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학 온라인 강의 대충해도 되는 것인가

2020년 03월 23일(월) 18:45

코로나19 장기화로 개학을 다음달 초로 늦춘 지역 대학들의 온라인 강의가 부실하다고 한다. 영상이 자주 끊기고 재생이 제대로 되지 않는 기술적인 측면뿐 아니라 강의 내용도 수준 미달인 경우가 많아 학생들의 불만이 높다. 여느 때 같았으면 봄날 캠퍼스 낭만을 누렸어야 할 대학생들이 집 등 한정된 공간에서 부실한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으니 그 답답함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등록금 일부를 환불해달라는 이들의 목소리가 무리가 아니다.

지역 한 대학생은 최근 온라인 강의를 듣다 울화통이 터졌다고 말한다. 그는 “화질이 좋지 않고 중간에 자꾸 끊긴다. 코로나 시국에 급하게 올렸다지만 너무 성의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 학생은 또 9과목 수강을 신청했는데 이중 7개 수업은 온라인 강의도 없이 과제로 대처했다고 한다. 학교 측이 교수들에게 온라인 강의를 하거나 과제를 내는 방식으로 수업을 대체하도록 했는데 일부 교수들이 손쉬운 과제 내기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다른 학생도 “자꾸 과제만 내줘 당황스럽다. 강의 영상이라 해서 봤는데 PPT만 띄워놓고는 넘기기만 한다. 수업을 듣는 건지 자습을 하고 있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대학들은 강의 방법은 지도교수들이 결정할 사항이라며 손을 놓고 있다. 온라인 강의에는 교수가 직접 제작한 영상 자료, 온라인 공개강좌 K-MOOC, 유튜브나 TED 등을 활용한 전공 관련 공개강의, 실시간 원격강의 등이 있다. 하지만 세부적인 교육매뉴얼은 구비돼 있지 않다고 한다. 교수가 직접 강의를 제작하지 않고 기존 영상물 등으로 대체해도 대학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의 재난으로 이처럼 학생들의 교육 서비스가 크게 추락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어디로부터도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과제만 해야 하는 지경에 내몰린 상황이다. 전례가 없어 불가피하게 수업에 흠결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의지와 준비 부족은 아닌지 교수와 대학 측은 살펴봐야 할 것이다. 부실한 온라인 강의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