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드(THAAD)보다 더 어려운 쿼드(QUAD) / 박대우 |
| 2021년 03월 25일(목) 19:37 |
|
시작은 사드(THAAD)였다. 지금 우리에게 다가오는 위기는 2017년 4월26일 경북 성주에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가 배치되면서 시작되었다.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된 이후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우리에게 경제보복을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후유증은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최근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를 통해 “한국에 세 가지 미사일 역량을 개발 중인데 하나는 한반도에 배치됐고 두 가지는 올해 들여올 예정”이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겨냥하는 사드의 업그레이드가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만약 사드를 업그레이드 하려는 것이 사실이라면 또는 사드를 능가하는 새로운 전략무기가 한반도에 배치된다면 중국은 물론이고 이번에는 북한과 러시아까지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 자명하다. 북한은 그렇지 않아도 미국의 주도로 이루어진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힘든 상황에서 ‘벼랑 끝 전술’을 내세우려할 것이다. 러시아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친트럼프 행보로 어긋난 미국과의 관계를 집요하게 몰아세울 것이다. 그 틈에 남한은 가장 힘들고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이번에는 사드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메가톤급 폭풍이 다가오고 있다. 사드와 이름도 비슷한 쿼드(QUAD)가 그것이다. 쿼드는 미국·인도·일본·호주 등 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비공식 안보회의체를 뜻한다. 쿼드를 주도하는 국가는 당연히 미국이고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러시아를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진영대결이 불가피한 회의체이다. 미국은 쿼드를 공식 국제기구로 만들겠다는 계획과 함께 한국·베트남·뉴질랜드 3개국을 더한 ‘쿼드 플러스’로 확대할 뜻까지 내비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우방국들과의 촘촘한 결속력으로 힘의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무서움이 느껴지는 외교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은 벌써부터 효과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중국 신장지역 등의 인권 정책을 문제 삼으며 시작한 외교 전쟁에 즉각 유럽연합(EU)과 영국, 캐나다 등이 중국제재에 동참하면서 뜻을 모으고 있다. 신장 위구르족을 포함한 소수민족의 인권문제는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문제여서 1989년 6월의 천안문 사태 이후 사실상 유럽이 중국의 인권문제에 한 목소리를 낸 적이 없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일방주의 대신 다자주의로 복귀하고 이에 반해 중국이 홍콩의 민주화 시위 진압과 코로나19 사태로 국제사회의 반감을 사면서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대중국 견제가 구체화되고 있다.
중국이 받는 압박감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에 손을 내밀고 있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구두친서를 보내 국제정세와 지역정세가 심각하게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견고히 발전시키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김 위원장 역시 ‘적대세력’들의 전방위적 도전과 방해 책동에 대처해 단결과 협력을 강화하자고 호응했다. 중국 외교부장과 러시아 외무부장관도 미국을 향해 “일방적인 괴롭힘과 타국 내정에 대한 간섭을 멈춰야 한다”고 호흡을 맞추면서 중국, 북한, 러시아를 축으로 하는 사회주의 진영과 미국, 일본, 유럽을 축으로 하는 자유주의 대결구도가 완성되고 있다.
미국은 이전에 선택했던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관세와 무역전쟁으로는 중국을 압도하지 못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나무를 부러뜨리기보다 뿌리를 고사시키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조만간 우리에게도 ‘쿼드’라는 계약서를 내밀게 분명하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그동안 우리가 선택했던 대중관계에서의 전략적 모호성도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얼마 전 방한했던 미국 고위급 책임자들의 발언에서 주한미군 방위비를 더 얹어주는 것으로도 우리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