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인선생의 역경 강좌](167)육십사괘 해설 : 45. 택지췌(澤地萃) 下 대길무구(구사), 비부 원영정 (구오), 재자체이(상육)
大吉无咎, 匪孚 元永貞, 齎咨涕洟 |
췌(萃)괘 구사의 효사는 ‘대길무구’(大吉无咎)다. 즉 ‘크게 길해야 화가 없다. 크게 길해야 화가 없다는 것은 위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고 해 상전에서는 ‘대길무구 위부당야’(大吉无咎 位不當也)라 했다. 육사는 자기 위치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다. 육사의 위치는 주인, 사장 아래에 있는 지배인이나 매니저이니 밑으로 사람이 모이는 것이 쉽고 구사도 중음(衆陰)에 접하고 있고 인심을 얻기 쉬운 위치에 있음으로 민심은 구오보다 구사 쪽으로 모이는 경향이 있다. 초육이나 육삼의 효도 구사와 응비(應比)가 돼 구사에 마음이 끌려 있다. 이러한 자리에 있으니 구사는 대인군자가 아니면 큰일이 난다. 만일 구사가 소인이라면 이처럼 모여드는 인심을 바탕으로 구오 군위의 세력을 꺾는 큰 불상사를 일으킬 수가 있다. 구사가 대인이어야 자신의 사심(私心)을 없애고 구오 군(君)을 위해 일한다. 그러므로 구사는 대인이고 사심이 없는 군자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대길’(大吉)이라 했고 대인이면 길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즉 대길은 대인이면 길하고 소인이라면 흉한 것이다. 상전에서는 음위에 양효가 있어 위치가 올바르지 않으나 ‘대인이라면 대길’이라고 해 조건을 붙이고 있다.
서죽을 들어 구사를 얻으면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받거나 신용을 얻어 교섭이 많이 들어오는 때이지만 이로 인해 훗날 남에게 의심을 받는 일이 있을 수가 있어 대인관계에서 고심하는 때이다. 중요한 목적이나 바라는 바 등은 성사되고 통달할 수 있지만 사람들로부터 원망을 받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업, 거래, 교섭 등에서는 이익을 얻어 발전하는 운세지만 인간적인 고뇌가 생길 수 있고 상대방의 이익도 고려하는 도량이 있어야 하며 물건이 모이는 때니 수중에 큰돈이 없다면 손해를 볼 수 있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전이나 여행 등은 평안하다. 혼담은 성사되는 인연이나 정혼 이외의 다른 이성의 개입을 주의해야 한다. 잉태는 임신하였고 평산이다. 기다리는 일은 소식이 있고 기쁨이 있으니 항심(恒心)을 잃으면 재난이 있고 가출인이나 유실물은 변감(變坎)으로 있는 장소가 바뀌어 발견하기 어렵다. 병은 가슴아래 명치부위에 체기(滯氣), 비위의 쇠약으로 인한 장해, 내상(內傷) 등으로 오래 지속되고 악화의 조짐이 있다. 날씨는 흐리고 비가 온다. 구사의 [실점예]에서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효사의 ‘대길무구’(大吉无咎)의 해석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락이수(河洛理數)에서는 ‘대길해서 무구하다’라는 뜻과 ‘대길해야 무구하다’는 두 가지로 해석하고 있다. 구사는 하괘의 삼음(三陰)이 찾아와 함께 놀고 있으니 힘은 좋으나 음위에 양효가 있어 앉는 자리가 마땅하지 않기 때문에 실전 사례에서는 그렇게 좋지 않다. 재물이나 재산은 모이는데 승진이나 관운을 좋지 않다. 오직 대덕군자(大德君子)라야 개과(改過)해 복을 얻는다. 고도탄상은 ‘췌괘 상괘 태(兌)는 높은 자리에서 강연하고 하괘 대중이 즐거워하며 모이는 상이다. 사효가 변하면 수지비(水地比)가 돼 무리와 친할 수 없고 모인다는 것이 없어져 버린다’고 점고했다.
췌(萃)괘 구오의 효사는 ‘췌유위 무구 비부 원영정 회망’(萃有位 无咎 匪孚 元永貞 悔亡)이다. 즉‘췌의 시기에 자리를 얻으니 화가 없다. 아직 믿음을 얻지 못했으니 크게 오랫동안 정도를 지켜야 후회가 없다’는 뜻이다. 상전에서는 이를 ‘췌의 시기에 바른 자리를 얻었으나 뜻이 아직 빛나지 못 한다’고 해 ‘췌유위 지미광야’(萃有位 志未光也)라고 말했다. 위치가 있고 모이는데 앉은 자리가 마땅치 않다. 그래서 빛이 나지 않는 것이다. 구오는 강건중정의 효로 주괘의 위치에 있어 중음(衆陰)이 모여온다. 군의 덕화(德化)에 감읍(感泣)해 모이는 것이 아니고 지위의 위광(威光) 때문에 모이므로 길하다고는 말 못하지만 모이는 것이니, 무구(无咎)함을 얻을 수는 있으나 여기에 취약(脆弱)함이 있다. 그 까닭은 모이는 것에 진심이 없기 때문에 ‘비부’(匪孚)라 한 것이다. 이를 상전에서는 ‘미광야’(未光也)라 했고 구사인 막부(幕府) 장군이 구오를 가리고 있어 중음(衆陰)의 백성들은 군왕의 존엄을 모르는 것이다. 서죽을 들어 구오를 만나면 지위는 있어도 실력이 동반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이에 불평불만을 품지 말고 자신이 가야할 길을 지키고 오랫동안 계속해 나가면 힘을 얻고 명예도 얻을 수 있다.
