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도시’ 빛고을서 펼쳐지는 미디어아트 전시 2選 ‘기술·예술’ 만남…“미디어아트 변신은 무죄” 광주문화재단, 노진아작가 초청 AI 활용 조각·설치 아우라팩토리·소암미술관…청년작가 5인 참여展 정겨울 기자

2020년 10월 05일(월) 18:19

김은경 作 ‘반복_비디오’ <아우라팩토리 제공>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대중에게 ‘미디어아트’라는 용어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말이었다. 미술품이라고 하면 흔히 회화나 조각 등의 미술작품만이 익숙할 뿐이었다. 고(故) 백남준의 ‘비디오아트’가 혁신을 이끌고, 과학기술이 나날이 발전함에 따라 동시대 현대미술에서 이제 미디어아트는 필수적인 장르가 됐다. 분야의 경계 없이 융·복합 작업을 하는 미디어아티스트는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지역 어느 전시장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친근한 장르가 됐다. 미디어아트를 통해 예술과 기술의 만남을 구현한 새로운 작품들을 만나볼까. 광주에서 열리는 두 곳의 미디어아트 전시를 소개한다.


◇미디어338기획전 ‘인공 공감’전

먼저 광주문화재단 미디어338은 오는 23일까지 기획전 ‘인공 공감’(Artificial Empathy)전을 연다. 전시는 7일 열리는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정책포럼과 연계해 이뤄진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작업하는 노진아 작가가 초청돼 신작을 선보인다.

노 작가는 전통 조각과 뉴미디어를 접목해 대화형 로봇 및 실시간 인터랙티브(interactive·관람자와 상호 작용하는) 영상 미디어 작품을 창작해왔다. ‘인간과 기계는 함께 진화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인터랙션 작품 ‘진화하는 신, 가이아’는 대화형 인간 로봇으로 귀에 대고 질문을 던지면 눈동자와 입술을 움직이며 대답을 하고 관객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특별한 작품이다.

노진아 作 ‘나의 양철 남편’ <광주문화재단 제공>

또한 작가의 어머니를 직접 모델링해 만들어진 ‘나의 기계 엄마’는 딥러닝(deeplearning·사물이나 데이터를 분류하는 기술) 방식을 통해 표정을 학습하고 감정을 구현해나가는 로봇이다. 전시장에서 관람객의 표정을 파악해 이를 따라 짓거나 상황에 맞는 표정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낸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의 작품 세계를 자유롭게 해석해 볼 수 있다.

한편,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해 전시회 종료 전까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상영하며, 전시장에는 동시에 최대 5명만 입장 가능하다.


◇‘미디어아트 청년작가전 : 우리는 지금’展

그런가 하면, 광주 문화단체 아우라팩토리는 6일부터 20일까지 소암미술관(남구 중앙로 83-1)에서 김은경, 박다은, 유상근, 윤상하, 정덕용 작가 등 광주의 청년 미디어아티스트 5명이 참여하는 전시를 펼친다.

‘우리는 지금’을 주제로 하는 이 전시는 ‘광주 미디어아트페스티벌’의 연계 전시 중 하나로 이뤄지며, 광주문화재단 지역문화예술지원사업의 후원을 받았다.

참여작가 모두 20대인 이번 전시는 뉴미디어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작가의 열정과 실험성이 가득한 작품 15여점을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은경 작가의 스톱모션(stop motion·화면에서 연기자나 대상물을 움직이지 않는 상태로 정지하는 기법) 영상 작품은 눈과 손이 달린 돌들이 마치 사람처럼 움직이며 현대인이 처한 다양한 문제들을 제시하고, 삶의 본질적 사고를 유도한다.

박다은 작가는 전시장 안에 흰 모래로 아름다운 해변을 재현하면서도 불타오르는 캔버스 영상을 벽면에 투사하며 불안정함 속에 빛나는 아름다움의 가치를 나타낸다.

유상근 작가는 전통 서양화의 붓질을 컴퓨터 화면에서 재현한 디지털 회화 이미지와 각기 다른 병 모양의 실루엣을 단면화, 획일화한 플라스틱 설치작품을 통해 실제와 거짓의 모호해진 관계를 보여준다.

윤상하 작가는 굴러갈 수 없는 바퀴를 이어붙인 건물과 사람의 종이모형을 통해 불규칙한 현실과 삶 속에 처한 가변적 상황들의 불편함을 암시한 설치 작품을 연출했다.

정덕용 작가는 현수막에 크고 작은 바코드 스티커를 이어 붙이고, 바코드를 스캔할 때 들리는 ‘삐삑’ 소리를 반복적으로 들려주는 설치작품을 선보이며, 디지털 정보에 대한 무분별한 수용과 무미건조한 현대 문화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구현한다.

/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