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비대면 시대 손이 만들어 가는 행복 / 강동완 |
| 2021년 03월 09일(화) 19: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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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과 뇌는 근신경계로 연결돼 있다. 따라서 손의 사용은 뇌의 사용이다.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조상에 대한 예를 올리는 문화에서 부터 거대한 문명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간절하고 아름답고 창조적인 손의 역할은 지대했다. 그러나 전쟁과 성에 포함된 신체적 폭력, 사회와 학교폭력 등과 같은 인륜을 파괴하는 나쁜 손도 있다.
가장 간절한 손은 엄마가 아기를 품는 손이다. 가장 아름다운 손은 남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손이다. 가장 건강한 손은 일하는 손이다. 가장 행복하고 착한 손은 남에게 무엇인 가를 베푸는 손이다. 가장 창의적인 손은 예술행위와 요리하는 손이다.
‘손을 쓴다’는 것은 뇌의 기능을 강화시키는 행위다. 대뇌피질의 3분의 1 정도는 손과 관련된 신경계이다. 호문쿨루스(Homunculus)는 라틴어로 손과 입술이 특별히 큰 ‘작은 사람’을 뜻하며 중세 시대에는 ‘요정’을 뜻했다.
1950년 경 캐나다의 신경외과 의사였던 와일더 펜필드(Wilder Penfield)는 살아 있는 사람의 뇌를 연구해 피질 호문쿨루스 이론을 확립했다.
그것은 신체 각 부위의 다른 감각에 따른 대뇌피질 뇌지도로 운동피질은 손가락, 입, 입술, 혀, 치아, 눈을 담당하는 부분의 피질이 넓고 감각피질은 손과 혀 등을 담당하는 피질이 넓어 마치 호문클루스 형태와 같은 모습이었다.
중요한 것은 손에는 운동신경정보와 감각신경정보를 전달하는 신경세포가 다른 기관에 비해 더 많이 분포돼 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손으로 배를 쓰다듬으면 아픈 배가 신기하게 나은 경험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손은 장을 이완시켜 장과 연결된 뇌를 다스린 것이다.
나는 손을 보면서 뇌를 생각해 본다. 요즘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을 직업과 사라질 일에 대해 불편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창조와 행복의 수단인 손이 그러한 불편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말한다.
최근 모 방송에 출연했던 한 한국 화가는 코로나 시대에 사람들은 못 만나지만 문방사우(文房四友) 만 만나도 친구처럼 즐겁다고 말했다.
사실 붓, 먹, 종이, 벼루 등에 의한 문방사우는 우리들이 잊어버렸던 친구들이지만 그들이 그려낸 시서화에 의해 광주는 예향이라는 명성을 갖게 되었다.
며칠 전 필자는 서예가 금초 정광주 선생의 서예실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서예를 한 계기에 대해 우리 것도 모르면서 영어를 배워 가르치는 것은 정체성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송곡 안규동(1907-1987) 선생으로부터 한문을 배우러 가면서 시작했다고 했다. 필자는 금초 선생에게 귀감으로 삼는 글귀가 무엇이냐고 물어 보았다. 이에 그는 서예 5체로 직접 쓴 채근담 359편의 족자 작품을 보여 주면서 “천지는 만고에 있으며 이 몸은 두 번 다시 없고 인생은 단지 백년이로되 이날 또한 가버리기 쉽다. 다행히도 그 사이에 때어난 자로서 삶의 즐거움을 몰라서도 안 되겠지만 헛되이 사는 삶에 대해 근심을 품지 않아서 안 되리라; 천지유만고(天地有萬古), 차신불재득(此身不再得), 인생지백년(人生只百年), 차일최이과(此日最易過), 행생기간자(幸生其間者), 불가불지유생지락(不可不知有生之樂), 역불가불회허생지우(亦不可不懷虛生之憂)”를 이야기했다.
나 스스로도 코로나19 시기에 잊어버린 친구를 찾기 위해 문인화가 송담 김송자 선생으로부터 사군자를 배우기 시작했다. 초보이기는 하지만 한지에 난과 대나무 그리고 매화 그림을 배워 그리면서 특별한 감흥과 사유를 받게 됐다.
문화는 직접 참여하여 경험해야 즐겁다.
내가 손으로 직접 글을 써 보아야 남이 쓴 글도 귀하게 느껴지고 사군자를 직접 그려봐야 대가들의 그림에 남아있는 예술 혼과 수고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요즘 대학에서는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이유는 ‘생각하는 힘’을 키우기 위함이다. 자신이 생각한 것을 글로 써 가는 것은 생각과 행동을 성숙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글쓰는 것과 함께 부드러운 붓을 들고 직접 그려보는 것을 권유해 본다.
현대 사회는 인공지능 디지털문명 사회로 급속히 진입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기반인 컴퓨터 과학과 인문학적 상상력을 융합하는 데 손이 필요하다.
디지털 시대에 일자리에 불안을 느끼는 청년들이나 퇴직 후에도 멋진 삶을 구상하는 분들에게 손을 활용하는 일을 배우도록 권하고 싶다. 그 일이 과학이든 문화예술 분야든 서비스 분야든 손으로 창의적인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지금 급속히 다가오는 디지털 문명시대에도 여전히 손으로 일하고 손으로 감각을 키우는 사람만이 행복한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 갈 수 있다.
손을 생각하면 할 수록 할 일이 많아진다. 손을 쓰는 일을 많이 한다면 삶도 문화적으로 충만해 질 뿐 만 아니라 뇌도 건강해지는 일거양득의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