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추석생활]연휴 읽을만한 책 선선한 가을바람 독서로 힐링…마음의 양식 ‘차곡차곡’

2020년 09월 28일(월) 18:48

전 세계적으로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팬데믹(pandemic)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안전한 추석 연휴를 보내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연장된 상황이다. 여느 연휴와 달리,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는 연휴가 아닌 ‘집콕’, ‘방콕’이 권장되는 5일간의 휴가다.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선선한 바람과 함께 마음의 양식을 차곡차곡 쌓아보는 게 어떨까. 일상부터 건강, 예술, 기후위기에 이르기까지 연휴기간 중 읽을 만한 다양한 책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註


▲ 화가들의 정원 = 재키 베넷 지음, 김다은 옮김.

르누아르와 세잔, 살바도르 달리, 프리다 칼로 등 위대한 화가들이 직접 가꾼 정원 이야기를 엮었다. 책에 등장하는 장소는 여전히 남아 있고 누구나 들러볼 수 있는 곳들이다.

시간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정원은 정물화의 소재와는 달리 매번 새로운 시선과 느낌으로 담아낼 수 있는 소재여서 정원은 많은 화가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화가들은 정원이라는 모티프를 반복해서 그리면서 화법을 다듬고 완성해 갔다.

모네는 지베르니의 정원에서 수백 점의 걸작을 그렸고 정신병원에 입원한 고흐는 프로방스의 작은 정원에서 한 해 동안 150점이 넘는 작품을 완성했다.

1930년대 후반 멕시코시티에서 살았던 프리다 칼로에게 ‘푸른 집’ 정원은 절대 평범하지 않았던 그의 삶과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잉글랜드의 평온한 마을 서식스 찰스턴의 정원은 예술가들에게 또 다른 삶의 터전이었을 뿐만 아니라 제1차 세계대전의 징집을 피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정원과 화가의 관계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 각 정원의 구조와 특장점은 물론 당시 미술 사조와 예술사적 흐름을 함께 설명한다. /샘터·1만7천800원


▲ 두 번 사는 소녀 = 2005년 스웨덴에서 처음 출간한 이래 15년간 52개국에서 1억부가 넘게 팔린 ‘밀레니엄 시리즈’ 여섯 번째이자 마지막 이야기다.

기자 출신 스티그 라르손이 기획한 작품이지만 3부작을 쓰고 심장마비로 타계하자 역시 언론인인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바통을 이어받아 나머지 3부작을 완성해냈다.

라게르크란츠는 라르손의 유족과 출판사가 후계자로 지명한 범죄 전문 기자이자 작가다.

마지막 제6권은 25개국에서 동시 출간했다. 주인공인 천재 해커 리스베트와 그의 쌍둥이 자매이자 평생의 적인 카밀라의 피의 복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 노숙자가 독살된 사건과 국방부 장관의 자살 시도 사이에서 연결된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고 거악을 척결하고자 리스베트와 그의 파트너인 탐사 전문기자 미카엘은 위험한 모험을 시작한다.

소설가 김영하, 듀나 등이 추천한 소설이다. 임호경 옮김./문학동네·1만6천원


▲ 인간은 왜 아픈 걸까? = 쓰보이 다카시 지음. 곽범신 옮김.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여러 질병에 시달린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우리가 평생 걸릴 질병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 걸까?

일본 도쿄대 대학원 총합문화연구과 교수이자 의학박사인 저자는 알레르기, 독감, 암, 당뇨병, 우울증, 치매 등 현대를 사는 우리 모두가 걸릴 수 있는 질병이 왜 생기는지 과학적으로 설명해나간다.

책은 ‘감염과 면역-외적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구조’, ‘유전자, 단백질, 체질과 에피제네틱스-당신이 당신인 이유’, ‘세포주기, 암, 약-세포의 폭주를 억제한다’, ‘호르몬-세포와 세포 사이의 메신저’, ‘뇌-당신을 만들어내는 장치’ 등 모두 5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시그마북스·1만6천원


▲ 미래제작소 = 공학도 출신 일본 공상과학소설(SF) 소설가 5명이 로봇 기술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 덴소를 직접 취재한 뒤에 쓴 콩트 10편을 엮었다.

최근 몇년간 한국에서 가장 인기를 끈 소설가인 히가시노 게이고가 덴소 엔지니어 출신이었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들 소설가가 덴소를 해부한 뒤 소설적 영감을 얻은 이유가 어느 정도 이해된다.

과학적 사고력을 갖춘 이들 작가가 그려내는 개연성 있는 미래의 모습을 통해 앞날을 짐작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오타 다다시, 기타노 유사쿠, 고기쓰네 유스케, 다마루 마사토모, 마쓰자키 유리가 참여했다.

/공명·1만2천800원


▲ 돈말글 = 오랜 기간 네이버 오디오클럽 상위권에 오르며 많은 독자의 지지를 받은 ‘정은길 아나운서의 돈말글’이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방송에서는 인생에 꼭 필요한 습관으로 돈, 말, 글 세 가지로 정의하고 주제와 관련된 책을 읽고 여기서 꼭 얻어가야 할 습관을 10분 남짓의 음원으로 풀어냈다.

