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 시인 평설 몇 마디

2020년 03월 23일(월) 19:22

고대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의 ‘변신’에 전해지는 이카로스(Icaros)가 <춤추는 광대>의 독법에 요긴하겠다. 하늘을 날다 추락해 비극적인 최후를 마친 ‘이카로스의 날개를 차용해 쪽진 머리 무녀 따라 꼽추 춤을 추는 ’할매‘, 그 할매에게서 허공 휘도는 상모초리를 광대의 ’간절한 몸부림‘으로 묘사한 이 작품에서 빛고을의 별무리 따라 시련을 극복하는 희망의 이미지가 읽힌다.

----------------

벚꽃이 만개한 벚나무에서 “저 많은 사랑의 순간”을 표현한 <벚나무 눈부실 때>는 “눈부시게 애틋한/꽃 뒤에 숨은 헌신”의 시간들을 ‘놓친 줄도’ 모르고 감상하는 화자의 모습을 제3자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예컨대 시의 액자소설이라고 할까. 만개한 벚꽃 앞에서 우리는 “허공의 버찌”로 남을 사랑의 최후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그 숨 가쁜 현상들이 시각적 울림으로 노래되는 것을.

---------------------

천불천탑의 가람, 운주사는 부처와 탑석이 지천에 널린 거대 난장이다. 작품의 주제인 <와불>은 어느 때 무슨 연고로 산꼭대기의 조각품으로 새겨졌을까. “머리 쪼개고/얼굴 삐뚤어진” 사바세계의 ‘상이부처들’이 인상적으로 노래된 이 작품은 풍운의 세월이 웅숭깊다. 이리 눕고 저리 뒤집은 묵언정진과 풍찬노숙의 세월은 ‘극락’을 염원하는 오늘의 운주사의 표상이 아니겠는가.

-----------------

춘분도 지나 집 앞 골목에서 볕 바라기하는 ‘사내 아이 둘’에 초점을 맞춘 <봄 이야기>는 연둣빛 봄물이 ‘엄마 밥’같은 그리움으로 배어나올 것 같은 서정성이 돋보인 작품이다. 지난 날 고향 정경은 요즘과는 천양지차였다.

질색팔색 할 일이지만 어린 날의 우리는 어머니가 반쯤 씹은 밥을 받아먹으면서 자랐다. 사랑의 힘은 이리 신비한 것이다. 요즘에도 우리는 탕이나 조림을 상에 올리고 숟가락을 들락거리며 식사를 하지만 88올림픽 때 고민거리 중 하나가 탕과 조림문화라 하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