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합원 권리는 어디에…꼼수 판치는 ‘짬짜미’ 운영 [지역주택조합 빛과 그림자](3)불공정한 운영 방식 최환준 기자 |
| 2020년 06월 18일(목) 20:12 |
일부 조합들이 총회결의도 없이 업체를 선정하는 등 법규나 절차를 무시한 채 집행부와 업무대행사의 입맛에 따라 운영되면서 조합원들의 이익과 권리보호는 도외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광주지역 지역주택조합은 총 61개로, 설립인가를 받은 지역주택조합은 46곳(동구 2곳, 서구 8곳, 남구 10곳, 북구 19곳, 광산구 7곳)에 이른다.
그러나 준공이 완료된 곳은 9곳(동구 0곳, 서구 3곳, 남구 1곳, 북구 5곳, 광산구 0곳)에 불과하고, 이중 32곳은 사업승인을 받지 못해 착공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공공주택이 들어설 부지의 95% 이상 소유권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조합설립인가 조건인 80%만 확보한 채 추진에 나섰다가 나머지 부지 소유자들과 매매계약이 불발되면서 상당기간 지연되는 실정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조합비 횡령 등 부정행위를 비롯한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이 발생하기도 한다.
조합 집행부와 업무대행사가 해당지역의 토지 소유자들과 토지사용권 또는 매매를 추진하고 있지만 주변 시세보다 과도한 금액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부 조합에서는 추가 분담금까지 발생해 조합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더군다나 지역주택조합의 경우 개개인의 사유재산이 모인 사적 단체인 탓에 법의 사각지대에서 불법행위가 자행될 우려가 높다. 조합 집행부와 업무대행사가 조합원에게 피해를 줘도 이를 구제할 법적 안전장치가 마땅치 않는데다 행정기관에서 관리·감독할 수 있는 근거도 없어 그 피해는 오롯이 서민들이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실제로 광주 북구의 한 지역주택조합에서는 조합 집행부가 관련규정을 무시하고 부당이득을 챙기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잡음이 일고 있다.
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발생된 수익은 조합 임원을 포함한 조합원 전체에게 배분이 돼야 하지만, 조합장 등이 조합공금을 편취할 목적으로 일부 조합원들을 회유하는 등 성과금을 횡령하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어서다.
또한, 조합원 총회에서 조합원들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다른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거나 조합원 대다수가 노인인 점을 노려 합리적인 의사결정권을 침해하는 경우도 이어지고 있다.
조합에서 고용한 OS요원(외주 홍보직원)들이 전문지식이 부족한 조합원 가정을 방문, 충분한 설명 없이 서면동의서를 받아내는 것이다.
즉, 조합장과 업무대행사의 전횡과 횡령 등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탓에 조합원들의 눈과 귀를 가린 ‘짬짜미식’ 운영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때문에 지역주택조합에서 발생하는 분쟁 등을 해결하기 위한 분쟁해결심의위원회 구성이나 조합 예산을 심의하고 견제·감시하는 별도의 기구 조성, 각 자치구에서 주민 생활 속 각종 법률문제를 상담해주는 ‘우리동네 변호사제’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와 관련, 광주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조합원이 전문지식을 갖고 조합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대부분 주택조합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경우 조합원 간 분쟁이나 소송이 발생하기도 하며, 이러한 문제들을 사전에 해소하기 위해서는 토지권원 확보 등 설립인가 조건 자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환준 기자
최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