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이 부꾸미 떡 만들기에 가장 좋다네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388)

2020년 10월 13일(화) 20:18

花煎(화전)
도애 홍석모

3월3일 밝은 명절 고운 햇볕 아래서
울긋불긋 꽃들이 아름다움 다투구나
성안엔 진달래꽃으로 화전안한 곳 없구나.
三三令節艶陽天 萬紫千紅競妬姸
삼삼령절염양천 만자천홍경투연
最是杜鵑堪作餠 春城無處不花煎
최시두견감작병 춘성무처부화전

우리 음식 중에 꽃으로 붙인 ‘전’인 부꾸미가 일미를 더한단다. 부꾸미는 찹쌀가루, 밀가루, 수수 가루 등을 반죽해 둥글넓적하게 빚어 번철에 지진 음식으로 흔히 ‘전’(煎)이라 하기도 하고, 더 발전되어 ‘화전’(花煎)으로도 알려진다. 차전병의 하나로 꽃잎을 붙여 부친 부꾸미로도 알려진다. 식사대용이나 술안주용으로 활용했다. ‘3월3일 명절은 밝고 고운 햇볕 아래서, 울긋불긋한 꽃들이 아름다움을 서로 다툰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진달래꽃이 부꾸미 떡 만들기에 가장 좋다네’(花煎)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도애(陶厓) 홍석모(洪錫謨·1781-1857)로 조선 중기의 학자다. 다른 호는 구화재(九華齋)로도 쓰인다. 아버지는 이조판서 홍희준으로 순조 때 음사로 남원부사에 이르렀고, 뚜렷한 관계 진출은 보이지 않는 인물이다. 저서로는 ‘도애시집’, ‘도애시문선’, ‘동국세시기’ 등이 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삼월 삼일 명절은 밝고 고운 햇볕 아래서 / 울긋불긋한 꽃들 아름다움 다투는구나 // 진달래꽃이 부꾸미 떡을 만들기 가장 좋다고 하는데 / 봄 성안에는 화전하지 않는 곳이 없다 하더이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꽃잎을 붙여 부친 부꾸미]로 번역된다. ‘전’(煎)은 손쉽게 부쳐 먹을 수 있는 우리 선현들이 개발한 음식의 한 종류다. 부꾸미는 찹쌀가루, 밀가루, 수수 가루 등을 반죽해 둥글넓적하게 빚어 번철에 지진 음식이다. 진달래가 무럭무럭 익어가는 시절엔 진달래 전을, 아카시아 꽃이 자랑을 할 시기엔 아카시아 전을 부쳐 먹었다. 이 또한 ‘화전’이다.


시인은 이런 부꾸미를 염두에 두면서 집안에서 3월 삼짇날을 기해 화전을 부쳤던 모양이다. 3월3일 명절을 기해 밝고 고운 햇볕 아래에 놓인 울긋불긋한 꽃들이 아름다움을 다툰다는 말랑 말랑한 시상을 일으키고 있다. 화전을 부치기로 약속이 되어 있는 전 단계 과정을 꽃들이 서로 다툰다는 시주머니다.


화자는 여러 가지 꽃 중에서 진달래꽃을 선택해 화전을 만들려는 속셈을 열어 보인다. 여러 가지 꽃 중에서 진달래꽃이 부꾸미를 만들기에 가장 좋다. 넓죽한 시상에 이어 봄을 맞이한 장안에서는 화전(花煎)을 부치고 굽지 않는 집이 없다고는 부꾸미의 일반성을 가만히 열어 보이고 있다. 화전의 먹음새나 활용도로 보아 충분하게 이해가 가는 대목이겠다.

※한자와 어구

三三令節: 3월3일 명절. 艶: 곱다. 陽天: 햇빛 아래서. 萬紫千紅: 만자천홍. 울긋불긋한 꽃. 競妬姸: 아름다움을 시기하면서 다투다. // 最是: 가장 좋다. 杜鵑: 진달래꽃. 堪作餠: 부꾸미 떡을 만들다. 春城: 봄 성안. 無處: -한 곳이 없다. 不花煎: 화전을 부치지 아니한 곳이 없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