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인선생의 역경 강좌] (164)육십사괘 해설 : 44. 천풍구(天風姤) 下 포무어 기흉(구사), 이기포과 함장(구오), 구기각 린무구(상구)
〈包无魚 起凶 , 以杞包瓜 含章, 姤其角 吝无咎 〉 |
천풍구(天風姤)괘 육사의 효사는 ‘포무어 기흉’(包无魚 起凶)이다. 즉 ‘꾸러미에 물고기를 잃어 버렸다. 흉함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내 것을 잃어 버렸는데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상황이 이러하니 잃어버린 물고기를 다시 얻기 힘들다. 이성이나 재물 운에 좋지 않다. 구사는 초육의 응효이니 초육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어야 하지만 구이가 이미 초육을 싸고 있으니 구사는 물고기를 잃은 것이다. 즉 ‘포무어’(包无魚)상황이어서 흉이 일어난다(其凶). 구사는 대신 제상의 지위에 있으니까 구오의 군(君)을 보좌해 정사(政事)를 돌봐야 하고 가장 먼저 초육을 조치해야 하지만 구이가 이미 그렇게 해버린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이는 백성의 소리를 외면한 것으로서 이로 인해 흉이 일어난 것이다. 구이와 구사의 차이는 둘 다 양효로서 초육과 응하고 있지만 구사는 부중(不中)을 얻어 생선을 얻을 수 없고 구이는 중을 얻어 생선을 얻을 수 있다. 역(易)에서 중을 얻는 것은 이처럼 중요하다.
구사를 얻으면 ‘포무어’의 상황이어서 목표로 하는 것을 이미 다른 사람에게 빼앗겼다. 사업을 일으키려 해도 다른 사람이 이미 먼저 시작해 버렸고 어떤 지위를 지망했어도 다른 사람이 먼저 그 지위를 차지해 버렸다. 돈을 빌리려 했는데 그 사람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 빌려줘 버린 것이다. 또한 사람들과 친하지 않아 기회를 놓친다. 이를 상전에서 ‘흉이 일어나는 것은 백성과 멀어져 민심(民心)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해 ‘무어지흉 원민야’(无魚之凶 遠民也)라 말했다. 변괘가 손위풍으로 사물을 잡을 수 없어 계속 흘러가 버린다는 의미에서 원하는 일이나 바라는 바 등은 통달하기 어렵고 바라는 바 등을 남에게 뺏겨 다툼이 생길 수 있으니 자중(自重)해야 한다. 이러한 식으로 거래, 사업, 교섭이 어렵고 혼담도 잠깐 머뭇거리는 동안에 늦어져 다른 사람을 결정해 버려 성사되기 어렵다. 기다리는 것은 다른 사람의 방해로 기대하기 어렵고 가출인은 이미 오래 전에 멀리 가버렸으니 포기해야 하며 유실물은 도난 등으로 찾기 힘들다. 임신은 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만에 하나 임신 했다면 입덧과 비슷한 병증이고 출산까지는 장애가 많아 어렵다. 병은 감기, 중풍, 허리 통증 등이고 일진일퇴(一進一退)가 반복하면서 오래 간다. 날씨는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다. ‘직업이나 진로 여하’를 묻는 점에서 구사를 얻으면 그 직업이나 하고자 하는 일은 ‘꾸러미에 고기가 없다’고 했으니 알맹이가 없는 별 볼일 없는 직업이고 진로이니 다른 것을 찾는 것이 좋다.
구괘 구오의 효사는 ‘이기포과 함장 유운자천’(以杞包瓜 含章 有隕自天)이다. 즉 ‘구기자 나무가 오이를 감싸고 있다. 아름다움을 함축하고 있다.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명이 있다’는 뜻이다. 하늘에서 아름다운 명(命)이 내려오니 반드시 뜻하지 않는 좋은 일이 많이 있다. 단 수명점(壽命占)에서는 하늘로부터 명을 받기 때문에 더 이상 생명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오이 과(瓜)는 초육이고 물고기는 구이이며 구기자 나무 기(杞)는 구사로서 버드나무 일종으로 잎이 무성한 것이니 2, 3, 4, 5효의 양효(陽爻)를 가르친다. 이 네 개의 양효는 버드나무의 줄기로서 이 버드나무의 줄기에 붙어 초효 오이가 자라고 있고 오이를 싸고 있는 것이 구이 양효다. 오이가 뿌리 가까운 데에서 자라고 있고 구이가 잎으로 덮여 숨겨 놓았으니 보이지 않는다. 바람(巽風)이 불어 잎이 흔들리며 살짝 오이가 보이는 모습을 ‘함장’(含章)이라 했고 함장은 ‘아름다운 모습을 머금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모습을 보고 오이를 먹고 싶지만 아름다운 모습을 누리기 위해 먹지 않는다. ‘장’(章)이라는 것은 아름답다는 것이고 재능을 말하지만 아름다운 재능은 숨겨도 숨기지 못해서 살짝 보여야만 묘미가 있는 것이고 전체가 다 보이면 감탄한 일은 있어도 존경할 수는 없다. 그러니 음의 초효는 오양의 아래에 숨겨져 있어야만 그것이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전체가 다 보이면 여장부(女壯婦)의 본성을 나타내고 만다. 