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매일신문 30년을 회고한다] 양형일 주 엘살바도르 특명전권대사

“독자 관심 유발·차별성 돋보이는 지역신문 돼야”
1996년 영국 연구차 갔을 때도 객원논설위원직 계속
우리 것과 외국 문화·철학·역사 비교하는 글 쓰고파
코로나19 반드시 극복…지역민 모두 희망 잃지 말길

정진탄 기자
2021년 01월 03일(일) 18:54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에 위치한 한국대사관 집무실에서 집무 중인 양형일 대사.
2021년 새해와 함께 광주매일신문이 창사 30주년을 맞았다. 창사 30주년을 맞아 ‘정론 30년 품격 100년 희망의 뉴스 광주매일신문’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새로운 각오로 출발한다. 창사 30주년을 기념해 창간 이후 7년 동안 본보 객원논설위원으로 활동했던 양형일 주 엘살바도르 특명전권대사(전 조선대 총장)로부터 당시를 회고해보고 근황을 전하는 인터뷰를 보도한다. 인터뷰는 이메일 교환으로 진행됐다.


▲엘살바도르는 어떤 나라인지 궁금합니다.
-무척 흥미로운 나라입니다. 나라 이름부터 그렇지요. 국명인 ‘엘 살바도르(El Salvador)’는 ‘전능하신 하나님’이라는 의미이고, 수도인 ‘산 살바도르(San Salvador)’는 ‘거룩한 구세주’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700만 중 기독교를 믿는 사람이 절대 다수지요. 그러면서도 범죄가 많은 나라입니다. 중미권 국가들의 공통현상입니다만, 빈부격차가 심하고 산업기반이 취약해서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갱단이 무척 많습니다. 수도인 산살바도르는 치안이 괜찮은 편이지만, 중소도시로 갈수록 치안이 불안하고 범죄가 많은 것이 큰 문제입니다.

작지만 중앙아메리카에서 외교적 비중이 매우 큰 나라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들이 매우 큰 규모의 대사관을 두고 외교전을 벌이고 있지요.

1년이 우기와 건기로 나뉘어 있고, 산살바도르는 해발 700m에 위치해서 기후가 매우 좋고 공기도 참 맑습니다. 자연도 아름답지만, 해뜨는 장면이 일품입니다. 사람들도 ‘중미의 유태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성실하고 근면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데, 현지는 어떻습니까?
-여기도 코로나19 상황은 매우 심각합니다. 5월부터 11월은 우기이기 때문에 비가 자주 오고 습도가 높은 편입니다. 습도가 높아서 비말이 멀리 날아가지 못하기 때문에 그나마 큰 폭으로 확진자가 늘지는 않았지요. 그러나 11월 후반기부터 건기가 시작돼 보건당국도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일 확진자가 300명 내외입니다.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사람들은 자유롭게 활동하고, 모든 상점들은 시간제한 없이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확진자에 대한 의료대처 문제입니다. 의료수준이 비교적 낮기 때문이지요. 위중한 확진자의 경우만 입원을 시키고 그렇지 않은 확진자는 처방을 받아 자가치료에 들어갑니다. 우리나라가 진단키트와 마스크 등 방역 물품을 지원해준데 대해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엘살바도르 대사로 임명되셨으며, 그간의 소감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를 아는 지인들의 추천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유학 시절 국제관계학과 중미학을 공부했던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대사는 직업외교관과 비직업외교관 출신의 두 부류가 있습니다. 후자를 ‘특임대사’라고 하지요. 바로 저 같은 경우입니다. 맡은 일은 차이가 없습니다만, 특임대사의 경우는 우리 외교에서 더 창의적 발상을 발휘해야 할 책임도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대사는 국가를 대표하는 매우 막중한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국가와 국민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이 매우 큰 직분이지요. 그런 면에서 의미와 보람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언행에서 아주 작은 실수도 없어야 하는 매우 조심스런 자리이기도 합니다. 조그마한 실수도 바로 국가와 국민의 위상과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엘살바도르 한국주간 행사에서 죤슨(Jhonson) 미 대사 부부와 함께 포즈를 취한 양형일 대사부부.


