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난장] 미술관이 된 마을, 양림동 / 정서연
2021년 03월 25일(목) 19:37
정서연 푸르니보육지원재단 책임연구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이 있다. 소중한 아이들이 존중받고 행복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정의 역할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관심과 노력으로 뒷받침해 줘야 한다는 뜻이다. 그 중에서 문화예술 분야의 경험은 아이들이 예술적 능력과 감성, 인지능력, 사회성, 창의성 등을 발달시키며 행복한 문화 시민으로 성장하는데 중요하다.

특히, 미술관은 아이들에게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면서 배울 수 있는 중요한 경험의 장소이다. 오감을 통해 세상을 경험하고 알아가는 영·유아기의 발달 특성상 어릴 때부터 일상에서 문화 예술을 접할 경우 자연스레 그것을 좋아하고 즐기는 태도가 형성된다. 이러한 성향이나 태도가 성인기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실제 문화 예술을 경험한 유아들이 성인으로 성장했을 때 문화 예술 행사의 관람 의향이나 횟수가 더 많으며, 미적 감수성 역시 향상되어 일상생활을 세련되게 영위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집콕’생활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실내 미술관이나 전시관을 관람하는 것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인 상황이다. 다행히 최근 정부와 국민의 방역에 대한 노력으로 대부분의 미술관과 박물관 관람이 제한적으로나마 가능해진 것은 참으로 기쁜 소식이다. 더불어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포털 집콕 문화생활’ 등 온라인을 통해 집에서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비대면 문화예술 콘텐츠가 풍성해진 것 역시 우리 곁에 문화예술이 더욱 가까이 다가오는 긍정의 기회로도 작용한 것 같다.

최근 ‘마을이 미술관이다’라는 주제로 펼쳐지고 있는 ‘양림골목비엔날레’가 광주에서 화제다. 양림동 일대의 카페와 빵집, 식당에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해서 마을 곳곳이 예술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생명을 통한 위로’라는 메시지를 담은 한희원, 이이남, 최순임 작가의 주제 전시, 전시된 작품을 관람하거나 구입할 수 있는 아트마켓, 작품 해설과 함께 양림동의 역사와 이야기를 듣는 도슨트 투어 등 다채롭게 진행된다. 소담한 봄날, 아이와 손 잡고 자연과 작품이 한데 어우러진 마을 미술관을 둘러보면 어떨까. 마을 골목을 거닐며 오감으로 체험하는 낯설고 신선한 여행, 호기심 넘치는 아이들에게 더욱 안성맞춤일 듯 싶다. 이제껏 존재했지만 보이지 않던 것들을 발견하고 재조명할 수 있어 더욱 흥미롭다. 그 안에서 아이들은 아름다움을 느끼고 마음껏 상상하며 배움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으리라.

그럼 어떻게 관람하면 좋을까? 우선 무엇을 좋아하는지, 가보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 아이와 함께 계획을 세워보자. 단순히 부모의 손에 이끌려 가는 것보다 아이가 자유롭게 선택할 때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간섭이나 가르침은 최대한 줄이는 게 좋다. 작품을 일방적으로 설명하거나 감상평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 역시 피해야 한다. 오히려 아이가 좋아하고 관심을 보이는 작품 위주로 보고 느끼도록 충분히 기다려주자. 그런 뒤에 아이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공감해주면 된다. 아이와 가족이 함께 웃고 담소 나누는 소박한 경험. 비록 지금은 하나의 경험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더 크고 특별한 차이를 만들 것이다.

지난 1년간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비롯해 모두가 지치고 힘든 상황에서 ‘사람’과 ‘생명’을 주제로 울림 있는 전시를 하고 있는 양림동. 여러 사람이 모여 환호하고 응원하는 화려함 대신에 소박하지만 기발하고 즐거움이 가득한 미술관 마을. 지금 이 곳에서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실천하고 있다. 다가오는 광주비엔날레 역시 같은 마음으로 간절히 응원하면서 문화예술로 삶의 풍요로움이 더욱 그윽해질 광주의 아름다운 미래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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