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공항 문제 해결의 正道 / 이상석

2021년 01월 11일(월) 19:21

이상석 순천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

지난해 12월 초 이용섭 광주시장은 “민간공항 이전 시기는 4자 협의체에서 군공항 이전문제와 함께 결정하는 결과에 따르겠다”고 발표했다. 공항 이전에 새로운 조건을 덧붙인 것은 ‘2021년까지 광주공항 국내선을 무안국제공항으로 이전한다’는 2018년 시·도 간 협약을 사실상 일방 파기하는 것이다. 그동안 관련 주체들이 공들여 추진해온 공항 이전의 장래가 매우 불확실해진 이 상황을 도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무안국제공항, 순수 민간공항으로 출발

무안국제공항은 정부 계획에 따라 목포공항과 광주공항을 대체하는 호남권 거점공항으로 2007년 개항했다. 무안국제공항은 목포공항의 단순 대체가 아닌 광주공항 이전 통합을 전제로 계획·개항했으며 항공운송 특성상 이는 당연한 논리적 전제였다. 처음부터 군공항 이전은 검토된 바 없는 순수 민간공항으로 출발한 것이다.

일부 민간단체의 반대로 광주의 국제선 기능만 먼저 무안으로 이전되긴 했지만 거시적 안목에서 광주의 민간공항 기능이 무안으로 이전 통합되는 일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광주와 전남의 공항을 따로 둔다면 공간경제 논리상 맞지 않으며 선진국도 허브공항 입지는 대도시권 시가로부터 일정 거리를 둔다.

광주공항은 1964년 이후 줄곧 민군 겸용 공항으로 운영돼 왔다. 일부 견해 차가 있긴 하지만 광주공항을 통째로 이전해야 하는 이유는 공항 주변 소음으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과 광주시의 개발 여지 확보, 그리고 운영상 규모의 경제 때문이다.

성격이 전혀 다른 2개 기능의 이전은 전략적 차원에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즉, 지금까지 추진해온 민간공항 이전은 계속 밀고 나가되 군공항의 경우 시·도와 지역 정치계가 역할을 분담해 정부의 지원을 얻어내면서 순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 성격상 상당한 시간을 요하며 모종의 무형적 거버넌스까지 작동돼야만 가능하다.


◇군공항 이전, 지역민 마음부터 얻어야

군공항 이전문제는 기피시설의 특성상 지역 주민이 기꺼이 피해를 감내할 만한 충분한 지원대책이 제시돼야 이전 대상 지역과 논의를 시작할 수 있고 이전 절차 또한 탈없이 진행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남은 광주시에 이전지역에 대한 지원대책 마련이 우선임을 강조해 왔고 지난해 5월부터 운영한 ‘광주·전남 정책TF’를 통해 종합적인 지원대책들을 함께 발굴하는 노력을 기울여 온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 화답하듯, 때마침 국토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국토부·국방부·광주·전남 4자 실무 TF’를 구성해 군공항 이전 문제 해결을 논의하는 천금같은 기회가 주어졌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시·도 차원에서 발굴한 지원대책을 정부정책과 연계시켜 국가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길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지난해 11월13일 첫 회의에서 4자는 조속히 공동용역을 발주해 시·도가 발굴한 지원대책의 완성도를 높이고 특별법 제·개정도 함께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아마도 용역을 발주해 본격 논의를 이어가고 있으리라.

그러나 군공항 이전의 실마리가 잡히고 해결의 문턱을 막 넘으려는 찰나, 안타깝게도 이용섭 광주시장은 모든 노력을 원점으로 뒤집는 선택을 했다. 시기가 정해진 민간공항 이전을, 4자 실무 TF에서 이제 논의가 시작된 군공항 이전문제와 연계해 결정하겠다는 무리한 발표를 한 것이다. 민간공항 이전 문제까지 4자 실무 TF에 떠넘긴 광주시장 때문에 어렵게 구성된 4자 실무 TF는 정상 가동되지 못하고 표류하게 됐다.

시민 여론을 호도해 군공항 이전뿐만 아니라 민간공항 통합 등 지역 현안 해결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광주시의 판단과 선택을 이해하기 어렵다. 민간공항 문제는 2018년 6월 광주시장 당선인 시절 인수위(혁신위)에서 먼저 ‘조건없는 민간공항 이전’을 제안했다. 군공항에 대해서는 최근까지 양 시·도가 협력해 순조롭게 정책대안을 만들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나타난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는가.


◇신뢰 회복과 이전지역 배려 절실

광주시는 군공항 문제 해결을 위해 양 시·도가 함께 마련한 종합 지원대책 등 그간의 노력과 성과를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민간공항 이전’과, ‘군공항 이전지역의 종합적인 지원대책’ 이 두 요건이 충족되면 전남지역에서도 군공항 이전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이전 절차 진행이 가능할 것임이 틀림없다.

광주시는 지금이라도 민간공항은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면서 광주·전남이 함께 발굴한 군공항 이전지역 종합 지원대책을 전문 연구기관과의 토론회와 4자 실무 TF 등을 통해 정교하게 완성하고 국가 지원을 뒷받침하는 특별법 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군공항 이전 문제를 하루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며 무너진 리더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사회적 자본의 요체인 신뢰는 오직 장기 거래를 통해서만 축적되며 미래 혁신의 토대가 되기 때문에 지역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 시·도간 협력에 대한 리더의 약속이 이번처럼 쉽게 번복된다면 신뢰 형성은 불가하며 광역 차원에서 추진하는 그 어떤 사업도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그 결과는 필연적 ‘지방소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