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제길의 캔버스산책]내 그림이 시작된 곳, 도의회 언저리

2021년 01월 24일(일) 17:52

도청이보이는풍경 <1956년>

벌써 60년이 훌쩍 넘은 이야기다. 그림을 그렸던 장소는 지금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옛 도청)에서 광주여고로 가는 사거리 오른쪽 끝자락이다.

거기서 살았고 광주서중학교 1학년을 보냈었다.

우리 집 거실 창문으로 마당, 채소밭, 닭장 너머 전남도청의회 건물이 보였다.

캔트지를 세워 그린 수채화다. 외벽은 붉은 벽돌이었다. 그 색깔이 너무 아름다웠다. 이 장소를 잊을 수 없다.

제8회 전남도 미술전람회에서 최고상을 수상했고 그 시상식장이 바로 도의회였다. 사실, 우제길의 그림 인생이 시작된 곳이다.

그림을 좋아했지만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혔다. 환쟁이는 가난하기에 자식에게 시키고 싶지 않은 직업군이었다.

광주사범학교에 입학하면서 간신히 허락을 받았다. 광주사범은 그림 전통이 강했다.

그 시절, 그 전통을 호흡하며 무던히도 그림그리기에 매진하며 행복했었던 기억이 몽실몽실 떠오른다.

2019년 국립아시아전당 초대전을 가졌을 때 뛸 듯이 기뻤다. 전시기간 동안 옛 추억을 떠올렸다.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내 그림인생의 시작점에서 개인전을 여는 감동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우제길·서양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