저자는 매일 마주하는 고된 현실에서 ‘나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해 질문하고 온전히 나다워지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한국경제신문·1만3천800원


▲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 = 영화 ‘칠곡 가시나들’로 화제를 모은 김재환 감독이 영화를 찍으면서 만난 칠곡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책으로도 담았다.

문해학교에 다니면서 한글 공부에 푹 빠진 할머니들의 일상을 가득 채운 설렘을 그림작가 주리의 감성적인 그림과 함께 만나볼 수 있다.

할머니들은 아침 일찍부터 글자를 배우러 마을회관을 찾아가고, 떨리는 손으로 느릿느릿 한 글자씩 정성스럽게 쓰고, 그동안 읽지 못했던 동네 간판들을 읽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글을 몰라 서러웠던 마음은 한편에 접어놓고 설레는 마음으로 아들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쓰고, 자식들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고, 은행에 가서 사인해본다.

/북하우스·1만4천원


▲ 할머니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방법을 담은 인터뷰 글쓰기 책이다.

사람마다 걸어온 길이 달라도 인터뷰를 할 때 공통으로 챙겨야 할 기본은 있기 마련이기 때문.

저자는 EBS TV ‘지식채널e’, ‘똘레랑스’, ‘미디어 바로보기’, ‘시네마천국’ 등에서 구성작가로 일하며 다양한 인물을 인터뷰했던 경험을 살려 인터뷰의 기본을 단계별로 알기 쉽게 정리했다.

저자는 사전 준비부터 글쓰기까지 ‘삶보다 글이 앞서지 않도록’ 할 것을 강조한다.

저자의 틀에 인터뷰 대상을 끼워 맞추고 있는 건 아닌지 늘 스스로 의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지니·1만5천원


▲ 기상 예측 교과서 = 후루카와 다케히코·오키 하야토 지음. 신찬 옮김.

체계적인 기상 관측이 시작된 지 100년이 넘는다. 날씨가 변하는 이유도 모른 채 하늘만 바라보며 무작정 화를 내거나 기계적으로 날씨 뉴스를 받아들이는 일은 더이상 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기상학이라는 과학이 있어서다.

기상학자와 저널리스트인 저자들은 ‘비는 왜 내릴까?’, ‘구름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와 같은 기초적 질문을 시작으로, 얼핏 복잡해 보이는 기상학의 요체를 차근차근 설명해나간다.

여러 대기 현상의 원리와 구조를 쉽게 알려주는 이 책은 그 원리를 자세히 살피며 날씨를 더욱더 깊게 이해하는 발판을 마련해준다.

/보누스·1만5천800원


▲ 위기 이후 한국의 선택 = 손열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등 10명 지음.

2008년 9월, 미국의 심장 월스트리트가 무너지면서 지구촌을 거세게 뒤흔든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다.

당시의 위기는 유로존 위기로 연결돼 2012년까지 이어졌다. 위기의 폭과 깊이, 여파 측면에서 1930년 대공황과 비견된 이 사태는 세계 경제, 나아가 세계 질서의 역사까지 바꿔놨다.

이 책은 거대한 위기가 초래하는 질서 변환의 큰 흐름을 주체적으로 파악하는 후속 작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해에 기획됐다.

국제정치학적 관점에서 위기가 초래하는 국제적 세력 균형의 변화와 국제제도의 변화, 개별국의 정치 경제에 미친 영향 등 국내외 질서 변화에 분석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책은 ‘세계금융위기와 미국의 국제경제전략’, ‘세계금융위기 이후 세계 질서의 변화: 중국의 대응’, ‘글로벌 위기 이후 일본의 경제정책: 변형적 발전주의’, ‘한국 중견국 금융외교의 가능성·한계·역할의 모색: 규칙 준수자에서 규칙 제정자로’, ‘신흥 공여국으로서 한국 ODA 정책의 발전과 도전’ 등 모두 9개 장으로 구성됐다.

/한울엠플러스·4만2천원


▲ 파는 사람들 = ‘파는 사람들’ 지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외식업계의 충격은 다른 업종보다 막대한 게 현실이다.

이태원에서 레스토랑 여러 곳을 운영하던 홍석천은 최근 마지막 가게 문을 닫기도 했다.

이처럼 존속 자체를 염려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에 놓인 외식업에 종사하는 12명이 자신의 ‘잘 파는’ 노하우를 책으로 펴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터득한 ‘팔리는 구조의 비밀’을 인터뷰 형식으로 생동감 있게 전한다.

저자 12명의 면면을 보면 외식업 종사자가 주를 이루지만, 한 명도 사업모델이 겹치지 않는다.

이커머스의 선두주자가 있는가 하면 대를 이어 한 가지 메뉴를 묵묵히 팔거나, 생전 만들 줄 모르는 메뉴로 외식업에 뛰어들어 전국 최고의 매출을 올리는 사장도 있다.

저자들은 ‘파는 사람들’이란 이름처럼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구체적으로 전한다. 비빔밥이나 돈가스처럼 익숙한 메뉴를 특별한 브랜드로 만드는 컨셉력,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에 안착하기 위한 발상의 전환, 내게 맞지 않는 상권에서 맛집으로 살아남는 방법 등 온갖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쌓아 올린 파는 노하우를 조목조목 짚어준다. /북스톤·1만6천원

/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