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약’ 북구의원 솜방망이 처벌 논란 의회 본회의서 백순선 의원 ‘출석정지 30일’ 의결 ‘제명 요구’ 공무원노조·시민단체 등 항의 이어져 최환준 기자

2020년 07월 02일(목) 19:46

2일 오전 광주 북구의회에서 공무원노조원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이 비위를 저지른 의원의 제명을 요구하기 위해 회의 시작 전 본회의장으로 진입해 의원들과 말다툼하고 있다./연합뉴스

배우자 명의 업체를 통해 불법으로 구청 수의계약을 따내 문제가 된 광주 북구의원의 징계가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근 민주당 광주시당 윤리심판원에서는 해당 의원에게 제명이라는 중징계를 내렸지만, 구의회 차원에서는 이보다 낮은 ‘출석정지 30일’ 징계를 내렸기 때문이다. 출석정지로 징계가 의결되자 ‘제명’을 요구하는 공무원 노조 등과 구의원 간 고성이 오가는 등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북구의회는 2일 아내가 운영하는 업체에 일감을 몰아줘 물의를 빚은 백순선 의원에 대해 ‘출석정지 30일’ 징계를 의결했다.

의회는 이날 임시회 본회의에서 찬성 16표, 반대 1표, 무효 2표로 윤리특별위원회가 올린 백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의결했다.

징계안 표결에 앞서 진보당 소속 소재섭 의원이 출석정지 징계안에 반대하며 ‘제명’을 내용으로 한 수정 징계안을 올렸으나 반대가 13표로 과반수가 넘어 부결됐다.

백 의원은 겸직 신고도 하지 않고 배우자 명의 업체를 통해 11건, 6천700만원 상당의 북구청 수의계약을 따낸 사실이 밝혀져 소속 정당의 제명 처분을 받고 의회 윤리위에도 회부됐다.

윤리위는 백 의원을 포함한 소속 위원 2명이 각종 비위 사실로 불참한 가운데 백 의원에 대해 ‘출석정지 30일’ 징계안을 결정해 본회의에 상정했다.

이날 본회의 시작 전에는 백 의원에 대한 ‘제명’을 요구하는 공무원 노조원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이 본회의장 내부로 진입해 항의 발언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구의원과 고성·막말을 주고받는 일도 벌어졌다.

징계안이 통과된 이후에는 “다들 한통속이다”며 “비리 의원에 대한 출석정지 징계는 유급휴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의장 임기 마지막 회의를 개최한 고점례 의장은 “북구의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 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린 점을 북구의회를 대표해 사과한다”며 “무거운 책임감과 자숙을 통해 낮은 자세로 책임 있는 의정활동을 하고, 청렴 종합대책을 조속한 시일 내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백 의원의 징계안 의결에 앞서 북구의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제8대 후반기 의장에 표범식 의원을, 부의장엔 김영순 의원을 각각 선출했다. 3일에는 각 상임위원회(행정자치·경제복지·안전도시·의회운영위원회)위원 선임과 위원장을 선출한다.

‘비리의원 백순선 퇴출과 공직비리 근절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도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새로운 단계의 투쟁에 돌입하기로 입장을 모았다.

대책위는 “공무원노조, 주민 모임, 시민 사회 등 각 주체의 역할을 나눠 비리 의원의 퇴출과 행·의정 권력의 구조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며 “드러난 의혹에 대해서는 고발을 비롯한 법적 대응과 함께 도의적 책임을 묻는 여론·홍보 활동도 더욱 광범위하게 정기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최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