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첫 성평등 북카페 광주여성가족재단 ‘은새암’ 가보니… “어디에도 없는 여성주의 서적 보러오세요” 페미니즘 도서 비치·주제별 도서전 마련 작가와의 대화·문화 행사·열린 강좌 풍성 26일 ‘내 인생의 나비 책’ 북콘서트 열려 정겨울 기자

2020년 08월 23일(일) 17:10

최근 금남로로 사무공간을 이전한 광주여성가족재단이 지역 첫 성평등 북카페인 ‘은새암’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나섰다. 사진은 무등빌딩 3층에 위치한 북카페 ‘은새암’ 내부 전경.

포근한 나무 냄새가 퍼지며, 거기에 익숙한 책 냄새가 더해진 공간에 들어섰다. 휴식을 취하며 편히 앉거나 기대어 독서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 책장 면면을 둘러보니 빼곡한 여성주의 관련 책들이 눈에 띈다. 여성의 몸과 젠더에 관한 책부터 여성을 둘러싼 정치·사회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근로정신대 문제를 다룬 서적, 성평등 정책보고서, 여성신문 영인본까지. 페미니즘과 여성, 그리고 가족과 관련된 도서를 다루고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이달 초 금남로 무등빌딩 3층에 새로 문을 연 북카페 ‘은새암’이다.

광주여성가족재단은 최근 북카페 ‘은새암’의 문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은새암’은 ‘은은히 솟는 샘’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여성주의 책과 문화를 통해 광주시민의 삶 속에 스며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본래 은새암은 2011년 재단 창립과 함께 운영돼 왔다. 재단이 사무공간을 옮기기 전 천변우로에 위치하고 있을 당시, 건물 한 켠에 18평 정도의 규모로 자리했었다. 책을 읽고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엔 꽤 비좁은 공간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재단이 지난달 금남로로 사무공간을 이전하면서 가장 염두에 두고 리모델링한 공간이 바로 ‘은새암’이다. 그동안 규모나 위치로 볼 때 재단의 북카페가 많은 이들에게 잘 활용되지 못 했던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금남로로 이전한 이후 재단은 지리적으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과 전일빌딩245, 동명동 등 청년여성들이 유입될 수 있는 곳에 위치하게 됐다.

북카페 은새암에서 열린 체험프로그램의 참가자들.

은새암은 여성주의·페미니즘 등을 다룬 3천839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으며, 의자와 책장 등 휴게시설이 갖춰져 있다. 또한 소규모 네트워크 공간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앞으로 은새암은 책과 성평등, 문화가 어우러진 시민 참여의 문화공간을 비전으로 운영된다. 여성주의 서적을 비치하고 ‘은새암이 뽑은 이달의 책’ 북콘서트, 주제별 도서전을 여는 것은 물론, 정기적으로 작가와의 대화 행사를 마련하고 작은 전시, 시민 열린강좌와 문화예술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다음달부터 11월까지는 페미니즘 입문, 노동과 젠더, 소녀 페미니즘, 가족과 성역할, 섹슈얼리티, 성소수자 여성사 등을 주제로 총 6회에 걸쳐 성평등 열린강좌도 이곳에서 열린다.

또한 치유글쓰기, 춤테라피, 초상화드로잉, 내몸방어기술 등 여성 삶과 문화예술장르를 결합한 체험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은새암의 재개관을 기념하는 행사도 열린다. 오는 26일 오후 4시 열리는 ‘내 인생의 나비 책’ 북콘서트다.

김미경 재단 대표이사를 시작으로 매일 1명씩 도전자를 지명해, 챌린지에 함께한 20명 참여자가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다.

각 도전자들은 지난 20일간 각자의 삶에 선한 영향력을 준 책을 선정해 책의 내용과 한 문장의 메시지를 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해 왔다. 릴레이에서 선정된 책 20권을 하나의 서재로 꾸며 전시하고 각 참여자들과 책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정미경 재단 은새암 사업담당자는 “현재는 공간 내에서만 책을 볼 수 있지만, 향후 도서관리 시스템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대여 서비스도 갖출 계획”이라며 “신속한 신간 공급을 위해 도서 구입 횟수를 조정하고, 도서관 이용자·재단 방문자·여성단체 등의 희망도서 또한 의견수렴 후 구입해 비치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은새암’의 운영 시간은 평일 오전 9시-오후 5시이며, 토·일요일·공휴일은 휴관.

/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