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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창사30주년 릴레이 에세이](6) 배병화 프레스존 대표

군사작전 방불 日 취재의 추억

2021년 03월 08일(월) 18:45

1991년 4월1일. 3개 신문이 정립 중이던 광주에서 새롭게 창간을 준비하는 광주매일에 몸담은 날이다. 3개 신문 중 한 축을 이룬 데서 빠져 나와 새 둥지를 찾아 옮긴 셈이다. 3년이란 기자 경험을 축적한 직후였다. 그런 까닭에 바른 언론, 올곧은 신문, 지역 신문다운 참다운 신문을 그리워함은 당연한 이치였을 터다.

창간을 향한 여정은 즐거움, 수고로움이 교차했음은 물론이다. 한솥밥을 먹다 이내 경쟁해야 할 처지가 된 동료, 경쟁자에서 협력자로 바뀐 동료나 선후배가 뒤섞인 탓이기도 하다. 다름과 같음이 상승작용하고 화학적 결합이 되기까지 어떤 조직이든 시간이 걸리며 그 과정에서 부대끼며 애를 태우기도 한다. 그 과정을 겪으며 오로지 새로운 신문, 좋은 신문을 만들겠다는 각오와 기대, 자긍심은 단지 돈만으로 헤아리기엔 아까운 기회비용이었으리라.

1991년 10월10일, 광주매일이 창간호를 띄우며 짧은 시간에 광주 일간지 4사 체제로 향했다. 언제든지 개판을 통해 밤늦게라도 중요기사, 특종기사를 게재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판단한다.

30년 만에 지방자치가 부활하고, 국정감사가 부활했다. 1도1사 체제의 언론 환경이 개방적으로 바뀌었다. 중앙이든 지역이든 다양한 형태의 언론사들이 생겨났다. 그만큼 경쟁이 심화하기에 이르렀다.

하루가 멀다하고 급변하는 흐름 앞에 기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움직여야 했다. 조직이 먼저, 개인은 나중, 신문사가 우선, 가정은 뒷전이라는 관념이 머릿속 깊이 자리매김하게 됐다. 그 사실을 지금의 젊은 후배들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지 솔직히 모르겠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어도 그 이치는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을 터다. 기자는 취재하는 동안 객관적 사실에 입각해야 한다. 이후 공정성과 균형성을 갖춰서 보도하려면 많은 인내와 양보, 개인의 삶이 적잖이 희생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쯤에서 광주매일이 시중에 선을 보인 지 1주일도 채 안 된 시점에서 감행한 해외 기동취재가 떠오른다. 전남도청 2진으로 출입하던 기자는 개인 자격으로 신생 언론사 소속이어서 도청출입기자단 회원도 아닌 마당에 일본으로 불쑥 날아가서 전남농수산물 물산전 행사를 취재하기 시작했다.

전남도청에선 공식 취재단이 이미 4박5일 일정으로 한 달 전부터 준비해 왔다. 그런데, 도청 실무부서는 물론 기자단과 아무런 사전 논의도 없이 신생 언론팀 기자가 불쑥 현장에 나타났으니 다들 깜짝 놀랄 뿐이었다.

첫째는 회사에서 적극적 투자를 한다는 점, 둘째는 일본 오사카까지 순식간에 올 수 있다는 점, 셋째는 보도의 가치가 있다면 해외까지 취재 지원에 나선다는 점에서 공무원, 타사 기자들 할 것 없이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그들은 일정이 남아 있음에도 광주매일에선 오사카 물산전 관련 보도가 실시간으로 다음날 아침 신문에 보도됐다는 사실이었다. 그게 가능했던 데는 취재기자의 의욕과 희생, 보도의 민첩성과 기술성이 가미된 탓이었다고 자부한다. 단 이틀만의 일본 현지 취재와 호텔에서 작성한 기사, 팩스 송고를 받아 밤늦은 시각이나마 판갈이가 가능했기에 ‘특종 아닌 독종’으로 연결됐다고 하겠다.

오사카 물산전 취재는 논의 끝에 불과 사흘전에서야 편집국장의 오더에 의해 결정됐다. 그 시간대라면 오사카행 항공권은 이미 예약이 끝나 좌절할 수도 있었는데 여행사를 하는 동창의 아이디어로 일본행 비행기 편은 군사작전 하듯 마련했다.

방법은 더욱 기가 찼다. 오사카에서 멀리 고속철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오카야마행 티켓을 그나마 확보할 수 있었던 게 다행이었다. 하지만, 오카야마 공항에 도착한 후 오사카까지는 신칸센 고속철을 찾아 스스로 알아서 이동해야 하는 조건이었다.

내키지 않았으나 별수 없었다. 혼자 다녀야 한다니 그 당시 야쿠자가 자주 말썽을 부린 일본의 치안에 겁이 덜컥 났기도 했다. 그래도 명을 받은 이상 후퇴는 없고 전진만이 있었을 뿐이다. 첫날 오사카 현장에 한발 늦게 합류해서 1보를 날린 데 이어 이튿날에는 도청 취재팀과 같이 오미하치만으로 이동해 보충 취재를 한 후 기사를 보낼 요량으로 혼자 돌아왔다.

그 고생은 추억으로 돌리고 그 다음날 바로 짐을 쌌다. 하루라도 빨리 신문사로 돌아가 심층기사를 쓰고자 하는 욕심이 앞섰기 때문이다. 결국 3박4일 일정 중 하루 단축하고 귀국길에 올랐으니 1박2일의 일본 현지 취재를 한 셈이다. 그 다음날부터 전남농수산물의 일본 수출길이 쉽지만은 않다는 점을 세 차례 분석 기사를 내놓았다. 신생 언론사가 다른 경쟁사보다 앞서 보도하게 됐으니 언론계나 관계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도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