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신안 12사도 순례길

지친 영혼 달래고 참된 삶의 가치 찾는 길

2020년 10월 20일(화) 17:47
대기점 선착장에 있는 12사도 중 첫 번째인 ‘베드로의 집’. 둥글고 푸른 지붕과 흰 회벽이 그리스 산토리니 건물을 보는 것 같다.
신안의 여러 섬 중에서도 증도면에 속한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은 그동안 외부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증도 지도와 압해도 암태도 사이에 자리 잡은 이 작은 섬들은 노둣길로 이어져 있다. 이 섬에 예수 12사도의 이름을 딴 각기 다른 모양의 ‘작은 예배당’을 짓고, 12개의 작은 예배당을 연결해 ‘12사도 순례길’을 만들었다.

압해도 송공선착장을 출발한 여객선은 당사도, 소악도, 매화도, 소기점도를 거쳐 대기점도 선착장에 닿는다. 썰물 때가 되어 섬 주변 바다는 갯벌로 변해 있다. 대기점 선착장에 내리자 순례자를 맞이한 것은 방파제 끝에 자리한 12사도 중 첫 번째인 ‘베드로의 집’이다. 둥글고 푸른 지붕과 흰 회벽이 그리스 산토리니 건물을 보는 것 같다. 건물 내부 하얀 벽에 작은 창문이 있어 바다가 바라보이고, 창문 위에 아주 작은 십자가가 음각돼 있다.

베드로의 집 옆에 있는 작은 종을 치면서 순례를 시작한다. 순례자의 대부분은 두 발로 걸어서 순례를 하지만 일부는 자전거를 타고 순례하기도 한다.
두 번째 예배당 ‘안드레아의 집’. 해와 달을 상징하는 두 개의 하얀 건물과 높고 둥근 하늘색 지붕이 눈길을 끈다. 내부는 작은 십자가와 한 사람이 앉을 수 있는 벽돌 위에 깔린 대리석 의자가 정결한 마음을 갖도록 해준다.

길가에 핀 코스모스 꽃이 하늘거리며 순례자의 마음을 화사하게 해준다.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는 소나무 두 그루가 병풍도를 바라보며 서 있는 북촌마을 해변에 두 번째 예배당 ‘안드레아의 집’이 있다. 해와 달을 상징하는 두 개의 하얀 건물과 높고 둥근 하늘색 지붕이 눈길을 끈다. 작은 십자가와 한 사람이 앉을 수 있는 벽돌 위에 깔린 대리석의자가 정결한 마음을 갖도록 해준다.

숲으로 둘러싸인 세 번째 예배당이 논길을 따라 이어지고, 순례자들은 길을 따라 걷고 또 걷는다.

채워지지 않은 욕망은 인간을 허전하고 고통스럽게 한다. 우리는 한 두 사람 겨우 들어가 예배를 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예배당을 순례하면서 헛된 욕망을 비우고 그 자리에 가난한 마음을 채운다. ‘야보고의 집’은 붉은 기와지붕을 한 건축물은 하얀 벽체 양쪽에 나무기둥을 세워져 있어 안정감이 느껴진다.

작은 고개를 넘어 남촌마을 돌담길을 걷는다. 섬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담과 푸르고 빨간 지붕이 푸른 바다와 어울린다. 맨드라미와 코스모스 너머로 네 번째 ‘요한의 집’이 하얗게 서 있다. 단정하게 원형을 이룬 요한의 집은 위아래로 난 긴 바람 창을 통해 외부와 소통한다. 창문 아래 바닥에서는 딱 한 사람이 무릎 꿇고 기도할 수 있다.
소기점도로 가는 노둣길 입구 언덕에 있는 ‘필립의 집’은 프랑스 남부의 전형적인 건축형태를 띠고 있다. ‘필립의 집’은 적벽돌과 갯돌, 적삼목, 동판을 덧댄 유려한 지붕곡선이 아름답고, 꼭대기의 물고기 모형이 독특하다.

소기점도로 가는 노둣길 입구 언덕에 ‘필립의 집’이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 출신 두 건축가가 설계한 작품으로 프랑스 남부의 전형적인 건축형태를 띠고 있다. 12개의 작은 예배당은 모두 국내외 유명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축물이다. ‘필립의 집’은 적벽돌과 갯돌, 적삼목, 동판을 덧댄 유려한 지붕곡선이 아름답고, 꼭대기의 물고기 모형이 독특하다.

노둣길을 건널 때는 갯벌 위를 걷는 것 같다. 섬과 섬 사이를 잇는 노둣길은 오래 전 주민들이 갯벌에 수많은 돌을 던져 넣어 만든 길이다. 오랫동안 유지됐던 징검다리 위에 시멘트 포장을 해 지금과 같은 노둣길이 됐다. 노둣길은 물이 차면 없어지고, 물이 빠지면 다시 나타난다.
소기점도에 있는 ‘바르톨로메오의 집’은 호수 위에 건축물이 떠 있다. 색유리와 스틸이 조화를 이루며 화려한 모습을 띤다. 다리가 없어 내부에는 들어갈 수 없다.

