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설 몇 마디 |
| 2020년 06월 22일(월) 19:05 |
▶수필 ‘거울’은 하루의 시작도 마무리도 거울 앞이라는 화자의 모습이 그려지고 때로 자신의 모습마저 낯설게 느끼는 일상은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이다. 거울은 나를 은밀하게 만나는 사실적인 비밀공간이다. 유년에 뛰놀던 운동장가의 연못도 하나의 거울이고 자신을 비쳐보는 곳은 너와 내가 만난 곳이라는 의미에 이르러 새삼 심신과 영육이 한자리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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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의 열정’은 “향기를 가득채운 /아카시아 숲 그늘”이 이 작품의 계절적 브랜드다. 다섯 수의 비교적 긴 길이의 작품에다 시인은 “물안개 피어오르는/ 아침 햇살”을 풀어내고 “하얀 꽃 곱게 피어난 /불두화(佛頭花)를 보”면서 “초여름 마음 밭에/ 행복한 웃음으로 /고운사랑 나눌 때면//어여쁜 꽃망울들은/노래하며 춤추”는 싱그럽다는 계절감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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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은 실감난 사실성이 읽히는 작품이다. 광주에서 진주를 지나 부산까지 운전해가며 사랑하는 자식을 보러가는 화자의 모습은 봄날 섬진강 벚꽃을 보러가는 일이나 소나기 만나 수수모가지에 양파망을 씌우는 일 처럼 흔한 일상성일 수 있다. 허나 이들은 짚어가면서 시인의 일상성을 참여해 함께 공감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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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슬픔을 모른다’는 바다의 드넓은 광경을 감각적으로 노래한 작품이다. 바다의 율동감에서 모차르트의 음률을 느끼고 하얀 버캐 물너울에 뛰노는 어족들, 파도에 대끼다가 번들거리는 등 비늘, 지느러미 나풀거림이 수평선에 활을 긋는 ‘익명의 섬’에 가서 해조음을 부르고 슬픔을 매장한 채 짐승처럼 꿈틀거린다는 화자의 시적 형상성은 적절한 표현임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