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월의 사제’를 기억하며 오승지 |
| 2020년 10월 28일(수) 19: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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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살아서도 5·18진상규명을 위해 싸웠지만 죽어서도 싸우고 있습니다.” 1980년 5월 광주의 참상을 목격한 이후 5·18진상규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고(故) 조철현 비오 몬시뇰을 기억하는 그의 조카 조영대 신부가 남긴 말이다.
지난 9월21일은 조비오 신부의 선종 4주기였다. 그를 기억하는 세상은 고인을 ‘오월의 사제’ 또는 ‘광주의 사제’라 불렀다. 조 신부는 1938년 4월1일 광주 광산구에서 태어나 1969년 12월16일 사제 서품을 받은 후 광주 계림동 등 성당의 주임신부, 광주전남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의장, 5·18 기념재단 초대 이사장, 조선대학교 이사장 등을 역임한 등 지역의 큰 어른이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에는 시민수습위원으로 참여해 부조리에 맞서다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옥고를 치렀다. 1989년 열린 5·18 진상규명 국회 청문회에서 “신부인 나조차도 손에 총이 있으면 쏘고 싶었다”며 계엄군의 잔학한 학살행위와 헬기 사격 목격담 등을 증언했다. 헬기 사격은 훗날 전일빌딩 탄흔 등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하지만 지난 2017년 전두환씨는 자신의 회고록에 고인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조카 조영대 신부와 5월 단체 등은 전씨를 ‘사자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형사재판이 진행중이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1년6개월을 구형, 오는 11월30일 선고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고인이 살아있는 전두환을 23년만에 광주로 잡아왔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반면, 올해로 5·18 40주기를 맞았지만 신군부의 반인륜적 행위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암매장 발굴 등 해결되지 못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필자는 고인이 살아 생전 소화자매원에서 미사를 집전하던 때를 떠올렸다. 그는 “삶의 현장에서 몸으로 마음의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종 직전까지 소화자매원 발달장애인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건넸던 분으로 기억한다. 이제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마음 속 십자가를 짊어져야 할 때다. 삶의 현장에서 고인의 뜻을 기려 그 작용으로 5·18 진상규명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