소기점도에 들어서자 ‘바르톨로메오의 집’이 호수 위에 떠 있다. 건축물은 색유리와 스틸이 조화를 이루며 화려한 모습을 띤다. 물위의 예배당은 호수에 반영을 만들어 더욱 아름다워진다. 이 예배당은 별도의 다리가 없어 호숫가에서 약간의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

순례자의 발길은 일곱 번째 예배당으로 향한다. 갯벌을 바라보며 걷고 나니 황금빛 논 위쪽 언덕에 하얀 건축물이 자리하고 있다. ‘토마스의 집’으로 사각형 흰 건물이 단정하고 푸른 문이 인상적이다. 실내는 별들이 내려와 박힌 듯 구슬 바닥을 이루고 있다.

‘토마스의 집’에서 언덕을 내려오는데 정면으로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거대한 천사대교가 위용을 드러낸다.
흰 사각형 건축물에 황금빛 양파지붕을 한 ‘마태오의 집’. 네 면 모두 반만 열린 상하로 길쭉한 창문을 내 창문 사이로 갯벌과 바다, 주변 섬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소기점도와 소악도를 이어주는 노둣길 가운데 갯벌위에 러시아 정교회를 닮은 ‘마태오의 집’이 있다. 갯벌 위에 있는 예배당은 이곳 ‘마태오의 집’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흰 사각형 건축물에 황금빛 양파지붕을 한 모양이 독특하다. 네 면 모두 반만 열린 상하로 길쭉한 창문을 내 창문 사이로 갯벌과 바다, 주변 섬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마태오의 집이 있는 노둣길을 건너면 소악도다. 소악도 끝자락 둑방길을 따라가니 프로방스풍의 아름다운 오두막을 연상시키는 ‘작은 야고보의 집’이 기다리고 있다. 고목재를 사용한 동양적인 곡선과 서양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물고기 모양으로 어우러진다. 내부는 마루를 깔고 방석 하나만을 놓아 한 사람이 무릎을 꿇고 앉아 기도, 묵상할 수 있도록 했다.

노둣길을 건너 진섬에 들어서자마자 ‘유다 타대오의 집’이 기다리고 있다. 뾰족지붕의 부드러운 곡선과 작고 푸른 창문이 앙증맞고 외부의 오리엔탈 타일이 근사하다. 길을 걷고 있으면 가을햇살이 싱그럽게 내리쬐고, 갯바람이 가슴을 파고든다.
바다가 환하게 열리는 언덕 위에 자리잡은 ‘시몬의 집’. 아치형 문이 앞뒤로 뚫려 문밖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있으면 예배당과 사람과 바다가 한 몸처럼 느껴진다.

남쪽으로 바다가 환하게 열리는 언덕 위에 ‘시몬의 집’이 자리 잡고 있다. 시몬의 집은 두꺼운 흰 회벽이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단단한 조형미를 갖췄다. 하얀 벽면에 붙은 조가비 문양의 부조들이 예쁘다. 아치형 문이 앞뒤로 뚫려 바다와 한 몸이 된다. 문밖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있으면 예배당과 사람과 바다가 한 몸처럼 느껴진다.

열두 번째 마지막 예배당이 자리하고 있는 딴섬은 진섬과 모래밭으로 연결돼 있다. 딴섬은 밀물 때는 물이 차 진섬과 완전히 딴 섬이 됐다가 썰물 때면 모세의 기적처럼 바다가 갈라져 하나의 섬이 된다.
열두번째 작은 예배당 ‘가롯 유다의 집’은 프랑스 유적지 몽생미셸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건축물로 뾰족지붕과 붉은 벽돌, 붉은 기와, 둥근 첨탑이 매력적이다. 예배당 옆에 설치된 종을 치면서 순례의 마지막을 알린다.

‘가롯 유다의 집’은 프랑스 유적지 몽생미셀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건축물로 뾰족지붕과 붉은 벽돌, 붉은 기와, 둥근 첨탑이 매력적이다. 외형이 열두 개 예배당 중에서 가장 전통적인 교회건물양식을 띠고 있다. 예배당 옆에 설치된 종을 치면서 순례의 마지막을 알린다.

자연 속에 자리한 작고 소박한 예배당은 우주와 신성, 더 큰 실재와 합일되는 영성을 갖도록 해준다. 진정한 삶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암시해준다. 자연과 어울려 있는 작은 예배당들이 세속의 삶에 지치고 힘든 영혼을 어머니처럼 달래준다. 마지막 예배당을 나서는데 고요히 들려오는 파도소리와 잔잔한 바다가 평온하다. 내 마음도 어느덧 잔잔한 바다가 됐다.


※여행쪽지
▶‘12사도 순례길’은 신안군 증도면에 있는 다섯 개의 작은 섬(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에 설치된 예수 12사도의 이름을 딴 세상에서 가장 ‘작은 예배당’을 잇는 길이다.
▶코스 : 대기점도선착장→소기점노둣길→소기점도→소악노둣길→소악도→진섬노둣길→진섬→딴섬→소악도선착장(12㎞, 4시간 소요)
※송공선착장→대기점도선착장(06:50, 09:30, 12:50, 15:30). 1시간 소요
※소악도선착장→송공선착장(08:25, 14:25, 17:05). 37분 소요.
※소기점도에 있는 게스트하우스(061-246-1245)에서는 숙박과 식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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