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베이스’가 성공하려면 정겨울 (문화체육부 기자)

2020년 04월 13일(월) 18:34

전남문화관광재단이 흥미로운 시도를 한다. 바로 국내 최대 미술품 거래 시장인 ‘서울옥션’과 재단이 함께 진행하는 ‘제로베이스’란 프로젝트다. ‘제로베이스’는 두 기관이 참여하는 미술품 경매 장터의 이름이다. 공모에 선정된 출품작 100여점은 온라인경매에 오르게 되는데, 모든 작품들은 0원으로 시작돼 ‘제로베이스’라 이름 붙였다. 시장 가격이 형성되지 않은 작가 작품에 대한 가격 결정은 구매자들이 결정하게 된다.

재단이 공모를 통해 작가와 작품을 선정하면, 서울옥션 측에선 이후의 프리뷰 전시와 온라인 경매의 전 과정을 진행하게 된다. 여기에는 전남 출신 작가들만 참여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재단이 직접 지역 작가들의 서울·수도권 미술시장 판로 개척을 위한 가교가 돼 주는 것. 특히 신진작가 발굴·육성을 위한 프로젝트라고 하니 더욱 반가운 소식이다.

서울옥션과 같은 대형 경매 업체는 그동안 전업 작가 중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작가들, 상위 0.1% 작가들의 작품을 주로 다뤄 왔었다. 신진작가 작품이 미술품 경매 시장에 나오기까진 사실상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특히 ‘제로베이스’는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전남에서 시도하는 것으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재단은 2018년까지 ‘남도예술은행’이란 사업으로 매주 1회 진도 운림산방 일대에서 토요경매를 진행해 온 바 있다. 보다 발전된 형태의 미술시장 활로 개척을 위해 대안으로 찾은 것이 바로 ‘제로베이스’다.

지방에서의 첫 시도이니 만큼 ‘제로베이스’에 많은 관심이 뒤따른다.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되려면 먼저 재단 측의 투명하고 공정한 공모 절차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심사 시에는 작가의 활동 사항들을 정확히 파악해 진정한 전남 작가를 걸러내야 한다. 미술품 소장에 대한 지역민들의 인식 또한 바뀌어야 한다. 프로젝트가 진행된 이후에는 수익금 분배 구조가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향후 선순환 구조가 구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대부분의 문화예술 행사가 온라인으로 플랫폼을 옮긴 상황이다. 미술품 거래 또한 온라인에서 훨씬 수월하게 이뤄지지 않을까. ‘제로베이스’에 기대가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