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겸손한 권력 리틀미 품격 / 김영집 |
| 2021년 04월 19일(월) 2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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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미국민들은 트럼프를 심판했다. 대선초반 80일을 앞둔 조 바이든이 승리할 가능성은 약한 편이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가운데서도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떠들고 다녔다. 트럼프의 팬덤정치를 국민들은 오만한 폭군의 정치로 봤다.
절대 권력은 부패로 망한다는 걸 4·19는 보여줬다. 그럼 오만한 권력은 어떻게 될까? 오만한 권력 역시 언젠가 심판을 받게 된다. 사람들은 당해 보지 않을 때는 전혀 상황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위기에 처하고 당한 뒤에서야 아프고, 반성을 한다.
물론 그 상황이 되고서도 반성을 모르는 전직 대통령들이 있으니 나라에 기강이 없고 질서가 어지럽다.
그럴 때 ‘인간은 뒤틀린 목재’라는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말을 실감한다. 우리는 정치뿐만 아니라 정인이 양부모 사건, LH 사건 등의 끝도 없이 이어지는 사회적인 사건들에서 뒤틀린 인간존재의 모습을 본다.
일본의 성노예문제를 사과하고 책임지지도 않는 일본정부의 태도와 이와 결탁해 이를 왜곡하는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간교한 지식인의 모습에서 국제적으로 뒤틀려버린 야만의 존재를 목격한다.
데이비드 브룩스는 ‘인간의 품격’이란 책에서 1945년 8월15일, 미국에서 라디오로 방송된 커맨드 퍼포먼스 쇼 진행자 빙 크로스비가 ‘지금 이 시점에서는 전쟁이 끝났다는 것을 신께 감사드리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 우리 모두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감정은 겸손일 것입니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겸손(Little me)의 시대를 말한다. 리틀미라는 말이 겸손이라는 말이다.
그런 겸손의 시대를 살았다던 미국, 민주주의 종주국이었다고 자랑하던 미국은 오만(Big me)에 빠진 국가로 전락했다. 일본도 전범을 저지르고도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며 대일본을 꿈꾸었지만 오만(Big me)의 시대가 이미 사그라지고 있다.
우리 정치를 보며 머지않은 시간에 미국이나 일본 꼴을 보게 될 것 같아 겁난다. 광신도 무리들이 보수정당과 연합하여 성조기와 일장기 휘두르며 광화문을 점거하며 벌였던 얼마 전의 보수팬덤들의 행태, 또 그에 못지않게 촛불정신이 빠진 채 승리에 도취되어 소통과 통합을 잃은 일부 진보팬덤들의 행태를 보면 그런 위험을 예견하게 된다.
제발 여야를 막론하고 이런 오만의 정치팬덤을 벗어나 겸손의 정치품격을 갖추라. 올해가 가면 내년에 바로 대선, 지방선거로 이어지는데 국민들은 품격 있는 나라를 보고 싶다. 그런 품격을 먼저 갖는 세력이 승리할 것이다.
인간의 품격은 절제, 겸손, 책임에서 오는 것이다. 품격사회는 그 룰을 지키도록 하는 정치와 제도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당연히 그 룰을 만드는 권력자들이 검찰 같은 권력이 아닌 국민에게 무한히 충성하는 겸손(Little Me)권력이어야 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겸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빛나는 것도 좀 숨기고, 돈이 있어도 좀 덜 행세하고, 권력이 쎄도 힘이 없는 듯 하고, 뛰어나도 좀 부족한 것처럼 하는 것. 이것을 중국철학자 노자는 화광동진(和光同塵)이라 했다.
필자도 최근 재직하는 곳에서 혼란을 겪으며 작은 공동체 사회에도 겸손(Little Me)의 품격에 아쉬움을 느낀다. 구성원들이 비록 갈등이 있더라도 서로 겸손한 자세로 양보하고 소통한다면 문제는 자연히 해결되는 것이다. 아직은 뒤틀린 정도가 아닌 품격이 있어 정상화를 만들 희망을 갖는다.
빅미에서 리틀미로! 오만은 파국이고 겸손은 희망을 낳는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는 아침이다.