주효가 음(陰)이어서 왕후의 후(后)자를 쓰기도 한다.
서죽을 들어 구괘를 얻으면 뜻밖에 어떤 일을 만나 사기를 당한다거나 돈을 잃는다거나 재난을 만난다. 예컨대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 간판이 떨어져서 다치는 등 그다지 만나기 쉽지 않은 일이 일어난다. 좋은 일이 아니라 좋지 않은 일이 뜻밖에 만나는 운이다. 음, 여자의 방해물이 안으로 스며 들어와 건금인 돈을 사기 당한다거나 감언이설에 속는다거나 사악한 사람으로 인해 흉해(凶害)를 만날 수 있으니 이를 주의해야 한다. 또한 천하에 바람이 부는 상에서 물건을 간수하지 못하거나 마음의 동요가 많은 때이니 옛날부터 있던 것을 지키고 파멸이 되지 않도록 주의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하는 일 등은 뜻밖의 일을 만난다는 의미에서 우연한 상황에서 시작되지만 여자의 도움으로 작은 일은 도달할 수 있지만 큰일을 불가하다. 양의 세력들이 물러서는 괘이기 때문에 일상적인 일들은 이뤄지지만 일신(一身)의 대사(大事) 등을 불가능하다. 혼인에 있어서는 가장 흉한 점이다. 일부오부(一婦五夫)로서 아주 음분(淫奔)한 여자이기 때문이다. 여자도 물론 불가장야(不可長也)니 결혼해도 끝까지 해로할 수 없고 자기가 안정되는 장소를 얻을 수 없어 흉하다. 운기 운세 등은 뜻밖의 손실이 있고 여자로 인하여 실수가 있다. 성질이 좋지 못한 여자에게 걸려서 일이 막히고 기량이 지나치게 강한 악처(惡妻)로 인해 번잡한 일이 끊이질 않는다. 사업, 거래, 교섭 등에서 생각지 못한 뜻밖의 일로 인해 예상외의 실패가 있고 손실이 많이 발생하니 일을 성사시키려 나아가지 말고 멈춰야 한다. 음(陰)의 소인의 입장에서 보면 오양(五陽)의 귀인을 만나 도움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상거래 등에 있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결과는 한때 좋을지 모르지만 나중에 좋지 않고 부정한 일이 발생하여 신용을 잃게 된다. 출산은 구(姤)의 만남의 의미에 산기(産期)가 예정보다 빠르고 음이 강해지면서 양을 박진(剝盡)하기 때문에 산모(産母)의 건강에 주의해야 한다. 기다리는 사람이나 가출인은 여자 때문에 나갔으나 우연히 찾게 되거나 돌아온다. 유실물은 집안에 있어 발견된다. 병은 성병, 감기, 전염병, 주색음행의 절도의 부족으로 인한 병인 경우가 많고 내외괘의 상으로 보아 두통, 뇌출혈, 두열족냉(頭熱足冷), 不食(불식), 부종(浮腫), 탈항(脫肛), 치질 등이다. 병세는 처음에는 조그마한 증세로 시작해 점차 쌓여 박멸의 위험이 있으니 발병 당시 조속히 근본 치료를 해야 한다. 날씨는 구름이 끼면서 흐리고 바람이 분다. <동인·도시계획학박사 062-654-42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