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광양 백운산 둘레길 1코스(천년의 숲길)

백운산 주능선 바라보며 ‘천년의 숲길’을 걷다

2021년 02월 16일(화) 18:34
백운학생수련장에서 바라보니 북쪽에 백운산 따리봉이 우뚝 솟아있다. 따리봉을 지난 산줄기는 한재를 거쳐 백운산 정상으로 이어간다.
광양 백운산(1천218m)은 큰 산이다. 호남지역에서는 지리산과 덕유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백운산은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지리산을 마주보고 있다. 웅장한 산세를 자랑하는 두 산은 남도사람들이 힘들거나 외로울 때 위로받고 의지하는 어머니 같은 산이다.

지리산에 ‘지리산 둘레길’이 있듯이 백운산에도 ‘백운산 둘레길’이 생겼다. 백운산 둘레길을 걷다보면 백운산에 기대고 있는 마을을 만나고, 마을사람들이 다녔던 고개를 넘기도 한다.

백운산에서 흘러내린 깊은 계곡을 지나고, 지리산과 백운산을 가르며 유유히 흘러가는 섬진강을 따라 걷기도 한다.

오늘은 백운산 둘레길 1코스를 걸으려 한다. 남해고속도로 광양IC를 빠져나와 광양동천을 따라 백운산 자락으로 파고든다. 백운산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만든 광양동천 주변에는 여러 마을과 농경지가 자리를 잡았다. 백운산은 산세가 크고 웅장하지만 주능선은 말잔등처럼 잔잔하다.

백운산 둘레길은 옥룡사지 입구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옥룡사지는 백운산 지맥인 백계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대한민국 사적 제407호로 지정된 옥룡사지는 신라시대에 창건된 절터다. 옥룡사지는 신라 말기 뛰어난 고승이자 한국풍수지리의 대가인 도선국사가 35년간 머무르면서 수백 명의 제자를 가르치다 입적한 곳이다.

옥룡사는 1878년 화재로 소실된 후 폐찰됐다.

옥룡사지에는 도선국사와 수제자인 통진대사의 비와 탑이 세워져 있었으나 1920년경에 모두 없어져 버렸다. 1997년부터 시작된 발굴조사로 건물터와 비석조각을 찾아냈고, 도선국사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과 관을 발견했다. 옥룡사지 주변에는 동백나무 7천여 그루가 7㏊에 거쳐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백운산 둘레길은 옥룡사지 주차장에서 외산마을로 통하는 농로를 따른다. 산자락에 형성된 메마른 농경지와 겨울을 견디고 있는 외산마을이 쓸쓸해 보인다. 마을을 지키고 있는 수백 년 된 느티나무도 맨 몸으로 묵언정진 중이다. 겨울철이라 들판에도, 마을 골목에도 사람 한 명 찾아보기 힘들다.
백운산 둘레길 1코스는 백운산자연휴양림을 지나면서부터 산길로 이어진다.

백운산 둘레길은 백운산자연휴양림으로 이어진다.

백운산자연휴양림은 산막·숙박동·야영장·황톳길·잔디광장과 목재문화체험장을 갖추고 있다. 고요한 휴양지이자 자연학습장으로 지친 도시민의 휴양, 체험, 치유의 공간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백운산자연휴양림도 코로나 때문에 휴장 중이다.

임도로 이어진 휴양림 길이 끝나는 지점에 데크형 휴식공간이 있고, 여기를 지나니 산길이 시작된다. 산길로 접어들자 소나무 숲이 그윽한 향기를 내뿜어준다. 숲속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실내에 들어온 것처럼 포근하다.

울창한 숲은 산이 포근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이불 같은 역할을 해준다. 인간사회도 마찬가지다. 여러 나무가 숲을 이루어 추위를 이겨내듯이 인간사회도 공동체를 이루어 개개인의 삶을 든든하게 해준다.

솔숲을 지나니 참나무를 비롯한 활엽수들이 나목 숲을 이루고 있다. 숯을 굽던 숯 가마터를 만나기도 한다.
숲속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실내에 들어온 것처럼 포근하다. 울창한 숲은 산이 포근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이불 같은 역할을 해준다.

솔숲을 지나면 참나무를 비롯한 활엽수들이 나목 숲을 이루고 있다. 숯을 굽던 숯 가마터를 만나기도 한다.

숲속에 놓인 의자에 누워 하늘을 쳐다보니 푸른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빛이 무채색 나뭇가지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준다.

