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비 박스에 남긴 엄마의 마지막 편지 여동구 |
| 2020년 11월 23일(월) 1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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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눈보라가 몰아치는 추운 겨울이 다가온다. 살을 에이는 바람이 몰아치고 간밤에 내린 눈이 녹아 도로가 꽁꽁 얼어 붙어, 한낮인데도 차들이 엉금엉금 기어 다니는 혹독하게 추운 겨울이 다가온다. 춥고 배고프고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 가기 어려운 겨울이 다가 온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겨울이 되면 스키를 즐기고, 눈이 내리면 따뜻한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즐기겠지만 춥고 배 고프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제일 고통스러운 계절이 겨울이다.
눈이 내리면 연인들은 설레임으로 가득하다. 설레임까지는 좋다고 하자. 그러나 그 설레임은 설레임으로 끝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깊은 정이 들었다는 이유로 원치 않는 생명을 잉태하여 출산까지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찍부터 남자를 알아 임신까지 하게 된 여자들을 보면 대부분 가정 환경이 불우한 경우가 많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다거나, 어머니가 재혼해 새 아버지와 함께 사는 경우 등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사회 경험이 빠르고 이성을 일찍 사귀게 되게 된다.
이성과 자주 만나다 보니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되고, 출산까지 하게 된다. 이런 경우는 혼자 살기도 힘이 드는데 아이까지 키울 자신이 없어서 어린 생명을 버릴 수밖에 없다.
남자 친구는 놀라서 더 이상 연락을 끊어 버리고 혼자 끙끙 앓다가 병원도 가지 못하고 혼자 아이를 낳아야 하는 경우를 보면 아이를 낳는 미혼모도 잘못이지만 그 아이는 무슨 죄라는 말인가? 평생을 엄마·아빠의 존재도 모른체 이 험난한 세상을 얼마나 힘들게 살아 가야 할 지를 생각 해 보면 안쓰러운 생각마저 든다.
그나마 병원에서 태어난 아이는 다행이지만, 길거리나 화장실 등지에 세상을 맞이하는 경우는 기막힐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생각하면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운명과 팔자가 정해졌다는게 설이 어느정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책임지지 못할 남·녀간의 정이 아무런 죄도 없는 한 생명을 마음 아프게 평생을 마음의 허전함으로 가혹하게 살아 가게 만드는 것은 큰 죄악이다. 부모 두 사람이 반듯하게 있어도 살기가 힘든 세상인데 낳아 주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평생을 살아 가야 한다는 사실은 크나 큰 고통이다. 그래서 결혼을 하려면 모를까, 하지 않으려면 남녀간의 관계는 냉정하게 끝내야 한다.
‘베이비 박스’라는 말을 생각해 본다. 아이 상자라는 말이다. 아이가 상자에 놓여진다. 상자는 물건을 담는 공간인데, 베이비 방이라고 하면 안 될까? 한 순간만이라도 아이에게 사람 대접을 해 주는 단어로 바꾸어서 사용해 보면 좋겠다.
한국 최초의 베이비 박스는 2009년 서울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만들어졌다. 당시 교회 앞에 버려진 신생아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뻔한 사건이 있었고, 이후 ‘이 세상에 버려지기 위해 태어난 아기는 한명도 없다’라는 기치 아래 이 교회의 이종락 목사님이 베이비 박스를 설치하고 버려지는 아이들을 받기 시작한 때부터 시작되었다. 대단히 존경스러운 분이다.
아이를 두고 간 미혼모의 편지를 소개 해 본다.
‘엄마는 네가 싫어서도 아니고, 미워서 널 보내는 것도 아니야. 엄마가 너무 못나서, 너를 많이 사랑해 주지도 못하고, 행복하게 해 줄 자신이 없어서, 많이 사랑하지만 좋은 양부모님 만나서 행복하게 자랐으면 좋을 것 같아서 보내는 거야. 많이 미안해. 나처럼 못난 사람의 아기로 이 세상에 태어나게 돼 엄마가 너무 부족하고 못난 사람이라, 너한테 해 줄 수 있는게 없어서 너무 미안해…, 평생 이 못난 나를 용서 해 주지 말고, 생각지도 말고, 평생 미워해 줘. 나를 원망하고, 미워하면서, 이 험난한 세상에서 꿋꿋하게 살아 가 줘. 엄마가 미안하고 많이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