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사건’의 사회적 과제 박종열 함평경찰서장

2020년 06월 23일(화) 19:24

온 세상이 ‘코로나19’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대한 보도가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성착취 영상물을 보고도 범죄행위를 묵인했던 수많은 남성들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들끓었다. 범인 신상공개와 함께 강력한 처벌을 바란다는 국민청원이 열화같이 번져 이 사건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를 짐작케 했다. 이 사건은 우리가 왜 청소년 보호에 사회적 가치를 두어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대통령까지 나서 ‘n번방 사건은 한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잔인한 행위’라면서 중대범죄에 대한 경찰의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대응을 지시했다.

n번방은 반사회적 바이러스의 대명사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 ‘n번방’에서 ‘박사방’을 운영하던 피고인들은 미성년자 다수를 포함한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성착취물을 촬영, 유포해서 부를 취득하다 적발되었다. 인터넷에 한 번 올라간 자료는 순식간에 전파되는 빠른 전파성과 사진, 동영상 파일이 지워지지 않는 특성 때문에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에게 엄청난 고통과 압박을 주었다. 때문에 신상노출을 고민하던 청소년이 자살하는 등 사회적으로 큰 폐해를 낳고 있다.

세간에는 성인 콘텐츠를 일정한 이용료를 내고 시청한 게 뭐가 잘못인지 모르겠다고 항변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불법촬영물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회원들은 단순한 구경꾼이거나 호기심에 이끌린 가입자로 볼 수 없다. 성착취 불법 촬영물이 유포되고 있음을 알면서도 기꺼이 입장료까지 지불한 적극 구매자들이면서 이미 범죄에 대한 후원자이기 때문이다. <아동 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는 제작·소지·유포하는 모든 행위를 피해자의 인격을 살인하는 중대범죄로 규정한다. 미성년자를 포함해 피해 여성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놀이’로 즐기는 사람은 공범일 수밖에 없다.

디지털 성범죄는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나날이 잔인해져가고 있지만 법과 단속은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처벌 강화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성년자나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우리 모두가 ‘n번방’ 사태와 같은 행위가 더 이상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사회적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소통과 연결의 시대에 사는 우리가 사회적 관계망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지만, SNS가 불법행위의 온상이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아동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는 범사회적 인식의 개선이 절실한 시점이다. 국민 모두가 청소년 보호를 위해 눈을 크게 뜰 때 우리 청소년들이 안심하고 밝게 자랄 수 있는 사회로의 혁신도 가능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