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선생의 역경 강좌](171)육십사괘 해설 : 47. 택수곤(澤水困) 上 곤, 형정, 대인길 무구 유언불신 困, 亨貞, 大人吉 无咎 有言不信

2020년 05월 11일(월) 20:01

역경의 마흔일곱 번째 괘는 택수곤(澤水困)이다. 곤은 ‘어렵고 곤란하다’는 뜻이다. 곤건감둔 즉 곤궁할 곤괘(困卦), 절음발이 건괘(蹇卦), 물구덩이 감괘(坎卦), 십년둔난 둔괘(屯卦)는 역경의 4대 난괘(難卦)에 속한다. 곤괘가 난괘인 까닭은 내괘 감수(坎水)는 외괘 태택(兌澤) 위에 있어야 연못 위에 물이 차있는 상이 돼 올바른 모습이 되는데 물이 못 아래로 빠져 버린 상이 돼 올바르게 배치되지 않아 곤란한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

단전에서는 ‘중효에 해당하는 구이와 구오는 양강(陽剛)의 군자가 모두 음(陰)의 소인에 가려져 군자의 도(道)가 나타나지 않는 곤(困)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상전에서는 ‘곤(困)의 상형은 울타리(口) 안에 나무(木)가 무성해 다른 것이 들어갈 여지가 없기 때문에 몹시 괴로워하고 있다’고 해 ‘곤강엄야’라 표현하고 있다. 마치 화분과 같은 울타리 안에 심어진 나무가 필요로 하는 양분을 취할 수 없어서 괴로워하고 고뇌하고 있는 모습이다. 곤괘의 상황은 비가 내려야 하는 우기임에도 강우가 없어 농사에 필요한 관개용수가 고갈돼 버리는 경우처럼 곤괘는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고뇌, 없는 것을 있도록 노력해도 못하는 어려움, 있기는 있어도 그 장소를 바르게 얻지 못해 쓸모없게 되는 어려움을 함의(含意)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계에서도 인간세계에도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 현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계든 인간계든 큰 틀에서 보면 존속 운행해 나가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즉 대인(大人)은 곤(困)에 처해서도 이를 무시하고 형통(亨通)을 얻는다는 것이다.

곤괘의 상하괘 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하괘 감수는 이전투구를 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해야 할 구사는 상괘 태괘(兌卦)의 주효가 아니고 자신의 역할을 못하고 있어 상괘 태괘는 골치가 아프고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고 해 ‘곤괘’(困卦)라 했다. 이 경우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태괘가 순(舜)임금처럼 모범적인 희생봉사를 함으로써 남들을 감화시켜 그들 스스로 변화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상하괘 간의 상을 보면 물이 있어야 할 강에 물이 없는 하중무수지과(河中無水之課)의 모습이고 갈가마귀가 고목나무에서 울고 있는 상(鴉啼枯木之象)이며 내 몸을 지키면서 때를 기다리는 수기대시지상(守己待時之象)이고 연못에 습기가 빠져버린 택중탈습지의(澤中脫濕之意)의 뜻을 함축하고 있다.

곤괘가 승괘 다음에 배치된 이유에 대해 서괘전에서는 ‘올라가는 것을 멈추지 않으면 반드시 곤란한 일이 있다. 그러므로 곤괘로써 받는다’고 해 ‘승이불이 필곤 고 수지이곤’(升而不已 必困 故 受之以困)이라 한다. 승(升)이 상육에 ‘명승’(冥升)으로 어둠 속에서 올라가면 곤괘의 곤궁에 빠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너무 승진만 하다가 생각지도 못한 좌천, 퇴직 등의 어려움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곤은 수택절(水澤節)에서 오는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절(節)은 곤(困)과는 반대로 즉 역위생괘(易位生卦)한 괘로 연못에 물이 가득 차 있는 상으로 그 물이 넘치지 않고 새어 나가지도 않아 적절하게 잘 유지돼 있으니 좋은 것이지만 본인이 먼저 적극적으로 움직이면 앞으로 곤궁함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그 추이(推移)를 알 수 있다. 또한 곤괘(困卦)는 삼양삼음(三陽三陰)괘로 천지비(天地否)에서 상효와 이효가 음양이 교체돼 온 것인데 이는 막혀서 통하지 않는 어려움을 탈출하려고 움직여 보지만 힘이 부족하거나 노력이 불출분해서 곤란에 빠져 어쩔 수 없게 되고, 감의 구이의 일양이 아래로 래왕생괘(來往生卦)하면 택뢰수(澤雷隨)가 돼 마음에 없이 진(震)의 장부(丈夫)를 따라 젊은 여자가 가출하는 경우를 운세추이(運世推移)해 볼 수 있다.

