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의 경제학 김일태 전남대 교수

2020년 07월 28일(화) 19:05

취업과 재취업은 가장 뜨거운 이슈이다. 작금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불황 업종의 종사자들은 해고와 유·무급 휴직으로 불안하고 고용시장에 진입하려는 취업준비생들은 좁은 취업의 문마저 닫혀버린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심각한 고용 상황에서 최근 취업의 갈등을 촉발한 일명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가 발생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약 1천900명의 비정규직 보안요원을 안정적인 근무와 처우개선을 위한 정규직 전환 방식에서 사회적 갈등을 낳게 되었다. 기존 정규직은 채용 방식에서 정당한 절차와 공정한 경쟁을 준수할 것을 주장하고 취업준비생들은 비정규직의 채용 특혜로 채용 기회를 박탈하는 기회의 불평등을 항의하고 있다. 특히 취업준비생들은 기회 평등, 과정 공정, 결과 정의가 작동하지 않는 합의 시스템을 거부하는 것이다.

취업시장은 주어진 정보가 비대칭적인 상황에서 위임자와 대리인의 계약 관계가 형성되는 공간으로 위임자는 기업경영자이고 대리인은 복수의 구직자들이다. 취업은 참여기회, 채용 과정, 취직이라는 절차를 따른다. 취업의 기회는 자격과 능력 있는 누구에게나 개방되어야 하고 균등하게 주어져야 한다. 현실 경제에서 민간 부문은 경제 상황과 맞물려 호황기에는 노동의 수요를 증가시키는 반면 침체기에는 한시적으로 인턴, 비정규직이나 위탁 형태로 운영해 정규직 채용을 줄이게 된다. 공공 부문의 채용은 필수적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점에서 실제로 채용 기회는 경제와 국가와 공공기관의 역할, 그리고 정보의 격차 등에 의해서 제한적으로 행해진다. 이번 사태도 취업준비생들은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상황을 신규 채용의 기회가 제한되고 불평등하다고 인식하게 된다면 기회 균등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취업의 기회 평등은 취업이든 재취업이든 정당하게 일할 권리로서 보장받아야 한다.

채용 과정은 경영자가 다수의 구직자 중에서 적합한 인재를 선택하는 절차이다. 실제로 기업은 면접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적인 요소로 인한 불공정 경쟁을 차단하고 공정한 절차를 위해 학력 및 스펙 등 관련 신상 미기재와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하게 됐다. 이런 과정에서 양자 간에 서로의 이해가 일치하지 않고 정보의 비대칭성과 부족으로 채용은 가장 최악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정보의 비대칭성을 타개하기 위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스펜스(M. Spence)는 경영자의 노력으로 정보선별(screening), 취업지망자들의 노력으로 정보발신(signaling)을 고안했다. 기업은 취업의 과정에서 무능한 직원을 채용하게 되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 현상을 배제하기 위해 가장 유능한 직원을 채용하려고 구별하고 구직자는 사전에 자신이 능력 있는 인재임을 알리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가 부족한 기업은 정보선별로 인재를 구별하고 구직자는 정보발신으로 적합한 인재라는 것을 알리려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채용의 과정은 모든 취업 응시자들에게 공통의 규칙이 공정하게 적용된다면 결과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제 채용의 결과가 기회의 균등과 공정한 경쟁의 과정으로 결정되면 정의로운 결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취업이 구직자의 자격과 능력이 되지 못한 영역에서 부모 찬스와 같은 가족 배경이나 족벌주의, 그리고 뇌물 공여 등으로 채용된다면 돈과 혈연이라는 가장 추악한 원칙들에 의해서 인적자원 배분이 이루어지므로 정의롭지 못해 비난받아야 하고 벌을 받아야 한다.

이런 공정하고 정의로운 분배에 관하여 정치철학자 마이클 왈저(Michael Walzer, 1983)는 ‘Spheres of Justice: A Defence of Pluralism and Equality’(정의의 영역)에서 각 재화와 서비스들이 나름의 분배 원칙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특정 재화에 대해 권리를 가지느냐 여부는 그 재화가 공동체 생활에서 수행하는 역할과 중요성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취업서비스도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가치이다. 그는 마이클 샌델(2005)이 ‘Public Philosophy: Essays on Morality in Politics’(번역본 제목: 왜 도덕인가?)에서 인용한 것처럼 “복지는 궁핍한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하고, 명예는 그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들에게, 정치적인 힘은 도덕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직책은 적임자들에게, 사치품은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능력과 의향이 있는 사람들에게, 신의 은총은 독실한 사람들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재화와 서비스들의 정의의 영역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진다면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이번 사태의 기회를 통해서 취업을 준비하거나 재취업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취업 서비스의 영역에 있어서 “취업은 공통의 규칙을 적용하는 공정한 경쟁과 절차로 그만한 자격과 능력 있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인적자원 배분 시스템이 작동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