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블루, 나눔으로 함께 이겨내야 / 유근기 |
| 2020년 12월 09일(수)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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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취약계층은 물론 소상공인과 자영업 종사자, 특수형태 근로자 등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정부에서 재난지원금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장기화된 경기 침체의 그늘은 이미 우리들의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그래서인지 연말인데도 기부와 나눔의 분위기가 좀처럼 나지 않고 있다. 12월1일 시작한 사랑의 열매 ‘희망나눔 캠페인’은 올해 목표액을 3천500억원으로 낮췄다. 지난해 목표액은 4천257억이었다. 코로나19가 마음까지 얼어붙게 한 것은 아닌지 씁쓸하다.
기부금액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기부에 대한 참여도가 낮다는 것이다. 영국의 자선단체와 미국의 여론조사 회사 갤럽은 매년 세계 기부 지수(WGI)를 발표하고 있다. 기부금액이 아닌 기부에 참여한 횟수, 낯선 사람을 도와준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점수다.
128개국 중 우리나라는 지난해 세계기부지수 45위를 기록했다. 2019년 우리나라 GDP는 세계 10위로 나타났다.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이지만 기부에 있어서는 한참 못미치는 수준인 것이다. 국가 재정에서도 나눔에 인색한 기조가 드러난다.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사회복지지출은 선진국의 통상 1/3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나마 지금까지 우리나라 기부의 상당 비율은 기업에 의해 채워졌다. 공동모금회 통계를 보면 미국은 개인기부가 80%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40%에도 못 미친다. 우리나라도 경제 규모에 걸맞은 기부와 나눔 문화가 필요한 때라는 것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선뜻 나서지는 않고 있는 것이다.
겸양을 중시하는 우리 민족의 특성상 우리는 좋은 일을 하고도 숨기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이는 기부 문화 확산에 걸림돌이 된다. 이제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도 알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됐을 때 기부와 나눔이 우리 사회의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기부액수보다는 기부를 했다는 사실 자체에 관심을 두는 것도 중요하다. 얼마 전 연예인 A씨가 100만원을 기부한 것을 두고 금액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었다. 언론에서도 고액 기부자만 집중 조명한다. 이같은 상황은 소액 기부자를 움츠러들게 함으로써 기부문화 조성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금액의 크기를 마음의 크기로 환산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워렌 버핏은 ‘성공의 열쇠는 열정이지만 성공의 완성은 나눔’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의 사회조사 마이크로 데이터에 의하면 기부와 자원봉사를 한 사람의 삶의 만족도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높게 나타났다. 한마디로 기부와 나눔은 베푸는 것인 동시에 나를 채우는 것이다. 또한 사회 전체의 건강성을 높여 내가 사는 곳을 더욱 풍요롭고 안락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우리 군은 올 여름 큰 수해를 입었었다. 생각지도 못한 재난에 눈 앞이 깜깜했다. 하지만 그때 손을 잡아준 사람들이 있었다. 그 중에는 이웃도 있었지만 생면부지의 사람들도 있었다. 덕분에 우리 군은 희망을 잃지 않았고, 다시 일상을 회복해 나가고 있다. 나눔이 얼마나 큰 위력을 갖고 있는지 실감한 순간이었다.
올 연말은 지인들과 모이는 것이 어렵게 됐다. 아쉬움 대신 우리 이웃들을 위해 마음을 모으면 어떨까 제안해본다. 너부터가 아니라 나부터라는 생각, 천 원이라도 참여하려는 모습을 통해 코로나 블루를 이겨내고 이번 겨울을 따뜻하게 맞이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