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인태의 사주칼럼] 귀상첩경(貴相捷徑) |
| 2020년 04월 22일(수) 19:25 |
‘무릇 높은 벼슬을 하는 사람이 그 형체와 모양이 맑고 청정하며, 일거일동의 행동이 표일(飄逸·아주 뛰어남)하고, 착한 지선의 도리를 좋아하며, 기상이 고요하고, 말이 이치에 맞고 조리가 있으며, 조정에 벼슬을 하고 있으되 항상 닦고 수련하는 뜻을 두는 것은 스스로 행함으로써 유래하게 된 것이다.
그 사람의 형체와 용모가 도탑고 온후하고, 거처하고 행동하는 것이 엄격하고 정돈돼 있으며. 성품과 기운이 아주 진실하고, 말로 답습해 가는 모양과 위엄이 복스럽게 돼서, 조정에 벼슬하고 있으되 항상 제사 지낼 때처럼 공경하는 마음을 두게 된다.
귀한 벼슬을 갖거나 큰 권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사람의 형상을 써놓은 것이다. 관상학에서 항상 말하는 얼굴 각 부위의 높고 낮음이나 특징들은 타고난 복을 말한 것이다. 하지만 위의 글을 보면 관상의 기본을 말하기보다는 타고난 성품과 일상 중에 드러나는 마음의 씀씀이, 인간적인 도리를 더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다. 큰 정치를 하고 높은 벼슬을 갖기 위해서는 타고난 운(運)보다는 평상시에 나타나는 심상(心相)과 행동의 중요성을 논한 것이다.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권력에 집착하는 헨리4세를 비꼬아 그의 작품 희곡에 나오는 대사가 있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부와 권력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가 반드시 수반한다는 의미를 함축하는 글귀다.
논어(論語)에도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다. ‘자리를 얻지 못함을 걱정 말고 그 자리에 갈 준비가 된지를 걱정하고 자기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 말고 알아줄 노력부터 하라.’
이제 새로운 국민을 대표하는 300명의 의원이 자리를 잡았다. 모두 다 당선되기 전에 지역구 국민들에게 약속을 하고 동의를 구하고 표를 얻었다. 한결같이 자신들은 오직 국민의 심부름꾼이니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다. 모두 다 국민들의 마음을 얻으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의 정치사를 보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초심(初心)을 끝까지 지키기 보다는 권력에 취해 국민의 위에 서는 경우가 대부분임을 봤다.
이번 선거를 통해서도 드러났지만 더 이상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하자는 대로 따라가는 우매(愚昧)하지 않다. 정확하게 시류(時流)를 읽고 있고 무섭도록 잘잘못도 잘 가려내는 혜안도 생겼다.
권한과 재량권이 많은 자리는 그 만큼 책임이 뒤따른다. 당선자들은 지금의 초심이 오만과 독선으로 바뀌질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