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발전 이종환 남도학숙 은평관 사무처장

2020년 05월 17일(일) 18:03

대부분의 경우 이유는 비슷한 것 같다. 집이 없다거나 집지을 땅이 없다거나, 혹은 집이 있어도 살림살이가 없다거나, 땅도 집도 살림살이도 다 있는데 사람이 없다거나 등등이다. 원래 물려받은 것이 적어 다른 사람들과 비교되는 것도 억울한데, ‘주고는 싶은데 집이 없어 곤란’하다거나 ‘주어도 별로 쓸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없는 사람들은 힘이 빠진다.

시장에 나온 물건이 가치가 크면 클수록 가질 수 없게 됐을 때 느끼는 허탈감은 더욱 크게 마련이다. 더구나 그런 물건들은 대개 포장도 잘 되어 있는 법이다. 이번에는 1조원이 투자되는 사업이었고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이번 사업을 통해 고용 13만7천명, 생산 6조7천억원, 부가가치 2조4천억원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고 한다. 사업이 끝난 후 계량을 하는 절차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어림잡기도 어려운 규모의 사업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지역균형발전은 어려운 일이다. 분권개헌 외침도 어느 틈엔가 조용해지고 있는 것 같고, 그보다는 분권이 필요하다는 논의자체가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방법과 우선순위의 차이가 있을 뿐 지역을 살려야 한다는 입장은 같다고 본다.

사기업이 입지를 선정하고 투자를 하는데 있어서는 지자체의 차별화 된 유치노력이 당연히 필요하다. 그렇지만 여기에도 제도적인 한계가 있다. 아마도 과도한 경쟁의 폐해를 예상해서 기준을 정했을 것이고, 같은 의미에서 흡인력이 큰 수도권에 대한 규제는 - 해당 지자체들의 반대는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주도하는 국책사업 - 특히나 첨단산업에서 앞서나가고 국가 과학기술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사업 - 을 추진함에 있어서까지 그 입지를 지자체의 경쟁에 맡기는 것이 올바른 방법인가에 대해서는 보다 사려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기정통부 자료에 의하면 선정위원회 위원장인 이명철 과학기술 한림원 이사장은 “과학기술인 입장에서 첨단산업에서 우리나라가 앞서나갈 수 있는 바탕을 만든다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평가에 임했다”며 “위원회는 어떠한 정치적 고려 없이 과학적·객관적 시각에서 공모의 취지에 맞게 우리나라의 경쟁력 제고에 가장 적합한 입지를 찾고자 노력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평가지표를 보면 주로 부지 제공 (정지작업 및 진입로, 부대시설 포함)이 50점에 근접하고, 나머지 50점 속에도 접근성과 정주여건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봤을 때 언급한 취지와 상당히 거리가 있고 결국 일반 사기업이 부지를 물색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정부의 사업은 굳이 공모라기 보다는 더 치밀한 기초조사와 오히려 정치적인 판단을 통해 입지를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되는 부분이다.

특히 이 시설이 첨단산업에서 우리나라가 앞서 나갈 수 있는 바탕을 만든다는 목적 - 과기정통부는 이 시설의 활용가능 분야로 반도체, 에너지 분야 등 소재산업의 첨단기술 및 신재품 개발과 바이오 신약개발 등 생명산업 신시장 창출을 꼽았다 - 이라면, 이를 통해 지역간 불균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역의 입장에서도 내재된 역량, 가지고 있는 자원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과 연계 육성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전과 유관기관, 이전 또는 신생 기업과의 연계, 한전공대의 성공적 정착, 농수산업의 6차산업화 등이다.

청주시는 평가항목 전반에서 고루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특히 지리적 여건, 발전가능성 분야 등에서 타 지역 대비 우수한 평가를 받아 최적의 부지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그들의 노력은 축하받아야 한다.

입지로 선정된 청주를 지도에서 들여다본다. 그동안 우리나라 개발 중심축이라 생각되는 서울, 판교, 대전, 구미, 부산을 잇는, 호남권에 대해 볼록한 우하향 곡선상에 놓여있다. 접근성과 집적도를 우선한다면 중심축만 계속 두터워지지 않을까, 우려가 우려로 끝나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