곤괘의 괘사는 ‘곤 형정 대인길 무구 유언불신’(困 亨貞 大人吉 无咎 有言不信)이다. 곤괘는 곤궁함을 상징하는데 즉, ‘형통하다. 정도를 지키는 대인 군자만이 상서로울 수가 있고 허물이 없다. 어떤 말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기서 곤괘가 형통하다는 것은 발전 성공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궁통’(窮通)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곤의 어려움을 절제하지 못하고 도망가 어려움을 면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올바름(貞)을 지킴으로써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으로 이는 대인만이 할 수 있는 것으로 그로 인해 허물이 없고 화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 ‘곤, 형정 대인길 무구’(困, 兄貞 大人吉 无咎)라 했다. 예컨대 물이 없으면 생명은 죽을 수밖에 없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끝까지 참고 견뎌 비가 올 때를 만나 생생하게 살아나는 강한 나무처럼, 피할 수 없는 어려움을 탓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상전에서는 ‘못에 물이 없는 것이 곤이다. 군자는 목숨을 바쳐 뜻을 이룬다’고 해 ‘택무수곤 군자이치명수지’(澤无水困 君子以致命遂志)라 했다. 단전에서는 ‘곤은 강한 것이 가려져 있어 나가지 못하고 있다. 험난함으로써 기뻐한다. 곤은 형통한 바를 잃지 않는다. 오직 군자만이 올바를 수 있고 대인만이 강중함으로써 길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이 있으나 믿어주지 않는다. 오히려 입이 궁하다’고 해 ‘곤강엄야 험이열 곤이불실기소형 기유군자호정 대인길 이강중야 유언불신 상구내궁야’라고 말했다. 외괘의 태는 군자는 곤중(困中)에서도 잃어버리지 않은 기쁨이 있다는 것이고, 소인이라면 곤에 처한 상황이기 때문에 구설(口舌)을 의미한다. 신(信)은 감수의 믿음이지만 감수가 태중에서 새어 나가 잃은 것이 곤(困)이니 ‘유언불신’이라 한 것이다.

서죽을 들어 곤괘를 만나면 먼저 ‘곤괘는 태중(兌中)에 물이 빠져 없다’는 상에서 고갈, 결핍, 곤궁, 쇠약으로 자금이나 재료가 부족하거나 노력이 빈약해 곤란한 상태에 처하는 상황이다. 그 까닭은 양효가 음효에 싸여 있어서 올바른 사람이나 힘이 있는 자가 표면에 서지 못하기 때문에 곤란한 일이 생겨 능률저화, 운영곤란 등의 상태가 생긴 것이다. 잡괘전에서는 ‘곤은 서로 만난다’(困相遇)고 해 서로 만나 곤궁하게 됐다거나 곤란함에 빠져 위험에 처했다고 본다. 곤괘는 2 3 4효에 이(離)의 태양이 있어 물을 말리기 때문에 택(澤)중에 물이 없는 것이고 이는 날씨로 보면 가뭄에 의한 물 부족 현상이며 또한 내부 사람의 낭비나 사기로 인해 곤란한 상황을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운기, 운세 등은 현재는 어렵고 마음은 불안해 어떤 일도 해결되지 않는 때다.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상효의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강력하게 추진하면 오히려 실패한다. 원하는 일 등은 자신의 힘이 없고 재력도 부족하니 통달하지 못한다. 나가려고 하지 말고 옛것을 지켜야 한다. 사업, 거래, 교섭 등도 자재, 인력 등이 부족하여 추진이 어려워 중도에 그만둘 수밖에 없으니 지금은 때가 아니어서 기다려야 한다. 혼담은 진행이 어렵고 생각대로 되지 않으며 거절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곤란하다. 물가 등은 바닥까지 빠져 서서히 올라간다. 물건은 부족해 가격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주소, 거소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고 신축, 여행 등도 보류하는 것이 무난하다. 기다리는 것은 희망한 바 대로 되지 않고 가출인이나 실물(失物)은 숨어 있거나 다 써서 없어져 버렸다. 병은 심한 구토나 설사, 여자는 아래 부위의 병, 양(陽)이 싸여 자유롭게 크지 못하니 가슴이 막히는 증상 등으로 어렵고 기력이나 체력의 쇠약으로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날씨는 물이 없는 가뭄으로 곤란한 상황이고 가을이면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있으며 천지비의 상구와 육이가 교차돼 감수가 됐으니 큰 비가 온다고 예측할 수도 있다. 〈동인·도시계획학박사 062-654-4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