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아이를 낳아 놓고 홀연히 서쪽으로 가버렸네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399) |
| 2021년 01월 05일(화) 19: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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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일연
소나무 그늘에서 한 가닥 길을 잃어
밤중에 중 찾아가 시험해 보았는데
새벽에 아이 낳고서 서쪽으로 가버렸네
十里松陰一徑迷 訪僧來試夜招提
십리송음일경미 방승래시야초제
三槽浴罷天將曉 生下雙兒擲向西
삼조욕파천장효 생하쌍아척향서
낭자는 더 이상의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산통을 겪으면서 낳았던 두 아이까지도 그냥 두고 홀연히 떠나고 만다. 지난 5편으로 이어진 이야기는 현대적 의미로 해석하려는 행위는 매우 어리석다. ‘삼국유사’를 통해 심오한 부처의 진리를 깨우치려는 일연선사의 고뇌에 찬 일념에서 읊은 찬시로 보면된다.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의 불심을 시험해 보려고 했을 것은 뻔했을 것인바 홀연히 떠나는 낭자를 찬(讚)하며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두 아이를 낳아 놓고 홀연히 서쪽으로 가버렸네(讚娘子6)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일연(一然:1206-1289)으로 고려 중기의 승려이자 학자다. 대표적인 제자로는 혼구와 죽허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는 한다. 저서로 ‘화록’, ‘게송잡저’, ‘중편조동오위’, ‘조파도’, ‘대장수지록’, ‘제승법수’, ‘조정사원’, ‘선문염송사원’, ‘삼국유사’ 등 수많은 저술을 남겼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십리 소나무 그늘에 한 가닥 길을 잃고 / 한 밤에 중을 찾아가 그들을 시험해 보았네 // 세 번씩 목욕하고 나니 새벽이 다시 오려고 하니 / 두 아이 낳아 놓고 홀연히 서쪽으로 가버렸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두 아이 남겨두고 떠난 낭자를 찬하면서(6)]로 번역된다. 시인이 쓴 삼국유사를 속된 인간의 성욕이나 물욕이란 1차원적으로만 해석하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부처의 가르침이고, 성불(成佛)하려는 전 단계 과정으로 해석하려는 의연한 태도가 요구된다. 아녀자가 야밤에 불도에 정진한 불자를 찾아가 잠자리를 청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도 중요하다.
이 같은 시심에 젖었던 시인은 아무 것도 괘념할 여력을 두지 않았다. 십리 소나무 그늘에 한 가닥 길을 잃었다고 말하면서 한 밤에 중 찾아가 달달박박과 노힐부득을 시험해 보았다고 했다. 부처는 미타의 염불에 들어간 두 사람을 시험해 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요즈음으로 말하면 시험에 합격하는 합격증을 받았으리라.
화자는 마지막 정구(情句)에서 자신에 찬 모습으로 나무아미타불을 연신하면서 낭자와 두 남자를 칭하는 시상 주머니를 훌훌 털어낸다. 세 번씩이나 목욕을 하고 나니 새벽이 오려하려고 하는데, 낭자는 사랑스런 두 아이 낳아 그냥 놓고 홀연히 서쪽으로 가버렸다 했다. 모진 어미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낭자가 바로 부처였음을 알겠다.
※한자와 어구
十里: 십리. 松陰: 소나무 그늘. 一徑迷: 길을 잃다. 訪僧: 스님을 찾다. 來試: 와서 시험하다. 夜招提: 밤에 찾아오다. // 三槽: 3번씩. 浴罷: 목욕을 다 마치다. 天將曉: 하늘은 새벽을 재촉한다. 生下: 아이를 낳다. 雙兒: 두 아이. 擲向西: (여인은 아이를) 두고 서쪽으로 떠나가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