▲광주매일 객원논설위원으로 있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광주매일신문이 창사 30주년을 맞는다니 감회가 큽니다. 창간했을 때부터 무려 7년간 객원논설위원을 지냈지요. 1주일에 사설 두 번, 4주마다 칼럼을 썼습니다. 7년의 사설과 칼럼을 모았더니 정말 많은 양이더군요.

당시 논설실에 김광렬 주간, 이홍재, 선무정, 위정철 위원님, 그리고 제가 있었습니다. 만나 뵙고 싶은 분들인데 고인이 되신 분들도 있는줄 압니다. 김광렬 논설주간님으로부터 신문에 실을 글은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좋은지 등 많이 배웠습니다. 저는 교수였기에 논문 쓰는 것에는 익숙했지만, 사설이나 칼럼을 어떻게 써야 독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의미를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서툴렀거든요. 특히 제목을 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제가 1996년에 영국으로 연구차 갔을 때도 객원논설위원직을 계속했던 일입니다. 김 주간님께서 저를 그만큼 아껴주셨지요. 지금처럼 인터넷 메일이 활성화되지 않아 팩스로 글을 보내곤 했지요.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스운 방법이었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떤 글을 쓰고 싶으신가요?
-제가 썼던 글을 읽어보면, 어떤 글에서는 젊은 시절의 치기가 배어있는 표현들이 많이 있습니다. 지금 쓴다면, 좀 더 유연하게 강약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지요. 사설이나 칼럼은 시사적으로 의미가 큰 사안을 다루기 때문에 주제 선택에 일정한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없지만, 글을 다시 쓴다면 비교문화사적 측면에서 우리의 것과 외국의 문화, 철학, 역사, 의식 등을 비교하면서 교양적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우리나라가 경제나,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세계 주요국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외국 호텔이나 골프장 등에서 한국 손님을 환영하지 않는 현상도 있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입니다.


▲광주매일신문에 바라는 제언은 무엇입니까?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젊은 시절 7년을 몸담았던 신문이라 애정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환경도 경쟁이 매우 심화된 상황이고, 특히 우리 지역이 그렇지요. 잘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원론적인 얘기이고요.

‘이것 때문에 광주매일신문을 본다’는 어떤 카운터 블로우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주무기 기사나 연재가 독자들 사이에 관심이나 얘깃거리가 되면 좋겠지요. 신문사의 기획력이 발휘돼야 하는 문제겠지요.

신문에 차별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어떤 조직이나 단체든 차별성 없이 크게 돋보이기는 어렵습니다. 신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차별성을 주무기로 삼을 것인지 고민해야 되겠지요. 제 얘기가 아니더라도 기획이나 편집부서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끝으로 향후 계획과 지역민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가요?
-임기가 아직 1년6개월 정도 남았습니다. 임기를 잘 마치고 나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중앙아메리카에 관한 책도 저술하고 싶고, 엘살바도르와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됐는데 어려운 이곳을 도울 수 있는 일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포함돼 있습니다.

모든 나라 국민이 겪고 있는 현상이라고 여깁니다. 지역민께서도 예외가 아니시겠지요. 코로나19로 많이 힘들고 지쳐 계신 줄 잘 알고 있습니다. 백신은 이미 나왔고, 치료제도 곧 나오면 힘든 상황이 시간이 가면서 정리되리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이나 청년들의 피해와 고통이 컸는데 희망을 잃지 마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엘살바도르 최고의 전통문화도시 아타코시 주관 한국행사에서 애국가를 연주하는 초등학교 밴드부.

◇양형일 프로필
▲미국 휴스턴대학교 행정학박사
▲제11대 조선대학교 총장
▲제17대 국회의원
▲한국킥복싱협회 명예총재
▲주 엘살바도르 특명전권대사


/정진탄 기자
정진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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