운기 운세는 표면상은 좋지만 내실이 없고 이익도 없을 때이지만 초조하거나 불평불만하지 않고 지금의 기운을 스스로 지켜 나가면 드디어 나중에 향상된다. 소망 등 원하는 것도 통달해 기쁨을 얻지만 실익이 동반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겸손하게 때를 기다려 나아가면 행복의 길운을 만난다. 거래, 사업, 경영, 계획, 교섭 등에 있어서는 협력자나 아랫사람들을 의심하기 쉽지만 관용으로 포용해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고 화합을 도모한다면 나에게 유리하게 진행되고 결국 이익을 얻고 승리하게 된다. 주소, 거소의 이동에는 불안함이 있으니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다. 혼담은 좋은 인연이니 성사시키도록 해야 한다. 잉태는 초기에는 난증(難症)이 있고 놀랄 일이 있으나 위험하지는 않으니 안산(安産)이고 임산(臨産)은 빠르다. 기다리는 것은 소식을 얻기 힘들고 가출인은 진(震)의 세력에게 달려 나갔으니 돌아오기 힘들며 실물은 밖으로 나가 큰 길이나 사람이 많은 곳에서 잃어버려서 찾기 힘들다. 병은 변괘 진(震)이 놀라는 의미나 이양효(二陽爻)에서 일양효(一陽爻)을 잃었으니 쇠약해지고 급변 악화의 조짐이 있다. 병증은 여러 증세가 합해 위태에 빠지기 쉽다. 악화의 원인은 초조해 의사나 약을 자주 바꾸기 때문이다. 변괘가 예괘(豫卦)가 되고 예(豫)를 게으르다고 보므로 마음을 놓아 치료를 태만한 것이 원인이다. 날씨는 흐림 속에서 갑작스럽게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고도탄상은 ‘모인의 운기 운세점’을 점해 구오를 얻고 다음과 같이 점고했다.‘췌괘는 기쁘게 쫓는 것에는 인심이 모이는 것이므로 췌괘라 하고 사물이 모여 교통하는 때로 본다. 호체(互體)에 풍지관(風地觀)이 있어 신령이 모이는(萃) 때이지만 신은 지성을 가지고 제사하면 모이고 그렇지 않으면 흩어지는 것(渙)이다. 지금 오효를 얻었으니 자기 아랫사람인 육사가 권위를 휘둘러 자신의 성의를 밟고 숨어서 많은 사람들과 통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즉 나는 높은 지위에서 제사를 올리고 있는데 육사는 내 권위와 덕을 빼앗아 내 뜻이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은 세태가 그러한 때이니 이에 개의치 말고 자신의 정성을 다해 노력하면, 육이는 나와 응하고 있기 때문에 마침내 권위는 내게로 되돌아온다’고 했다.
췌괘 상육의 효사는 ‘재자체이 무구’(齎咨涕洟 无咎)다. 즉 ‘슬피 탄식하고 흘리며 통곡하나 허물은 없다’는 뜻이다. 초육은 췌의 처음에 해당하고 상육은 끝이다. 이제 췌가 극해 흩어지려는 변화가 일어나고 이로써 애절한 원망이 생긴다는 의미다. ‘재자’(齎咨)라는 의미는 탄식하고 슬퍼하는 형용이고 ‘체이’(涕洟)는 눈물, 콧물 흘리며 우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상효는 췌가 끝나는 시기로 위치가 높아 실익(實益)이 없고 하괘의 음효들이 마음을 모으려고도 하지 않으며 상육은 태의 주효로서 기쁨을 멈추려하지 않고 더욱 산야에 은둔하지도 못해
헤매고 어려움에 처해있다. 그래서 상육은 췌를 얻지 못하는 것을 한탄, 탄식하고 눈물, 콧물 흘리고 있는 것이다. 이를 상전에서는 눈물콧물 흘리면서 위치가 편안하지 못하여 뜻을 얻지 못한다고 해 ‘재자체이 미안상야’(齎咨체而 未安上也)라 말했다. 서죽을 들어 상육을 얻으면 가정사나 내부에 하던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때다. 눈물을 흘릴 만큼의 고통이 오고 삶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나 마음고생이 심한 상황이다. 모든 일이 생각대로 안 되고 그 지위가 때에 맞지 않아 어렵다. 사업, 거래, 교섭, 계획, 원하는바 등은 통하지 하고 울어야 하는 일이 생겨 반드시 실패한다. 신규의 일은 절대 불가하고 물러서서 방어하는 것이 득책이다. 태는 언변(言辯)으로 구설수로 흉화를 초래하고 혼담은 성사가 안 되고 잉태는 태아가 너무 크거나 늦어져서 수술하거나 흉해(凶害)가 있다. 기다리는 것은 기대와 달리 비탄에 빠지고 가출인이나 실물은 돌아오지 않는다. 병은 변비(變否)하여 위급하거나 사람들이 모여 울고 있는 묘비상이다. 날씨는 맑고 흐림이 반복된다. [실점]에서 췌괘 상효를 만나면 상효는 물이 넘쳐 홍수가 나는 때이니 눈물 흘리고 후회막심이므로 절대 일을 추진하면 안 된다. <동인·도시계획학박사 062-654-42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