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천 길을 걸으며 빛고을 사랑하기 박성수 |
| 2020년 05월 24일(일) 18: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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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하여 제대로 걷지 못했던 광주 둘레길을 지난 주말에는 조심스럽게 걸었다. 마스크도 쓰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면서 말이다. 때마침 5·18 광주민주항쟁 40주년을 기념하는 주간인지라 빛고을 산들길 사랑모임에서는 정규코스가 아닌 광주천변 길을 선택하여 걸어 보기로 한 것이다.
먼저 송정리로 나가는 극락대교 아래에서 시작하여 광주시청 뒤쪽을 경유, 광천대교를 지나 두물머리에서 숨을 고르며 쉬었다. 두물머리라는 생소한 용어보다 양수리라는 지명이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용봉천과 광주천이 만나는 이곳은 시민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멋진 폭포를 비롯하여 여러 조형물을 만들어 놓았기에 눈요기하며 편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아쉬움이 있다면 용봉천이 복개되는 바람에 두 갈래 물이 합류되는 이 자리가 제대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용봉천 일부 구간이라도 원상회복하여 도심의 답답함을 해소하였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가롭게 거닐고 있는 왜가리, 짝을 지어 다니는 물오리, 그리고 강을 거슬러 헤엄쳐 올라가느라 기를 쓰는 잉어들을 보며 광주천의 생태계가 나름대로는 잘 조성되고 있나 싶었다. 그러나 이 안도감도 잠시였다. 뜻밖의 복병을 만난 것이다. 생활하수가 아무런 여과 장치 없이 냇물로 그대로 방출되고 있음을 목격하게 되었다. 바로 그 앞에는 악취가 심한 웅덩이까지 만들어져 있음을 보면 상당 기간이 지나도록 방치되어 있었다고 생각된다. 하루속히 보완되어 깨끗한 냇물이 유지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에 요청해 두었다.
문득 어느 기업인에게서 들은 안타까운 이야기도 생각났다.
그분은 어느 여름 광주천을 걷다가 외롭게 헤엄치고 있는 물오리 한 마리를 보고 안쓰럽던 나머지 양동시장에 가서 오리 한 마리를 사다가 넣어 주었단다. 궁금해서 바로 그다음날 아침 천변에 나가 보니 사이좋게 놀고 있더란다. 그날 이후 이 오리 부부를 보는 재미로 광주천을 매일 걸었는데,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어느 날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아 주변을 샅샅이 살펴보았더니 털만 수북하게 남아 있고 오리들 행방은 묘연했다. 주위 사람들 이야기로는 어느 야생동물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하였지만, 그저 안타까울 뿐 속수무책이었다고 한다.
한편 광주천이 금지구역인데도 한가롭게 낚시하는 사람들도 보여 이 또한 관리 부재가 되어 문제이다. 미국에 있으면서 보니 대학호수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에게 벌금을 물리는 경우들이 있었는데, 우리도 이런 강경책이라도 써야 할 듯싶다. 수달도 서식하고 있다고 보도된 만큼 생태계가 잘 보존된 지역이니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필자의 단골 이발사 아저씨 증언에 의하면 언젠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 물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수달과 눈을 마주쳤다고 한다. 휴대폰을 꺼내는 사이에 자취를 감추고 말았지만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노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청정지역에서 산다는 수달이 있는 것을 보면 우리 광주천은 그래도 수질관리가 되고 있다 싶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이윽고 우리는 도심으로 들어오면서 양동복개상가 밑을 지나게 되었다.
실로 오랫동안 복개가 되어 있는 이곳은 음산하고 퀴퀴했으며, 주차장으로 사용되는지라 콘크리트 구조물만 있어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지하철이 다닌 이후 양동상가 교통량이 상대적으로 줄어 있기에 일부라도 다시 열어 광주천에 숨통이 트였으면 좋겠다. 마침내 오늘의 목적지인 빛고을 마루에 도착, 우리는 장장 12㎞의 강행군을 마칠 수 있었다. 광주대교 아래를 지나며 여기가 목포에서 신의주까지 가는 국도 1호선 구간임을 확인, 언젠가는 빛고을 구간을 걸어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사월 초파일을 기념하여 광주천에 띄어 놓은 연등을 보는 재미로 우리는 세 시간 남짓의 빛고을 사랑을 마칠 수 있었다.
오늘도 유유히 흐르고 있는 광주천은 40년 전의 아팠던 그 날들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빛고을 산들길 사랑모임 (빛길모) 40명 일행들은 함께 5·18 민주 영령들의 영혼 안식을 머리 숙여 빌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