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보며 박돈희 |
| 2020년 05월 18일(월) 17: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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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언론에 92세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기사가 많이 오르내리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상 수치스러운 일 중에 하나가 일본과의 강제합방이다. 이용수 할머니는 그런 강점기에 군인위안부로 있었으며 위안부의 과거를 폭로하면서 사회의 주목을 받은 분이다. 자신의 과거 소녀시절에 겪은 수치스러움을 과감하게 표출하며 인간의 정의로운 삶에 대한 가치를 만천하에 공개했다. 그때 한국사회는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일본의 만행에 대하여 사죄를 요구하게 됐다. 우리는 1945년 세계2차 대전이 끝나고 후속 조치로 일본의 강제적 합방에서 풀려나 독립을 되찾게 됐다. 우리가 다 알고 있듯이 그때는 산천은 민둥산이었고, 먹고 살기란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것이 70년대 이전의 우리의 삶이었다. 그러나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온 국민이 뼈를 깎는 노력으로 세계 속에 당당한 성취와 존재감을 보여주었으며, 우리나라는 현재 모든 면에서 세계 10위권이라는 경이로운 성과를 이룩했다. 그 활력으로 한국 국민에게 세계는 좁고 지구촌이 넓은 무대가 됐다.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8일 대구의 한 찻집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이 자리에서 “28년간 이어온 수요집회에 더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할머니는 “학생들이 수요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귀한 돈과 시간을 쓰지만 집회는 증오와 상처만 가르친다”면서 “올바른 역사 교육을 받은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이 친하게 지내면서 대화를 해야 문제가 해결이 된다”고 했다. 또 집회를 주도해온 정의기억연대 측에 대해 “자기들과 함께하는 할머니는 피해자라며 챙기지만, 단체에 없으면 피해 할머니라도 신경 안 쓰는 걸 봤다”면서 “30년간 속을 만큼 속았고 이용당할 만큼 당했다”고 비판했다. 이 기자회견은 그동안 할머니의 용기 있는 삶을 허망하게 만들었고, 한국사회의 30년간 공들였던 탑이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
이용수 할머니와 정의기억연대의 신뢰가 깨지는 모습을 보며 할머니의 지고한 용기를 저렇게 처참하게 밞아버리게 된 것이 무엇인가? 우리 모두 이용수 할머니의 용기를 지켜주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 매우 씁쓸하고 안타깝다. 성숙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는 듯하다. 이용수할머니의 기자회견 날은 4월15일 20대 국회의원선거일이었고 이제 선거를 치룬지 20여일이 지날 때이다.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지낸 중심인물 A씨는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30년 동안 우리사회의 기반을 닦는 사회운동단체에 국회의원 비례대표 자리를 준 것이다. 한국의 정치권이 사회의 기반을 지키는 단체의 대표성을 인정하고 정치를 함께하는 것은 마땅하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이 할머니는 30년 동안 그분과 동고동락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가 정치인으로 변신한 것에 대한 정의기억연대의 순수성에 대한 의구심일 것이다. 위안부할머니들에 대한 피해보상 등의 경제적 대접이 섭섭했어도 명예회복이 되고 일본이라는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이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기에 인내하고 기다렸을 것이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아직도 군인위안부에 대한 해결이 종결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 기자회견을 가장 많이 이용하려는 측이 일본이라고 본다. 일본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한국 지도자에게 과감하게 역공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답은 간단하다. 국회의원 당선자 A씨가 겸손한 마음으로 할머니께 진정성 있게 다가가고 의원직을 내려놓는 것이다. 그 길이 할머니가 수치스럽게 느꼈던 군인 위안부 시절의 과거를 세상 밖으로 드러낸 결단과 용기에 부합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우리사회는 적어도 그런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재단법인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를 약해 정의기억연대라고 한다. 정의기억연대 설립목적이 일본군 ‘위안부’라 불렀던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의 범죄인정, 진실규명, 공식사죄, 법적배상, 책임자처벌 등을 통한 정의로운 해결을 이룸으로써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에 기여하며, 역사교육 및 추모사업 등을 통해 미래세대로 하여금 일본군성노예제 문제를 올바르게 기억하게 하고 무력갈등 및 전시성폭력 재발방지와 전시성폭력 피해자의 인권회복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정의기억연대는 본래의 정체성에 충실하며 그 목적이 달성하도록 최선을 다해야하고 국민은 그들의 활동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응원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한다. 전국적으로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수가 2018년 3월말 기준으로 1만4천여곳이다. 시민단체의 생명력은 바로 운영의 투명성과 대표의 책임성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