매서운 겨울 추위를 견디고 있는 벌거벗은 나목 숲을 바라보고 있으니 코로나 팬데믹을 견디고 있는 인간 군상처럼 느껴진다. 숲속에 놓인 의자에 누워 하늘을 쳐다보니 푸른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빛이 무채색 나뭇가지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준다.

금목재에서 임도를 만난다. 금목재는 외산마을에서 백운학생수련장을 이어주는 고개다. 이제 백운산 둘레길은 임도를 따라 백운학생수련장으로 이어진다. 임도는 산허리를 돌고 돌아가면서 고도를 낮춘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임도는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걷기에 그지없이 좋다.

임도 주변은 맨몸을 한 활엽수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백운산 둘레길 1코스를 ‘천년의 숲길’이라고 부른다. 나무와 나무 사이 여백을 통해 파고든 햇살이 따스하다. 임도를 걷다보면 동곡계곡 너머로 백운산 주능선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길을 걷다보면 종종 고로쇠 수액을 받는 호스가 보인다. 한겨울 추위 속에서도 봄은 준비되고 있다. 겨울인데도 나무줄기를 자세히 보고 있으면 이전과 다른 활력이 느껴진다. 말없이 봄을 준비하는 나무의 생명활동을 눈치 챈 사람들은 그 소중한 수액을 채취한다. 1월말에서 2월초쯤이면 광양 땅에서는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기 시작한다.

고로쇠를 최초로 발견한 분은 도선국사로 알려져 있다.

도선국사는 백운산에서 수도하던 중 다리가 펴지지 않아 나무를 잡고 일어서려다 나무마저 부러지고 말았다. 나무가 부러진 곳에서 맑은 물이 떨어져 내려 이 물을 마셨더니 무릎이 펴졌다. 도선국사는 이 물을 뼈에 이롭다 하여 골리수(骨利水)라 했다. 이것이 고로쇠의 기원이 됐다.

임도를 따라 천천히 걸어가니 전남도 학생교육원 백운학생수련장이 나온다. 백운학생수련장은 동곡계곡 옆 3만 평 부지에 관리동, 생활관, 수련관, 취사장, 샤워장 등 학생수련활동에 필요한 제반시설을 갖추고 있다. 하루빨리 코로나 역병으로부터 해방돼 이곳 백운학생수련장에도 학생들의 떠들썩한 목소리들로 가득 차기를 기원해본다.
백운학생수련장은 동곡계곡 옆 3만 평 부지에 관리동, 생활관, 수련관, 취사장, 샤워장 등 학생수련활동에 필요한 제반시설을 갖추고 있다.

백운학생수련장에서 바라보니 북쪽에 백운산 따리봉(1천120m)이 우뚝 솟아있다. 따리봉을 지난 산줄기는 한재를 거쳐 백운산 정상(1천218m)으로 이어간다.

백운학생수련원에서 동곡계곡으로 내려오니 백운산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큼직한 바위를 돌고 돌아 고요하게 흐르고 있다. 백운학생수련장 앞에서 논실마을로 이어지는 도로를 만난다.

이제 우리는 백운학생수련장에서 논실마을까지 2.6㎞에 이르는 도로를 걸어야 한다. 심원마을 앞을 지나자 진틀마을이 나온다. 진틀마을 입구에서 백운산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가 있다. 이 등산로를 따라 백운산에 올랐던 기억이 새롭다.

도로 아래에서는 봄을 재촉하는 물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얼음 속에서 숨죽여 흐르던 물이 이제는 당당하게 흘러간다.

백운산 골짜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논실마을에 도착했다. 해발 510m 높이에 위치한 논실마을 사람들은 요즘에는 고로쇠를 채취하고, 봄이나 여름철에는 산나물을 채취한다. 그리고 관광객을 대상으로 민박집을 운영한다.


※여행쪽지
▶광양 백운산 둘레길은 호남지역에서 지리산, 덕유산 다음으로 높은 백운산 둘레를 걷는 길로 총 126㎞, 9개 구간으로 이뤄져 있다.
▶백운산 둘레길 1코스(천년의 숲길) : 옥룡사지 주차장→외산마을→백운산자연휴양림→금목재→백운학생수련장→논실마을
▶거리, 소요시간 : 9. 5㎞, 3시간 30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옥룡사지 주차장(전남 광양시 옥룡면 추산리 4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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