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남해 바래길 8코스(섬노래길)

악보 그려놓은 것 같은 다도해 바라보며 걷다

2021년 02월 02일(화) 19:04
남망산 정상에 오르면 사방으로 펼쳐지는 풍경화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남해의 해안선과 에메랄드빛 바다, 사량도와 수우도, 삼천포의 산들까지 어울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실경산수화 한 폭이 된다.
경남 남해는 산과 바다가 아름답고 가는 곳마다 포근해 언제 가도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준다.

금산과 설흘산·호구산·망운산 같은 아기자기한 산들이 있고, 가천 다랭이마을이나 상주해수욕장·미조포구·독일인마을처럼 바다와 어울린 예쁜 풍경이 있어 취향에 맞게 찾아갈 수도 있다.

남해의 멋을 제대로 맛보려면 도보로 일주할 수 있는 ‘바래길’을 걷는 게 좋다.

‘남해 바래길 8코스’를 걷기로 했다. 금산 입구와 상주해수욕장을 지나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달리다보니 8코스 시작점인 천하마을 입구에 도착해 있다.

바래길 8코스는 19번 국도변에 세워진 ‘천하마을’ 표지석에서 시작된다. 천하마을에서 19번 국도를 따라 송정솔바람해변으로 향한다. 도로 갓길을 따라 걷는데 천하마을에서 금포마을로 이어지는 타원형 해변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어울린 모습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푸르고 드넓은 바다 안쪽에서 부드러운 곡선을 그으며 이어지는 해변에는 작은 마을이 자리를 잡았다. 수평선을 이룬 바다는 수직을 이룬 산과 만나 음양의 조화를 꾀한다. 이런 모습은 남해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보편적인 풍경이지만 어느 곳 하나 절경 아닌 곳 없다.

경남도교육청 학생수련원 정문 앞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자 송정솔바람해변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2㎞에 이르는 백사장은 부드럽고 고운 모래가 완만하게 경사를 이루며 바다와 만나고, 해수욕장은 수령 100년 넘는 해송들이 울창한 숲을 이뤄 매력을 더한다. 송정솔바람해변은 상주은모래비치해변에 이어 남해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해수욕장이다.

넓고 긴 해수욕장에는 우리 일행을 제외하고는 사람 한 명 찾아볼 수가 없다. 덕분에 우리는 해수욕장이 가져다주는 자연의 정취를 마음껏 즐기는 행운을 얻는다. 바람 잔잔한 겨울해변이 고요하고 평온하다.

파도는 해변의 고요를 깰세라 조심스럽게 다가왔다가 조용히 물러난다. 파도를 바라보고 있으니 뭔지 모를 그리움이 밀려온다. 그리움이야말로 인생을 풍요롭게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일 것이다.

송정솔바람해변을 등지고 망산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가파른 숲길을 따라 오르다 뒤돌아보면 송정솔바람해변 앞 바다가 호수처럼 잔잔해 보인다.

멀리 송등산 뒤로 남해의 최고봉 망운산까지 바라보인다. 가파른 산길을 오를 때는 힘이 들어도 이런 전망을 즐기는 재미가 있어 힘들다는 생각을 잊어버린다.

망산(286m)에 오르니 작은 돌무더기 위에 산불감시초소가 놓여있다. 돌무더기는 무너진 봉수대 흔적이다. 돌무더기에 오르자 사방으로 펼쳐지는 풍경화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남해의 해안선과 에메랄드빛 바다, 사량도와 수우도, 삼천포의 산들까지 어울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실경산수화 한 폭이 된다.
남망산에서 바라본 미조포구와 미조도, 죽암도·조도·호도 등이 바다와 어울린 풍경은 부드럽고 안온하다. 망산에서 바라본 크고 작은 섬들은 바다위에 악보를 그려놓은 듯하다.

동쪽 바다에는 두미도와 욕지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붕긋붕긋 떠 있고, 서쪽 멀리에서는 여수 돌산도가 하늘과 경계를 이룬다. 발 아래로 다가오는 미조포구와 미조도, 죽암도·조도·호도 등이 바다와 어울린 풍경은 부드럽고 안온하다. 망산에서 바라본 크고 작은 섬들은 바다위에 악보를 그려놓은 듯하다. 그래서일까? 바래길 8코스를 ‘섬노래길’이라 부른다.

