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특집 연재]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 日진보학회 월간지에 논문 게재 “국가·신분 뛰어넘은 동정의 인간애 정신 바탕” ‘日 지식인’ 마쓰다 도키코-‘조선인 징용자’ 김일수 조명 인간애 정신 통해 조선·중국인 인권회복 연대활동 주목 ‘반목·질시’ 한일 현실 극복·교류 가능성 단면 보여줘 의의 정겨울 기자

2020년 08월 10일(월) 18:12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마쓰다 도키코 15주년 기념강연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 김정훈 교수.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의 논문이 실린 일본의 민주문학 9월호.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된 재일조선인 출신 김일수(1919-?)와 양심적 작가 마쓰다 도키코(1905-2004)가 일본제국주의의 방해에 굴하지 않고 조선인들과 중국인들의 인권회복을 위해 연대활동을 펼친 내용과 두 사람의 관계를 분석한 논문이 일본에서 나왔다.
논문 집필자는 본보 기획 ‘일본 작가비평-한국에서 바라본 마쓰다 도키코’를 연재하고 있는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
논문은 일본 전국규모의 일본민주주의문학회가 발행하는 월간지 ‘민주문학’ 9월호에 ‘마쓰다 도키코와 김일수’라는 제목으로 ‘전쟁과 문학’ 특집에 실렸다. 일본민주주의문학회는 진보적 문인들과 문학인들이 1965년 결성한 일본민주주의문학동맹이 모태가 됐다. 2003년 일본민주주의문학회로 개칭,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전국 각지에 지부를 두고 있다.
이에 8·15주간을 맞아 김정훈 교수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내용을 정리한다.

▲어떤 논문인지 소개해 달라.

-논문은 ‘서론’, ‘김일수는 누구인가’, ‘마쓰다 도키코와 김일수의 인간애 정신’, ‘증언에서 집필로’ ‘결론’ 등 5절로 구성됐다.

태평양전쟁 말기 중국인 희생자(하나오카 사건) 처리와 조선인 피해자(나나쓰다테) 진상규명에는 재일조선인들과 재일중국인 그리고 사토 와키지(佐藤和喜治)를 비롯한 하나오카 지역의 일본 진보적 단체, 노동조합원들, 광산출신자들이 중심이 돼 활동했다.

이와 같은 활동에서 논문은 조선인 징용자 출신 김일수와 일본의 지식인인 마쓰다 도키코 두 사람의 관계를 주목, 분석한 것이다.

▲두 사람의 활동에 주목한 배경은?

-해방 전 1944년 5월 일본 제국주의와 전범기업에 의한 조선인 징용자 11명, 일본인 노동자 11명의 생매몰 사건(나나쓰다테 사건)이 일어났고, 이 사건이 발단이 돼 중일전쟁의 포로들이 하나오카 강 밑(매몰된 곳) 수로변경을 위해 대거 투입돼 1년여에 걸쳐 중노동과 기아, 폭행해 시달리다 1945년 6월초 봉기해 대략학살을 당하는 하나오카 사건이 일어났다.

1여년 동안 희생당한 중국인이 418여명에 달한다. 이 사건들을 김일수와 마쓰다 도키코가 접한 뒤 어떻게 연대하고 어떠한 활동을 펼쳤는지 한국인은 물론, 전문가나 관계자 외에 모르는 일본시민들이 많다. 증언과 증언록 등을 통해 두 사람이 리더역을 수행한 사실을 발견하고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의 인간애 정신이 지니는 공통점이 있다면?

-마쓰다 도키코의 성장과정과 노동자를 대하는 시선과 김일수가 조선인은 물론 일본인, 중국인에게도 지지를 받은 점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았다. 성장과정과 성격에 근거해 지위와 신분에 상관없이 노동자에 대한 배려와 약자를 동정한 시점이 엿보인다. 김일수도 식민지에서 건너온 조선인이지만 조합위원장으로서 일본노동자의 권익을 위해서도 헌신했다.

▲어떻게 마쓰다 도키코는 김일수 등에게 증언을 얻어 작품에 집필했나?

-당시의 일본인 작가와 다른 점은 마쓰다 도키코는 이국노동자를 자국인과 구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일수의 주선으로 조선인 가정에서 숙박을 같이 하며 조선인 연맹사무소의 회합에도 참가해 재일조선인들과 일본인 유족들과 거리낌 없이 교류했다.

마쓰다 도키코는 항상 노트를 지참해 증언을 빼곡히 기록했다. 김일수를 비롯한 재일조선인, 일본인 유족들의 증언이야말로 작품 집필의 동기를 부여했다고 분석했다.

▲증언을 얻어 1951년에 발표한 ‘땅밑의 사람들’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당연하다. ‘땅밑의 사람들’(1951)이 세상에 나와 조선인, 중국인 피해사건이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또한 한참 희생자 유골발굴과 송환이 진행되던 때라 피해자 지원의 연대활동에 박차를 가하는 동력이 형성됐다.

읽는 이들이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복원한 이 르포작품을 통해 피해 실상을 알게 됐고, 일본제국주의와 전쟁을 위한 증산 제일주의가 범한 가해행위를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시 유골송환이 어떻게 이뤄지고 어떻게 연대가 확장되는지 당시 상황에 대해 언급한다면?

-김일수와 마쓰다도 전면적으로 지원했는데, 1953년에는 일본적십자사, 일중우호협회, 일본평화연락회, 일본노동조합총평의회, 일본불교연합회 등 15개 단체가 과거 군국주의가 범한 침략전쟁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 ‘중국인포로 순난자 위령실행 위원회’를 결성한다. 그리고 이 위원회의 대표단이 유골 송환을 위해 현지를 방문, 유골을 수령한 뒤 도쿄의 절에 안치하고 위령제를 지낸다.

일본 권력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위령제를 지냈으며 연대가 확대되자 조선인, 중국인, 일본 시민들이 대거 합세했다.

▲한사람은 일본 지식인이고 한 사람은 식민지 조선인 출신이기에 더 의미가 있다고 본다. 두 사람이 중국까지 동행했나?

-1953년 여름 김일수는 하나오카 지역 대표로, 마쓰다 도키코는 부인단체 대표로 유골송환을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 추도식과 위령제에 참여했고 연대활동은 중국 내지까지 확산했다.

마쓰다와 김일수는 귀국 후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각지의 보고회에 나란히 참석했고 그 뒤로도 조선인과 중국인 피해자 진상규명 활동에 주력했다.

▲지금의 시점에서 어떤 의의가 있다고 보는지?

-사건들과 두 사람의 활동은 대단히 상징적이며, 국가나 신분을 뛰어넘어 약자에 대한 배려와 동정의 인간애 정신에 근거하고 있다. 더구나 전쟁과 침략주의에 의한 불행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기억을 되새기는 반추 활동이었다고 본다.

국익 우선주의 강조와 역사수정주의 조장으로 한일이 서로 반목하고 질시하는 현실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역학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인간애정신으로 어떻게 그것을 극복하고 교류할 수 있는지 그 단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