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중에 남의 신랑 빼앗기를 잘 한다오 [장희구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379) |
| 2020년 08월 04일(화) 17: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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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
원산 사는 소파야 네가 잘한 게 무엇인지
저는요 시며 노래며 춤이며 다 잘하는데
그 중에 남의 신랑 뺏기를 잘 한다네.
元山小波爾何能 詩能歌能又舞能
원산소파이하능 시능가능우무능
能之能中別有能 無月三更奪夫能
능지능중별유능 무월삼경탈부능
재치 넘치는 농담은 분위기를 반전시켜 대인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공부할 때도 슬쩍 옛이야기 하나를 들려주게 되면 학습 효과를 증대시키는 경우도 많다. 친지들과 대화를 할 때 분위기를 압도하려면 이야깃거리를 만들거나 농담반 진담반 구수한 한 마디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 좋다. 어느 관기가 손님을 모셔놓고 농(弄)삼아 던졌던 한마디에 재치 있게 받아 넘겨 웃음을 자아내도록 슬며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달 없는 밤중에 남의 신랑 빼앗기를 잘 한다오’(八能詩)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소파(小波)로 원산에 살았던 기녀인 여류시인으로 생몰연대를 비롯해 자세한 행적은 알 수 없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원산 사는 소파야! 너는 무엇을 특히 잘 하는고? / 저는요, 시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춰요 // 잘하는 중에서 특히 더 잘하는 것이 있어요 / 달 없는 밤중에 남의 신랑 빼앗기를 잘 한다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여러 가지를 잘하는 시]로 번역된다. 사방팔방(四方八方)이란 말이 있다. 어느 곳이나 빠짐없이 ‘두루’라는 뜻으로 쓰인 상용어다. 위의 ‘팔능’(八能)도 이런 의미로 이해해야 될 것 같다. ‘모든 것을 능통하게 잘한다. 혹은 잘 할 수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원산에 살았던 소파(小波)라는 기녀가 무엇이나 능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래서 동해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항구도시 원산을 찾는 많은 관료들이 소파를 만나 정담을 나누거나 재치 넘치는 그녀의 농담에 웃음을 자아냈던 것으로 보인다.
시인은 어느 시객(詩客)과 마주앉아 시문을 주고받고 있다. 아니 혼자 중얼거리며 자문자답하고 있다고 해도 좋겠다. 시도 잘 짓고,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해서 원산 지방을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로 재치 넘치는 솜씨에 탄복하지 않는 이가 없었겠다.
시객은 다시 되묻는다. 그 중에서 특히 잘한 것은? 시인은 화자의 입을 빌려 거침없는 즉답을 쏟아낸다. 야삼경 길거리에 나가 남의 신랑 빼앗는 것을 제일 잘한다고…. 한 바탕 웃음을 자아낸다. 이와 같은 해학적인 시는 한바탕 웃음으로 다음의 활력소를 만드는 재충전이 된다.
※한자와 어구
元山: 강원도 북쪽 항구 도시. 小波: 작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 爾何能: 너는 무엇을 잘하느냐? 詩能歌能又舞能: 시, 노래, 무용(가무) 등 다 잘한다. 能之能中別: 잘한 것 중에서 특별히. 無月三更: 달 없는 삼경(밤 11시-새벽 1시). 奪夫能: 남의 남편 빼앗는 것을 잘함.
<시조시인·문학평론가 ㈔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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