망산을 출발해 다소 가파른 산길을 내려오니 임도가 기다리고 있다. 임도는 미조북항으로 이어진다. 지대가 높은 미조중학교 앞에서 바라본 미조북항은 망산과 남망산에 감싸여 한없이 포근하다. 미조항은 앞쪽에 미조도라 불리는 작은 섬이 있어 포구를 더욱 포근하게 해준다. 항구는 안온할 뿐더러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한 폭의 그림처럼 예쁘다. 사람들은 미조포구를 한국의 나폴리라 부른다.

수행하러 왔다가 남해의 물이 불어 오도 가도 못하게 된 부처님 앞에 마을 앞 섬 하나가 자진해서 엎드려 디딤돌이 돼주었다고 해서 미조(彌助)마을이라고 불렀다는 전설을 상기한다.

미조항은 남해에서 가장 큰 항구로, 자연과 어울리게 잘 정비돼 품격이 느껴진다. 항구에는 작은 어선들이 정박돼 있고, 어선을 정비중인 어부들도 종종 눈에 띈다. 아름다운 포구 미조항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미조항은 북항과 남항으로 나뉘어져 있다.

바래길은 북항에서 남항으로 연결되는 도로가 아닌 골목길을 따라 마을 뒤로 올라가 남망산 산길로 이어진다. 솔숲 울창한 남망산 오르는 길은 짧지만 제법 가파르다. 남망산(112m)은 남해 동남쪽 끝자락에 솟은 조그마한 봉우리로 바다에 바짝 붙어있다. 발아래 바다에는 죽암도와 조도, 호도가 올망졸망 숨바꼭질하듯 떠있다. 두미도, 노대도, 욕지도 같은 섬들은 드넓은 바다에 그림을 그려놓았다.

미조북항이 예쁘고 아기자기한 포구의 정취를 가지고 있다면, 미조남항은 수협수산물위판장이나 수산식품산업거점단지 같은 수산물 판매시설들을 갖추고 있다. 미조남항을 지나 2차선 도로를 따라 설리해변으로 향한다. 남해도는 리아스식해변을 이루고 있어 고개 하나를 넘으면 또 다른 부속 섬과 바다가 나타나곤 한다.
설리마을 앞 500m 남짓한 백사장이 아담하고, 해수욕장 끝에는 작은 포구가 자리 잡았다. 코발트빛 바다에는 사도, 애도, 호도, 조도 같은 섬들이 떠 있다.

지난해 12월에 개통한 설리스카이워크. 설리스카이워크에는 그네까지 설치돼 있어 마치 바다로 날아가는 느낌으로 그네를 탈 수 있다.

설리마을 앞 500m 남짓한 백사장이 아담하고, 해수욕장 끝에는 작은 포구가 자리 잡았다. 마을도, 백사장도, 포구도 작고 아담해 정감이 넘친다. 코발트빛 바다에는 사도, 애도, 호도, 조도 같은 섬들이 떠 있다.

설리는 남해도 최남단에 위치한 작은 어촌마을로 언제와도 한산하고 조용하다.

설리마을에서 송정솔바람해변으로 넘어가는 언덕에 올라가니 2020년 12월에 개통한 설리스카이워크가 우뚝 서 있다. 설리 스카이워크는 길이 79.4m, 폭 4.5m, 주탑 높이 36.3m로 바다 위까지 뻗어있는 교량이다.

그네까지 설치돼 있어 마치 바다로 날아가는 느낌으로 그네를 탈 수 있다. 스카이워크를 걷다보면 강화유리바닥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투명한 바다와 거침없는 한려수도 풍경이 가슴에 파고든다.

금산을 비롯한 남해도 남쪽에 솟은 산봉우리들과 푸른 바다가 어울린 풍경은 여전히 아름답다.

송정솔바람해변에 도착하니 물이 빠져 오전에 비해 해수욕장이 훨씬 넓어졌다. 몇 사람이 해변을 거닐며 평온한 오후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해수욕장 앞바다에는 오후 햇살이 비쳐 윤슬을 만들었다.

모래해변을 따라 걸으며 남해에서의 하루를 마친다.


※여행쪽지
▶‘섬노래길’이라 부르는 남해 바래길 8코스는 한려수도를 이루고 있는 남해도 남쪽바다를 가장 아름답게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코스 : 천하마을→송정솔바람해변→망산→미조북항→남망산→미조남항→설리해변→설리스카이워크→송정솔바람해변
※걷는 거리 : 13.8㎞ / 4시간 3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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