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모펀드 불량시대, 정부의 철저한 대책 필요하다 김희준 |
| 2020년 08월 27일(목) 17: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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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들어 라임펀드, 옵티머스 펀드 등 사모펀드 부실문제가 잇따라 터지면서 많은 피해자들이 양산되고 있다. 사모펀드(PEF·private equity fund)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로, 금융기관이 관리하는 일반 펀드와는 달리 ‘사인(私人)간 계약’의 형태를 띠고 있다. 따라서 금융감독기관의 감시를 거의 받지 않으며, 공모펀드와는 달리 별다른 제약없이 자유로운 운용이 가능하다. 이러한 사모펀드는 최소가입금액이 통상적으로 1억원 이상으로 거액이고, 어떤 펀드의 경우에는 5억원 이상으로 설정한 경우도 있다.
사모펀드에 가입하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수익을 얻고 싶기 때문이다.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로 접어들면서 예금이자로 생활하는 은퇴자나 노인들의 경우에는 조금이라도 수익을 더 얻을 수 있는 상품을 찾을 수밖에 없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이러한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들었다. 예금과 달리 펀드는 원금손실의 위험을 감수해야 함에도 마치 원금이 사실상 보장되는 것처럼 선전하고 은행금리보다 더 높은 수익을 제시하면서 돈을 끌어 모았다. 심지어 옵티머스 펀드의 경우에는 실제 투자하는 상품 자체를 속였다. 공공기관매출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사실상 원금손실 우려가 없는 예금과 같다고 설명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펀드는 공공기관매출채권에 투자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아주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이들이 제시한 수익률은 그다지 높지도 않은 연 2.5%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가입하였던 이유는 은행금리보다 높으면서 원금이 보장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판매처가 NH투자증권 등 대형금융사였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리라고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신한금융투자와 우리은행 등을 통해 라임에서 판매한 무역금융펀드의 경우에는 이미 부실이 발생했음에도 이를 숨기고 판매를 계속하였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판매처인 대형 금융기관을 믿은 피해자들만 발등을 찍히고 말았다.
근래에 사모펀드 피해자들 중 필자들 찾아와 법적 구제방안에 대해 상담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자산운용사인 옵티머스나 라임의 경우에는 거의 도산을 하였기 때문에 판매처인 금융사에 어떻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인지를 가장 궁금해 한다. 이는 부실판매 내지 사기판매라는 것을 어떤 방법으로 입증할 수 있을 것인지에 달려 있다. 그런데 옵티머스의 경우에는 예탁결제원과 판매처인 금융사마저도 속았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책임을 물을 수 있으려면 많은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 NH투자증권과 예탁결제원은 옵티머스 펀드의 부실한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들을 믿고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돈을 투자한 선량한 피해자들만 피멍이 들어가고 있다. 라임의 무역금융펀드 경우에는 가입시점에 따라 판매처의 책임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일정시점을 기준으로 부실판매와 사기판매로 나누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사모펀드는 소수의 거액자산가들만 가입하는 상품이었다. 그러나 가입금액을 점차 낮추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수익을 얻고자 하는 일반인들, 특히 은퇴생활자나 노인들이 많은 가입을 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문제 발생 소지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별다른 규제나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거액자산가들만의 영역이었던 사모펀드를 일반인들에게까지 확대하여 그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는 점만 부각되었다. 이번에 문제된 라임과 옵티머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피해자들은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돈을 잃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분노, 허탈함, 공허함에 몸부림치고 있다.
사모펀드는 운용 가능한 상품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라임 같은 경우에도 운용자산규모가 1조원 미만이었을 때는 좋은 성과를 냈고, 각종 언론에서도 많은 기사로 그들의 성과를 홍보해 주었다. 그러나 자산규모가 점차 늘어 10조원이 넘어가면서 제대로 운용할만한 상품을 찾기 어려웠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로까지 눈을 돌렸지만 결국은 폰지사기에 휘말린 무역금융펀드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말았다. 옵티머스의 경우에도 그들의 선전대로 공공기관매출채권에만 투자를 했다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공공기관의 경우에는 도산의 위험성이 없어 원금을 확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이 공공기관매출채권에 투자하고 싶다고 해서 투자가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투자 가능한 공공기관매출채권의 규모 자체가 그만큼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연쇄적인 사모펀드 부도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시피 사실상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모펀드에 대한 금융 감독기관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없으면 앞으로도 같은 피해는 반복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에서는 사모펀드의 건전한 운용 및 감독방안을 세밀하게 마련해야 한다. 은퇴자나 노인들은 한번 금융피해를 당하게 되면 재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들의 여생은 피폐해져가고 삶에 대한 의욕은 꺾어져 갈 것이다. 정부는 다시는 사모펀드 불량시대가 초래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존재이유이고 헌법에서 규정하고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