자신의 재능을 숨기는 것은 덕이 높은 사람이 아니면 못하는 것과 같이 음의 소인이 본성을 다 드러내지 않고 재능 있는 존재로서 놓아두기에는 버드나무가 무성한 그러한 높은 덕화(德化)가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이 ‘함장’(含章)의 의미다. ‘유운자천’(有隕自天)이란 의미는 쾌괘(夬卦)에서 결거(決去) 당한 음효가 뜻밖에 돌아 온 것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것으로 무용유해(無用有害)하다고 해서 필요 없는 것으로 방임하지 않고 때의 세력이 그러하니 그대로 받아들여 천명에 순응하는 대처 방법을 기술하고 있다. 구오는 강건중정(剛健中正)한 자리이기 때문에 천명을 받아들일 수 있어 이를 복(福)으로 바꿀 수 있다. 이를 상전에서는 ‘구오가 아름다운 미덕을 함축하는 것은 중정하기 때문이요, 하늘에서 명이 내릴 것이라 함은 천명을 거역하지 않았음’을 말한다’해 ‘구오함장 중정야 유운자천 지불사명야’(九五含章 中正也 有隕自天 志不舍命也)라 말했다. 실전에서 구오를 얻으면 표면에 보이는 일이 진실이 아니고 그 안에 계략, 비밀, 음사함이 들어있다. 그러나 이를 알고도 모른 척해서 임하는 것이 좋다. 이를 말하려 하지 말고 문제 삼지 말고 만사에 관용하는 마음으로 일을 진행하는 것이 무난하다. 물론 신규사업, 사업 확장의 기운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업, 거래, 교섭, 원하는 일 등은 지금은 때가 아니니 이를 숨겨서 기다려야 한다. ‘유운자천’이라 해 뜻밖의 일을 만남으로 인해 전임, 전직 등이 있으나 초조하거나 근심 걱정하지 말고 그 기운에 따르는 것이 나중에 아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혼인 등은 중간자의 사기가 우려되니 보류하는 것이 좋다. 출산은 평상이고 ‘유운자천’의 효사에서 높은 곳이나 계단에서 떨어져 유산이 될 수 있음을 주의하라. 가출인은 숨어 있으니 금방 찾기는 어렵고 유실물은 변리(變離)가 돼 서두르면 찾을 수 있다. 병은 발열, 역상, 심장장해, 시력쇠퇴로 병근(病根)이 깊어 쾌유가 어렵고 중병이라면 위독한 상태다. 날씨는 바람이 불었다가 맑아진다. [실점예]에서 구오를 만나면 하늘의 도움으로 뜻하지 않은 좋은 일이 생기는 때로 모 기업인이 구오를 만난 해에 H기업을 인수했다. 하락이수에서 ‘상인은 반드시 존귀한 사람과 제휴(提携)해 얻어지는 바가 바라지도 않았는데서 나온다’고 했다.
구괘 상구의 효사는 ‘구기각 린 무구’(姤其角 吝 无咎)라 했다. 즉 ‘뿔의 극에서 만나 애처로우나 허물은 없다’는 뜻이다. 일이 극에 이르렀으니 뒤집어지고 부러진다. 몸이 다치는 경우가 생기고 사업이 힘들어 지며 거래처와 갈등이 있다. 부인으로 인해 고통을 당하는 때이니 이를 경계해야 한다. 초효에서 생해 올라온 일음이 멈추는 것을 오양은 바라고 있지만 개별적으로 보면 남녀의 정(情)으로는 상구도 역시 다른 양효와 마찬가지로 초육을 만나고 싶은 것이다. 초육이 음사(陰邪)한 여장부(女丈夫)라는 것은 증오하지만 구체적으로 현실화되면 몰래 만나고 싶은 것이 사람의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상구는 괘가 극하는데 양을 가지고 있어 그렇게 하는 것은 과격이 지나쳐 결국은 도에 맞지 않다. 구이처럼 포용해서 놓을 수도 없고 구삼처럼 주저하는 것도 아니어서 격정(激情) 그대로 나가서 초육에 대해 ‘구기각’(姤其角)이 되고 만다. 괘가 끝난 데에 있으니 각(角)으로 취상했고 뿔처럼 단단한 것을 접촉하면 다치게 되니 ‘인’(吝)이라 했고 상구는 초육과는 응(應)도 비(比)도 아니어서 ‘무구’(无咎)라 했다. 상구를 만나면 너무 지나치거나 강한 기운으로 인하여 다툼을 일으키거나 파괴를 초래하는 상황이다. 모든 일에 손대지 말고 관심도 갖지 않음으로써 무사(無事)를 바라는 것이 득책이다. 사업, 거래, 교섭, 원하는바 등 모두 실패하고 통달하지 못하고 신규의 일도 절대 금물이다. 혼담은 불평불만이 많아 보류해야 한다. 출산은 임산부가 지나치게 무리한 일을 하여 어려움이 있다. 변괘가 택풍대과로 무너지는 상이니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가출인은 상효이니 멀리 나가 있어 돌아오기 힘들고 기다리는 일은 예상과 정반대이며 유실물은 때를 잃었으니 발견하기 어렵다. 병은 전신부종, 해수(咳嗽), 극한 두통, 복부경만(腹部硬滿) 등으로 손써야할 때가 늦어 회복이 어렵고 중병은 목숨이 위험하다. 날씨는 흐리고 바람이 분다. [실점예]에서 상효는 강성함의 끝에 도달했으니 부러질 염려가 있고 변괘 대과는 본말(本末)이 약해 무너지는 상이니 몹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는 음(女丈夫)이 초효부터 밀고 올라오는 기운이 너무 강성하고 지나치기 때문이다. <동인·도시계획학박사 062-654-42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