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 같은 세상을 기대하며 김영식 |
| 2020년 08월 31일(월) 19: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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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역의 한 만화가와 차 한잔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그림 솜씨가 없어서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부럽다. 생각해보니 초등학교 3학년 때 가을 즈음 시골인 우리 동네에 중국집(中國집)이 처음 생겼는데 어찌나 좋았던지 매일 이곳을 서성거리며 자장면 냄새만 맡으면서 먹고 싶은 마음을 냄새로 달래야만 했다. 그런데 그 해 겨울, 중국집 바로 옆에 만화방이 생긴 것이 아닌가. 시골 작은 동네에 중국집에 만화방까지 생긴 것은 어린 우리에게는 대 사건이었다. 이후 우리 동네 아이들은 중국집과 만화방을 중심으로 신나게 뛰어 놀았다. 벌써 40년이 넘은 이야기가 돼버렸다. 그때 만화 속에서 봤던 전자기기들이 지금 우리가 가지고 다니는 핸드폰이나 수중 스쿠버나 로켓 같은 최신의 기계들이다.
또한 순정만화 속의 사랑 이야기는 이 세상 어떤 아름다운 사랑보다도 더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수 많은 청춘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그 순정만화들, 그리고 야구나 최배달 같은 무술인들의 만화는 단연 최고의 소재들이다. 그런데 단순하게 생각했던 만화가 이제는 웹툰이라는 이름으로 엄청난 산업으로 성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 나니 창조적인 사람들의 작품이 얼마만큼의 큰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실감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문화산업의 저변에 웹툰 산업이 그 바탕을 만든다는 사실은 우리 지역이 많은 자원과 큰 공장이 없는 상황에서 고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창조산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만화는 일단 재미있다. 그리고 상상을 무한정(無限定)으로 할 수 있다는 것 이외에도 수 많은 장점을 찾을 수 있다. 흔히 성공한 사람들이 인생을 말할 때 만화 같은 인생을 살아왔다고 말하곤 한다. 상상할 수 없이 힘든 삶 속에서 성공이라는 꽃을 피웠을 때 바로 만화 같은 인생이라는 표현을 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만화 속에서 일어나는 상상 이상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구를 통째로 통제하고 있고, 50일이 넘는 장마와 지진, 폭설, 태풍은 어쩌면 지구상에 사는 생명체들에게 너무 가혹한 상황인 것 같다. 마치 지구 밖에 있는 거대한 존재가 지구를 마구 휘저어 버리는 만화같은 연상이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는 원시사회와 농경사회를 벗어난 지 100년도 채 되지 않아 비약적으로 인터넷과 가상현실의 세상 그리고 이제는 우주를 탐사하는 엄청난 속도로 진보하고 있는 반면 과연 우리 인간의 의식은 과학의 발전을 따라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아직도 지구의 지도자 중에는 총과 군사력으로 국민을 통치하고 있고 강대국들은 핵폭탄을 가지고 힘겨루기를 하면서 생각은 서로 갈라져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만 하고 있다. 5살짜리 어린아이도 아는 답을 놓고 그것이 옳다 틀리다 하고 있는 그 어리석음은 우리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을 만화로 그린다면 분명 마지막은 정의가 승리하고 어려운 지구를 구하는 주인공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비가 내리는 날 아무 생각 없이 만화 속에 푹 빠져 긴 밤을 지새우던 그 시절이 그립다. 지금 우리는 그 시절보다 수 백배 발전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러면 우리의 의식도 함께 진화해서 서로 조화롭고 배려와 존중하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는가? 진보된 과학을 바르게 썼을 때 지구는 아름다운 별이 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나보다는 사회 전체의 안녕을 생각해야 한다. 때로는 무기보다 글이 힘이 있으며 수많은 글보다는 한 장의 그림이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을 때가 있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느끼는 것 중에 하나는 많은 악기들의 조화로움이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이다. 어찌 자기 악기를 자랑하고 싶지 않고 크게 연주하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완벽한 교향곡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조화로워야 한다. 내가 만난 그 만화가는 만화처럼 이 세상도 조화롭고 아름답게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나도 우리 지구별이 전쟁을 끝내고 평화롭고 아름다워지는 해피엔딩의 만화가 되기를 작은 소년의 마음으로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