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서·화’…옛 선비들 문집 간행 방식으로 현대시 엮다 김종 시인 72편 시·그림 묶어 육필시화집 출간 직접 붓들어 조선 필사 재현 시 관련 회화 덧붙여 눈길 정겨울 기자

2020년 09월 20일(일) 17:14

‘독도 우체통’ 김종 지음/시와사람

‘장미원’, ‘밑불’, ‘배중손 생각’, ‘그대에게 가는 연습’ 등 광주를 기반으로 활발한 문학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김종 시인이 시와 그림을 엮은 육필시화집을 최근 출간해 관심을 모은다.

김종 시인은 옛 조선시대 선비들이 붓으로 직접 필사해 문집을 간행했던 것처럼 72편의 시를 붓으로 직접 쓰고 각 시편마다 이미지에 맞게 회화를 덧붙여, 육필시화집 ‘독도 우체통’을 펴냈다.

광주문화재단 예술육성지원사업으로 발간된 이 시집은 표제작인 ‘독도 우체통’을 비롯해 모든 작품을 시인이 매 작품마다 직접 붓으로 쓰고 그에 맞는 그림을 붙였다.

이번 시집은 그의 시 작품을 붓으로 쓰고 매 작품마다 이미지화한 시인의 그림이 함께 실어 회화와 서예를 시작품과 엮었고, 모두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김종 시인은 “선조 시인들이 필사해 돌려 읽던 그 시대로 돌아가서 시집 한 권을 어렵게 소유하던 시대의 모습을 흉내라도 내고 싶어 직접 붓을 들어 필사하고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김종 시인

이어 김 시인은 육필시화집 작업 이유에 대해 “우리 선인들은 짓고 쓰고 그리는 경지를 풍류와 멋의 차원에서 이해했고 이를 시·서·화라 해, 동일선상에서 크게 평가했던 사실을 상기하며 읽는 이에게 시각적 효과를 더한 작품의 감동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표제작 ‘독도 우체통’은 일본을 상대해 국토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온 우리 국토 독도를 특수상황의 ‘우체통’을 소재 삼아 전라도 사투리에 스민 절절한 어조로 노래하고 있다.

출판사 관계자는 “김종 시인은 시를 사랑하는 독자들이 시 작품에 따른 마음의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써서 마음에 표상하듯 독서하는 것을 소원했다”며 “그 일을 위해서 작품마다 글씨를 쓰고 그에 맞는 이미지를 그림으로 형상해 한껏 시각적 효과를 도모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집에는 시인이 그간 여러 지면에 발표한 시 작품은 물론 광주,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도시를 순회하며 펼쳤던 14차례의 개인전에서 주목 받았던 회화작품 30여점과 각 작품마다 별도로 삽화가 실려 있다.

김 시인의 회화작품은 수많은 서책 표지화나 화보 등으로 활용되기도 했는데 문학 분야의 서책 표지화는 물론이고 전체를 채운 서책만도 30여권을 넘길 만큼 왕성하게 작업해 왔다.

그는 서예작품 전시를 토대로 독특한 그만의 서체가 정착됐고 이를 근간으로 이번 육필시화집을 발간하는 용기를 냈다고 한다.

서예 또한 대한민국 동양서예대전의 초대작가와 한국추사서예대전의 초청작가가 된 이후 서예계의 최고의 권위인 ‘추사 김정희선생 추모 전국휘호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근년에는 이채롭게도 시적 묘미를 더한 활판시집이 출판되면서 신선한 반응을 일으키곤 하지만, 시작품을 모필로 쓰고 그에 맞는 그림을 더해 시적 형상성을 더한 시집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강경호 시인은 “‘독도 우체통’은 지금까지 본 시집 중에서 가장 독특하고 개성이 있는 시집이다. 자신의 시를 직접 필사하고 거기에 맞는 그림을 그린, 이른바 시·서·화가 삼위일체된 것이 외형적인 특징”이라며 “그러나 더욱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은 시인의 일상에서 만나는 정서적 사건을 새롭게 해석하는 탁월한 시적 재능과 시인의 상상 속에서 새로움을 찾아가는 구도자적 길트기, 그리고 견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향해 누구보다 뜨거운 눈길을 보내며 노래하는 시인”이라고 평했다.

/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