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으로 변질된 ‘엿 바꿔먹기’

최환준
(사회부 기자)

2020년 05월 25일(월) 19:08

한국전쟁 발발 이후 먹을거리 없이 배고픔에 굶주리고, 가난했던 그 시절. ‘엿’은 현재 대표적인 국민간식이라고 알려져 있는 라면이나 호떡, 떡볶이 등처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군것질거리 중 하나였다. 특히 리어카에 엿을 싣고 다니며 고물을 주어온 동네아이들에게 엿으로 바꿔주던 엿장수 아저씨의 모습은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엿장수 아저씨의 가위질 소리가 들리는 순간 아이들은 집안에 있던 고물을 정신없이 뒤지게 했고, 심지어 살림에 필요한 세간부터 안방에 고이 모셔둔 도자기까지 들고 가기도 했다. 먹을거리가 궁하던 시절, 단 맛에 흠뻑 취한 아이들은 엿의 달콤한 맛과 엿장수의 향수를 잊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 추억 속에 간직하던 이 ‘엿’의 의미가 부정적 의미로 변질돼 통용되고 있다. ‘엿 먹어라’, ‘엿 같은 세상’, ‘엿 바꿔 먹기’ 등이다.

이 가운데 ‘엿 바꿔 먹기’는 중학교 입시가 존재하던 당시 엿의 원료를 묻는 문제에서 무즙(汁)도 정답이라고 주장한 학부모들이 무즙 엿을 만들어 교육청에 ‘이 엿도 먹어봐라’고 항의한 데서 처음 생겨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에는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엿이나 바꿔 먹으려는 사람으로 변질됐다. 여기에서 주의해야할 점은 상하관계나 갑을관계가 존재하는 행정기관 또는 입법기관 등에서 소위 ‘엿 바꿔 먹기’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와의 관계를 둘 수 있다. 집행부 감시·견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기초의원들이 의원이라는 권한을 앞세워 본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컴퓨터나 비품 등 업체 선정 과정에서 개입을 한다든지 가족 명의의 업체에 꼼수 계약을 하거나 특정 업체와 계약을 위해 관련 부서에 압력을 넣는 등 불순한 의도를 가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기초의원의 역할은 지방자치의 역량을 강화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있다. 만일 ‘누군간 모르고 넘어가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엿 바꿔 먹기’를 하고 있다면, 언제 어느 순간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 기사는 광주매일신문 홈페이지(kjdaily.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kjdaily.com/1590401296511679011
프린트 시간 : 2022년 01월 18일 07: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